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眞意)>
연작이 묻되
“억대의 평균연봉을 받는 자들이 월급과 수당을 더 올려달라고 파업을 하는데, 오히려 연봉 2천만원도 못 받는 이들은 일자리를 잃을까봐 전전긍긍(戰戰兢兢)하니, 올바른 일자리를 늘리는 상책(上策)이 과연 무엇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과거에는 직원(職員)과 임원(任員)의 직분(職分)이 뚜렷하였으나, 지금은 모두가 짝짜꿍이 되어, 노조원인 직원들도 일자리를 승계(承繼)하고, 숫자가 적은 임원들은 임원 한 사람당 서너 명을 채용하는 권한을 주기로 합의하고, 일자리마저 독점(獨占)하는 세상이 아니냐? 이런 판에 무슨 상책이 있고 하책이 있겠느냐!?
일자리에도 일하는 일자리와 노는 일자리가 있느니라. 철모르는 어린 것들을 내세워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지방분권을 하면 일자리기 늘어난다더라.’하며, 광고를 해대고 정책홍보를 하는 수준이니, 참으로 그 수준을 알만하지 않느냐? 지방분권으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모두가 지방공무원이요, 새로운 기득권창출(旣得權創出)이니, 옛 백제(百濟)가 망하고, 고구려(高句麗)가 망하고, 신라(新羅)가 망한 이유는 일일이 열거(列擧)하지 않더라도, 근래에 그리스가 무엇 때문에 나라가 망했더냐?
그리고 국가 연기금출연의 권리행사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해치기 때문에 엄격히 규제하는데도, 국민연금이 출연한 기관과 기업에 대주주권한을 행사해야한다며 부추기는 것은, 한눈에 보아도 모든 것을 국유화하여 통제하자는 빨간물이 줄줄 흐르는 발상(發想)이 아니더냐?
의원내각제(議員內閣制)를 하자는 진의(眞意)는 우리끼리 삼권(三權)을 거머쥐고 통째로 다해먹자는 뜻이요, 지방분권(地方分權)을 강화하자는 진의는 우리끼리 갈라서 속속들이 남김없이 다해먹자는 것이니, 도둑과 강도를 두고 어느 놈이 옳다고 할 것이냐!?” 한다.
연작이 이어서 묻되
“흐르는 물을 따라 떠도는 부초(浮草)가 있고, 고인 물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부초가 있는데,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서럽고 더러움을 견디다 못해 고향을 떠난 이들의 후손들은 모두가, 몸은 한곳을 의지하나 마음은 정처 없이 객향(客鄕)을 흐르는 부초가 되었는데, 무지렁이의 탈을 쓴 기득권(旣得權)들의 아손(兒孫)들은 콩고물 팥고물 온갖 고물을 다 받아먹으면서도, 굽은 나무가 선산(先山)을 지킨다는 참으로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언사들을 늘어놓고 능청을 떨어대면서, 은근히 기득권임을 자랑하는 세상이다.
나라도 그러하고 문중(門中)도 그러했으니, 일본 땅의 260가지가 넘는 도래인(渡來人)들의 성(姓)을 가진 이들이 모두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에서 쫓겨나고 도망쳐 온 통한(痛恨)의 후손들이며, 이 땅 도회지의 영원한 서민들이 모두가, 고향땅 기득권들의 횡포(橫暴)에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다. 그러니 대대손손(代代孫孫) 그들의 업식(業識)이 노리는 것이 무엇이며, 언젠가 한번쯤은 겪어야 할 참상(慘狀)이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누구의 노래 말처럼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라는 그 말의 참다운 진의(眞義)를 네가 과연 알겠느냐!? 그 진의(眞義)의 진의(眞意)를 전하려고, 조사(祖師)가 서쪽에서 왔느니라.” 한다.
자!
눈앞을 보는가!?
한 번도 고향을 떠난 적이 없는데
어찌하여 돌아가지 못하는 나그네가 되었는가!!?
애달프다!
잠꼬대를 하면서 누구를 깨우려고
깨어진 기와조각을 들고 그렇게 애절하게 대문을 두드리는가!?
<작성 - 2018년 6월 4일(음력 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