2016년 9월 23일 금요일

여의도살롱 - 24


<백화(百花)가 난만(爛漫)하니, 이 땅에도 님이 오시려는가!?>

“깨끗하고 바른 마음 청정정심(淸淨正心)으로 고요히 듣는 바 없이 정청(靜聽)하면, 일체유정(一切有情)의 마음소리 심심심성(甚深心聲), 그 차별없는 정음정성(淨音正聲)이 절로 듣는 바 없이 바로 들린다.” 하였는데, 하물며 사람이 사람 몸 의지하고서, 어찌 사람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겠는가? 민초들의 가슴바탕은 언제나 청정심성(淸淨心性)으로 다스려지니, 허공에 난무(亂舞)하는 온갖 난음탁성(亂音濁聲)이야 어떠하든, 민초들의 귀에는 언제나 그 저의심성(底意心聲)만이 들리고, 가슴으로는 심심본성(深心本聲)만을 듣는다. 세상 망나니들의 하는 짓이 어떠하고, 내뱉는 소리야 어떠하든, 바로 보고, 바로 듣고, 바로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바로, 맑고 맑은 민초들의 흔들림 없는 본래 눈이요, 밝고 밝은 민초들의 티 없이 깨끗한 귀요, 바르고 바른 민초들의 지혜로운 가슴이다.

그러므로 민초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한 몸을 던지겠다.”는 객쩍은 소리도, “어수룩하여 한수아래라고 여기던 사람도 기회를 틈타, 한성부윤 한자리를 꿰찬 지가 언제인데, 오십대 젊은 나이에 이 나라 막강도(莫强道)의 도백(道伯)을 지낸 내가 아니던가! 내가 고향도 아닌 곳에서 칩거(蟄居)를 가장하면서 수년을 보낸 것은, 고향에 내려가면 영원한 은퇴자로 취급받아 잊혀진 사람이 될 것 같아, 항상 무리 없는 comeback의 여지를 거머쥔 채, 무주공산(無主空山)의 민심에 한발을 들이밀고, 지지기반을 넓히면서 기회를 엿보려함이었는데, 다져진 세월도 이만하면 된 것 같고, 내 나이도 나이려니와, 시세와 판세를 가늠해 보니, 우선 출전예상명단에 보이는 것은 모두가 고만고만한 선수들뿐이라,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선수권쟁탈전은 도토리 키 재기요, 난쟁이 물건 겨루기 판이 될 것 같으니, 이번에야 말로 살아생전에 권력다운 권력의 언저리에라도 접근해볼 수 있는 마지막기회인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이제는 본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그 저의심성을 바로 알아듣고, “어려움에 처한 형제를 외면하는 것은 죄악이다.”는 입에 발린 같잖은 소리도, 그 저의심성이 “요정도 거룩한 한 말씀 정도는 할 줄 알아야, 거두어 발탁해준 옛 어르신의 유지(遺志)를 받드는 척이라도 하는 모양새가 되어, 나의 만년(晩年)이 편안지세(便安之歲)를 누려 와석종신(臥席終身)하는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것 같고, 또한 당면한 대세인 kingmaker의 입지를 확보하는데 체면이라도 서지 않겠느냐?”라는 알량심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모두가 급하면 부끄러운 얼굴만 다리사이에 처박고 감추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하늘을 향해 드러난 냄새나는 엉덩이는 어찌하려는가?

올바른 역사는 시절민의(時節民意)의 정서적 사실화(情緖的 寫實畵)요, 시대상황(時代狀況)의 진실한 기록화(記錄畵)이다. 시대상황의 의도된 왜곡이 우선적으로 반영된 그림은, 교훈으로 삼아야할 역사를 시비의 대상으로 삼아, 한낱 저희들의 사악한 이익만을 도모하려던 자들이 남긴 오구(汚垢)의 자취요, 흉책(凶策)의 흔적일 뿐이다. 진정한 역사화는 시절민의의 정서적 사실(情緖的 寫實)이 밑그림이 되고, 그 바탕 위에 시대상황의 진실이 가감 없이 제대로 그려진 그림이 진정한 역사화이다. 국민의 이름으로 정당한 권무주체(權務主體)의 자리에 섰으면, 선대들이 전해준 올바른 역사화(歷史畵)를 ‘마음대로 감상하고, 올바르게 감상할’ 권리와 지혜를 가지고, 또한 자신들이 올바르게 일구어 올바르게 전해준 진실한 역사화를, 후대들이 제대로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는 책무를 가지는 것이, 국민으로서 역사에 대한 올바른 자세가 아니겠는가?

천하의 대권에는 하늘의 뜻이 담겨있고, 그 하늘 뜻인 천의가 곧 민의임은 고금(古今)의 불변정론(不變正論)이다. 그러므로 무릇 나라의 대권을 앙망(仰望)하며, 그 대권을 운용하여 거친 물줄기를 순탄케 하고, 시대풍운(時代風雲)을 진정(鎭定)하여, 시절을 어질게 이끌어 만세(萬世)를 융성(隆盛)케 할 뜻이 있는 이라면, 시대를 통섭(通攝)하여 시절민의의 공통분모를 가장 크게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곧, 천심인 민심의 선택을 받는 것은 자명한 일임을 알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탁류계세(濁流季世)라 종종 천의마저 혼돈하여, 진정한 시절민의의 공통분모를 벗어나, 왜곡으로 착각한 민의에 의하여 저질러진 잘못된 선택의 실수는, 오랜 세월 나라의 진로(進路)를 혼란케 하고, 강산풍도(江山風度)를 어지럽혀, 이 땅의 세도기상(世道氣像)을 문란하게 하여왔다.

진정한 시절민의의 공통분모는 거짓된 선동과 날조(捏造)된 왜곡으로 착각하여 조작된 민의의 조합이 아니라, 시대의 참된 요구에 부합하는 시대정신(時代精神)이 천하선민(天下善民)들의 시절정서와 합치(合致)하는 그 교집합(交集合)의 공통분모를 말하는 것이다. 나라의 발전과 흥망은 진정한 민의에 의하여 올바르게 선택된 사람에게 나라의 경영을 맡길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권력의 물줄기가 요동칠 때면 언제나, 천의를 수지(受持)하고 민의를 봉행(奉行)하여 나라를 경영할 능력과 뜻은 전혀 없고, 오직 욕심과 알량한 이념에만 눈이 먼 자들은, 선동과 날조라는 손쉬운 파렴치행(破廉恥行)으로 권력을 취하려고 갖은 만행을 저질러 왔다. 그리하여 한때 먼 길을 돌아온 물줄기는 아직도 제자리를 바로 찾지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지 않는가!?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이제 다시는 그러한 우(愚)를 범(犯)하는 실수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고 간절하나, 고르고 골라 실수 없이 최선의 선택을 한들, 아직은 어디 한구석이라도 갖다 붙일, 제대로 된 물건조차 하나 보이지 않으니, 끝물 수박밭에서 대통수박을 찾는 격이라, 참으로 난감지사(難堪之事)이다. 그러나 잔치는 잔치이니, 비록 지도하는 코치와 트레이너들의 능력이 일천하고, 출전예상선수들의 면면이 한심하니, 잔치랄 것도 못되고 대권시합이랄 것도 없으나, 그래도 벌써부터 잔치를 기다리는 거지들도 자리차지 힘겨루기를 하며, 삼삼오오 패거리를 짓기 시작한다.

거지 귀는 움막에 누워서도 삼 백리를 아울러 역내의 잔치소문을 꿰뚫고, 거지 코는 앉아서 삼십리를 누비며 밥 짓는 냄새를 가늠한다 하니, 이제 이 땅에 대권잔치가 열리어, 대중공양(大衆供養) 큰 밥솥에 뜸이 들고, 솥뚜껑이 열리어 밥상이 차려질 때면, 아무런 하는 일 없이 앉아서 입방정만 찧어대다가 때가 되니, 당연한 듯 숟가락하나 달랑 들고 모여드는 거지떼들이 넘치고 넘칠 것은 뻔한 일이니, 기득권이란 탈을 쓰고서 하는 일 없이 잔칫집 연회반상(宴會飯床)에 자리차지하고, 게걸스럽게 이 음식 저 술잔을 탐하며 욕심을 부리다가, 떠날 때는 도포자락에 공반봉지(幊飯封紙)만 챙기려는 이 땅의 뿌리 깊은 거지근성을 어찌하겠는가?

시절이 수상하니, 사람을 홀리려는 이놈저놈 요년저년들이 조동아리마다 꽃을 물고 거리로 나서고, 한몫을 챙기려는 거지들은 숟가락을 입에 물고 잔칫날만 기다린다. 호박꽃도 꽃이요, 갈고리 같은 독침을 품은 능소화(凌霄花)도 선비의 꽃으로 대접받는다면 천지가 꽃밭 아닌 곳이 없으니, 이 시절이 백화(百花)가 난만(爛漫)한 시절은 분명하다. “백화가 난만하면 님이 오신다.” 하였으니, 이 땅에도 이제, 백화가 만개(滿開)한 꽃길 따라 님이 오시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