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1일 월요일

화두공안(話頭公案) - 제25관


<현전목전(現前目前)>

연작이 묻되
“이제 미력(微力)이나마 다하여 현충(顯忠)의 뜻을 보이려 하옵니다. 어찌해야 하옵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물은 아래로 흐르고 만사(萬事)는 귀본(歸本)이니, 무엇을 두고 동동(僮僮)걸음에 앙앙불락(怏怏不樂)이더냐? 역리(逆理) 속에 순리(順理)가 있고, 순리 속에 역리가 있느니라. 건국조(建國祖)의 건곤일척(乾坤一擲) 옛 뜻을 저버리지 않고, 조조상전(祖祖相傳) 호국지의(護國至義)를 잊지 않으면 그것이 현충의 길이니, 다만 눈앞을 놓치지 않아 그림자에 속지 않으면 될 뿐이니라.
옛 서촉(西蜀)의 공명과 동오(東吳)의 주유가 심심파적 대국(對局)이라면서도, 손가락은 판상(板上)에서 노니나, 생각은 주군(主君)의 대업(大業)을 위해 만리(萬里) 밖을 가늠하였느니라.
시절이 난망(難望)하여 호국제위(護國祭位)를 모신 현충원이 역도(逆徒)들의 놀이터가 되니, 오히려 망운지회(望雲之懷)에 백발우수(白髮迂叟)가 체읍(涕泣)하고, 남분북묘(南墳北墓)의 호국혼(護國魂)이 탄식(歎息)한다.
시절이 난망지세(難望之歲)라, 역사바로잡기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역사 거꾸로 뒤집기를 시도하니, 국가체제전복을 꿈꾸던 빨갱이들이 국토의 최남단으로 밀려가, 경찰서를 습격하며 마지막 발악(發惡)을 하다가 사살당하고 총살당한 그 후손들의 보상을 운운하니, 이제 그들이 유공자의 후손이 될 판이 아니냐? 그러면 그 난도(亂徒)들을 진압(鎭壓)하다 숨진 이들과 그들의 후손들은 무어라 부르며, 어떻게 대접해야 옳으냐?
저 의롭고 의연(毅然)한 옥중화(獄中花)의 가슴은 나날이 현충일(顯忠日)인데, 간악(奸惡)한 역도(逆徒)들은 나날이 잔칫날이요, 어리석어 까닭모르는 난화지민(難化之民)은 칠통(漆桶) 속에 앉아, 기름진 배 두드리며 나날이 희희낙락(喜喜樂樂)이로다.” 한다.

연작이 다시 묻되
“지난날 길을 묻는 조주종심(趙州從諗)스님에게 좌판을 놓고 떡을 팔던 노파가 곧바로 가라 했다는데, 오늘날 단숨에 수십 수백 리를 오고 가고, 시공간을 이동한다는 기술을 곧 선보인다 하니, 이와는 무엇이 다르오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대나무를 꽂아놓고 가고 없는 일을 거론하고, 오지도 않은 일을 거론하는 일과, 참선을 한답시고 참선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먼 공용심(功用心)으로, 몸을 가벼이 하여 가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지내는 일과, 구름을 부르고 학(鶴)을 불러 타며 망상을 부리는 일과, 천장(千丈)을 솟구쳐 오르고 땅을 주름잡는 일과, 있고자 하는 곳에 몸을 나투는 일은 모두가 다른 일이다.
지난날 서천에서 온 노인이 나무를 심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앉을 때도 허공에 앉고, 걸을 때도 허공을 걷고, 누울 때도 허공에 누워 쉬며 일상을 보내는 것을 보고, 참으로 희유(稀有)하고 신묘(神妙)하십니다 하니, ‘일월성신(日月星辰)이 모두 허공을 의지하고 있는데, 내가 작은 몸뚱아리 하나를 허공을 의지하고 있다고 무엇이 신묘하더냐? 신묘한 것을 말하자면, 너는 허공에 땅덩어리를 만들어 놓고 그 땅덩어리를 타고 다니니, 네가 오히려 더 신묘하지 않느냐?’ 하였다.
그러니 염념(念念)의 흐름가운데 본래 없는 시공간을 만들어 의지하며 오고 가니, 그것을 두고 무슨 신통(神通)이라 하겠느냐? 신통이란 눈앞을 바로 보는 것이 최상의 신통이니, 의지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다만 변통(變通)일 뿐, 분별하여 나누지 않으니 일합상(一合相)이요, 원융무애(圓融無碍)하여 걸림이 없으니 일원상(一圓相)이라, 그러니 옛사람이 ‘비록 흰 구름 자재(自在)하다 하나 곳곳에 봄바람 이는 것만 하리요!’ 하였고, 또한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이면 즉견여래(卽見如來)라’ 하였느니라.” 한다.

연작이 또다시 묻되
“가리고 감추는 일이 어디까지 가옵니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 하였으니, 백주(白晝)에는 도둑이 숨을 곳이 없고, 감추지 않고 숨지 않으면 귀신도 찾지를 못하느니라.
사살(射殺)해도 시원찮을 천안함폭침의 주범을, 군사지역의 비밀통로를 통해 불러들여 귀빈대접을 하면서도, 현충일에는 천안함폭침 46용사의 묘소를 찾아가 영원히 잊지 않겠다 하니, 이것이 용사들의 영령(英靈)을 희롱(戱弄)하는 것이냐? 국민을 등신으로 알고 우롱(愚弄)하자는 것이냐?” 한다.

만리(萬里)에 구름 없으니 하나의 하늘이요
서강(西江) 물을 한 입에 다 마시니 눈앞이 다만 그대로 눈앞이로다!
은혜를 바로 아니 은혜를 바로 갚음이요
눈을 뜨고 바로 보니 곳곳에 봄바람이로다!

<작성 - 2018년 6월 11일(음력 4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