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눈과 귀와 입이 국민들의 눈과 귀와 입과 생긴 것은 똑같이 생겼는데, 어째서 보고 듣고 내뱉는 것이 그렇게도 판이합니까?
국민들의 눈은 진실을 보고, 국민들의 귀는 진실을 듣고, 국민들의 입은 진실을 말하며,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데, 정치인들의 눈과 귀와 입은 어째서 진실을 보지도 못하고, 진실을 듣지도 못하고, 진실을 말할 줄도 모르는 것입니까? 혹시 진실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고서는,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내뱉고 싶은 대로 내뱉는 것이, 정치인들의 아름다운 덕목이요, 바른 도리이며, 고도의 정치력이라고 그렇게 생각들을 하시는 것입니까? 소수의 목적단체들과 소수의 이익집단들이 턱없이 떼를 쓰고, 소수의 편향된 지지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면, 이것을 오히려 정치에 이용하려하고, 국민들이 웃고 있는 줄도 모르고,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이것이 온 나라 국민들의 민의라 호도하며, 이치에도 맞지 않는 궤변들을 늘어놓으면서 국민들을 속이려하니, 이제 이 땅의 진실한 민의는 어디 한 곳 향할 곳이 없습니다.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을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을 독재정치라 한다면, 지금 국민들은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진실을 자유로이 말하는데, 오히려 정치인들이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무슨 정치라 해야 합니까? 이런 새로운 스타일의 정치는 저는 어느 강의시간에서도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여야가 일심동체가 되어, 대통령께서 주창하신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창조정치를 한번 해보려고 그러시는지는 몰라도, 참으로 독창성 있는 희한한 스타일의 새로운 창조정치입니다.
입으로는 ‘상생과 화합과 협치’라는 입 발린 소리들을 늘어놓으면서도, 아무리 상대가 좋은 안을 내놓고, 옳은 길을 제시하여도, 일단 한번 비아냥거리고 트집을 잡아야만, 그것이 공당 원내총무의 책무이요, 응당 갖추어야 할 자격이요, 대변인의 마땅한 소임이며, 정치판의 흥행수단인 줄 아니, 보고 듣는 국민들은 이제, 역겨움은 일상이 되고, 오히려 지난날 삼청(三淸)이라는 말뜻을 곰곰이 되새기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탐욕에 눈이 어두워 나라장래를 망치고 있는 동안, 지금 이 땅에서 뜻있는 젊은이들 간에 오고가는, 피를 토하는 통절(痛切)한 언어들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대충 예를 들어 소개해 올리자면
첫째는 “언론과 정치권이 합세하여 물고, 뜯고, 씹는 것은 무조건 진실이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젊은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들입니다. 무엇이 젊은이들의 심성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고, 무엇이 젊은이들의 시각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습니까? 짝짜꿍이 되어 손잡고 잘나가던 여러분들과 언론들이 설마, 서로 삿대질하며 책임전가는 하지 않으시겠지요?
둘째는 “대학원은 인터넷 활용하는 것만 마스터하면 학위가 나오고, 의대와 의전은 검사결과지 읽고 사진 판독하는 것만 이수하면 전문의가 되고, 약대는 의사처방전 읽는 것만 이수하면 약사가 되고, 로스쿨은 염량세태와 시류에 편승하는 법만 이수하면 나머지는 아버지, 어머니가 책임진다.”라는 내용의 말들입니다. 비록 이것이 일부의 일이라 하나, 이러한 자조(自嘲) 섞인 말들이 젊은이들의 입에서 공공연히 나오는 것은, 이 나라 교육이 그동안 무엇을 추구하여 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실입니다. 그러고도 이 나라 교수님들 참으로 염치없이 당당합니다. 이 나라 대학과 대학원은 비싼 학비 내고 배우는 것도 없이, 제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고, 각자가 알아서 이룬 그 공은 교수님들에게 돌리는 곳이라는 것은, 저도 박사과정까지 철저히 맛을 보고 경험했었습니다.
셋째는 “정치인과 교수가 사돈을 맺으면 동메달이고, 정치인과 돈 많은 재벌이 사돈을 맺으면 은메달이고, 상대편 거물정치인들끼리 은밀히 사돈을 맺으면 금메달이고, 정치인과 교수와 법조인과 재벌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겹사돈을 맺으면, 금메달에 금상첨화(錦上添花) 하는 격이다.”라는 말입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제가 부언(附言)하지 않더라도, 여러분들이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사항들이니, 여러분들께서 더 잘 아실 것입니다.
넷째는 “무식과 무지와 탐욕은 기득권의 전유물이지, 절대 여리고 착한 민초들이 넘보거나 만져서는 안되는 물건이다.”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젊은이들의 자조가 아니라, 뜻있는 젊은이들의 피 흘리는 절규로 받아들이십시오.
다섯째는 “서민들이 언감생심(焉敢生心) 자녀들을 서른 전에 결혼시키면 세무감사를 당한다.”라는 말입니다. 혼인 적령기에 모두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할 수 있는 것도 이제는, 서민들에게는 먼 남의 나라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데, 그러고서도 무슨 저 출산대책들을 논의하십니까?
여섯째는 “더운데 없는 정장 빌려서 넥타이 메고, 수 십 만원 경비 들여서 헛고생 열 번은 해봐야, 어느 부처 어느 기관의 인재영입이라는 알림 말은 ‘생색내기 홍보에 속아서,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 들러리설 어리숙한 사람들 구함’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개방형인재는 따로 개방되어 있는 뒷문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아울러 깨닫는다.”라는 말입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저도 열불이 치받쳐 더는 거론하지 않겠으니, 여러분들이 한번 잘 판단해 보시고, 그렇게들 좋아하시는 청문회라도 한번 열어 보십시오.
일곱째는 “고시라는 등용문은 개천에서 용 나는 문이므로, 기득권의 안전상, 이제는 더 이상 절대 개방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입니다. 한때 국민들에 대한 법적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법적 혜택과 권리를 도모한다는 같잖은 미명 하에, 턱도 없이 1년에 천명도 넘는 법조인을 양산하여, 나머지는 들러리고 알짜배기는 지들만 잡수시고, 그렇게 박아놓은 알짜배기 대못들이 지금 대가리가 커져서 법질서를 어지럽히니, 이제는 시절이 바뀌어, 또 이편에서는 별별 명목을 만들어 대책을 강구한다더니, 한다는 짓이 겨우, 오뉴월 천수답(天水畓)에 비 한번 오기만을 기다리는, 그 꼴란 희망들마저 빼앗으려 하십니까?
여덟째는 종교단체가 무슨 정치집단이고, 이념집단이고, 깡패집단들입니까? 항간에 회자되는 말들 중에 “조계종은 깡패 좌빨 꼴보의 연합파이고, 천태종은 칠성파의 분파이고, 태고종은 오비파의 분파이다. 그러나 장로교파 침례교파 보다는 한수 아래고, 성공회에는 발끝에도 못 미친다.”고 하고, “공찰주지 삼년에 개인 절 하나 못 장만하고, 담임목사 삼년에 개인 기도원 하나 운영 못하면 상등신이다.” 하니, 이것이 오늘날 이 땅의 착한 민초들과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가게 차리고 회사운영 한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절 차리고 교회 차리고, 기도원 운영하고 선방(禪房)운영 한다는 소리는 참으로 생소하고, 듣기에도 매우 거북한 말들입니다. 비록 일부이라지만, 승려들이 호텔방에 모여 입에 담지 못할 짓을 하며, 때때로 정답게 호형호제하면서 친목을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게임 판을 벌이고서 절 따먹기를 하고, 목사라는 자들이 한 식구라며 똘똘 뭉쳐 단합대회를 하며, 사고 파는 교회와 더불어 신도들의 명단들은 자신도 모르게 가치가 매겨져 팔려 다니고, 우아한 로브로 몸 가린 신부라는 자들이 지들끼리 모여 서로 동지타령을 하며, 성부 성자 성령의 거룩한 이름을 받들어 화려한 색깔의 이념설교를 한다하고, 신도들은 예불과 예배와 미사는 형식이고, 끼리끼리 눈도장 찍고 뒤풀이 사교모임이 목적이라 하니, 이 나라가 종교백화점이고, 세계에서 종교의 자유가 가장 잘 보장된 나라라는 뜻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부처님 모시는 같은 사문의 사형사제들이니 호형호제가 당연하고, 다 같이 받들어 섬긴다는 하나님의 자식들이니 한 식구는 분명하고, 모두가 거룩하신 성삼위(聖三位)의 이름 아래 같은 색깔의 로브로 치부를 가리고, 추구하는 뜻이 같으니 동지는 틀림없으니, 무어라 입을 대고 트집 잡기에도 참으로 난감합니다.
아홉째는 “지 실력으로 자기소개서 제대로 쓰면 천연기념물이고, 지 실력으로 논문다운 논문 한편 쓰면 국보에 지정된다.”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스펙을 쌓고, 별별 짓을 다 한다더니, 대부분의 인재라는 사람들이 인터넷이 없으면 한 발짝도 못나가는 것이, 오늘날 이 나라 교육현장의 실상입니다. 모든 것이 기계에 저장되어 있으니, 자기머리는 헛된 망상 부리는데만 쓰고, 나쁜 계교 꾸미는데만 쓰면 되니, 강의는 들어서 무엇하고, 책은 읽어서 무엇에 쓰겠습니까? 생각조차 움직이기 싫은 편함을 의지하고서, 인성을 상실하고 판단력과 절제는 이름조차 모른 채, 감정대로 내어지르고, 해야 될 것 하지 말아야 될 것도 모르는, 모양만 사람인 괴물들이 되어 스스로를 망치는 줄도 모르는 채, 자기 머리로는 두 문장도 이어 쓰지 못하고, 남의 글도 단원이 조금만 길면, 앞줄과 뒷줄이 서로연결이 되지 않는 단순무지 속에 살아가며, 기계가 고르고 작성해 준 글들이 제 글인 줄 착각하고, 생각이 없으니, 어디서 감정을 자극하는 작은 멘트 하나면 날리면 우왕좌왕 미친 듯하니, 속 검은자들이 선전선동하기가 얼마나 편하고, 정치하시는 분들 힘 안 드는 분위기정치에 이용하기가 얼마나 좋습니까?
열 번째는 “국회의원이 하나 나면 선산(先山)밑으로 고속도로가 나고, 도의원이 하나 나면 선산자락에 지방공단이 들어서고, 군의원이 하나 나면 산허리 자기 고추밭 까지 지방도가 개설된다.”라는 말입니다. 국회의원님들이야 이제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픈 일이나, 지금은 새로 생겨난 지방의 신흥귀족들께서 누리시는 그 짭짤한 재미와, 지방예산 주무르는 그 수법들은, 날이 갈수록 하루하루 일취월장(日就月將)이랍니다. 깊은 골짜기 물 좋고 경치 좋은 곳, 의원님들의 별장 겸 전원주택까지 산뜻한 포장도로가 개설되고, 산중턱 의원님들의 선친산소 앞까지 마련되는 포장된 주차장들을 위한 예산은, 모두가 누구의 주머니에서 짜낸 고혈들입니까? 그러니 기초의원 폐지론이 나오니, 그 지방귀족 분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가당키나 한 소리겠습니까? 참으로 올 여름이 더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해 올린 내용들은, 회자되는 내용 중에 백분에 일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아셔야합니다. 지면을 빌어 소개 올리지 못하는 내용들은 여러분들이 들으면, 등줄기에 식은땀을 흘릴 내용들이라서 여기에서는 거론하지 않고, 지금 출간한 책과는 별도로, 훗날 따로 재미있는 책자를 내어 알려드리겠으니, 적선하시는 셈치고 꼭 한권씩 구입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땅에서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것이 전설이 되어버렸습니다. 부끄러워하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양심들이 있었다는 사실마저도 전설이 되어, 이제는 모두가 부끄러운 짓을 하여서라도, 제 욕심을 못 채우면 그것이 부끄러움인 줄 아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염치라는 말은, 갖다 바쳐야할 놈에게는 갖다 바칠 줄 아는 것이 염치인 줄 알고, 후안무치(厚顔無恥)는 부끄럽게 살지 않으려면 필히 갖추어야 할 기본소양인 줄을 아니, 이 땅에서 더 무슨 희망과 미련을 가지겠습니까?
전설은 말 그대로 전설일 뿐이지, 현실로는 절대 이루어지지지 않는 것이 전설인 줄을 알면서도, 그래도 이 땅의 젊은이들은, 지난날 어느 시절에 “개천에서 용 났다.”는 전설을 지금도 그리워한다는 것을, 여러분들에게 가슴이 있다면, 진실로 그 뜻을 한번 가슴 깊게 새겨 보십시오. 저는 비록 달랑 두 쪽만 차고, 갚아야 할 학자금대출만 잔뜩 안고서, 쥐뿔도 없는 적수공권(赤手空拳)입니다만, 무지와 탐욕은 이름을 더럽히고,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어찌, 훌륭하신 여러분들이 자신도 모자라, 자신들의 자녀들에게까지 가르치고 물려주려 하십니까?
삼권분립을 외치고, 헌법 1조 1항을 애용하시는 여러분들께 묻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 어찌해서 삼권분립을 주장하는 여러분들께서 행정부위에 군림하려는 법안을 내놓고서,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법이라고 호도하고, 같잖은 언론들은 맞장구를 치며 똥바람을 날려 대다가 되치기를 한번 당하고서는, 지금까지도 기회를 엿보고 계십니까? 국민들이 모르는 새로운 숨은 각본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시도 때도 없이 행정부의 장차관을 불러다 놓고, 서지도 않는 꼴사나운 위엄을 세우고 호통을 치며, 얼굴 드러내기를 하시면서, 여기에 더 무슨 업그레이드된 힘들을 원하십니까? 그러면 어째서 삼권분립국가에서 행정부의 각 부처 수장들은 국회의원들 앞에서 호통을 당하는데, 개망나니짓을 하는 국회의원들을 불러다 놓고 호통치는 기관은 없는 겁니까? 국민들이 나서서 국회감사부나 입법부감사원을 하나 만들어 드릴까요? 그래서 국회감사부나 입법부감사원에서 국회의장 국회의원들을 뉘 집 강아지 부르듯이,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대게 해드릴까요? 그래서 여러분들의 입에서 “더러워서 국회의원 못해먹겠다.”는 소리가 나왔으면, 국민들의 속이 아주 후련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행정부의 수장들을 불러다 놓고, 못 배운 양반놈들이 제집 종놈 잡듯이 해도 되는 것은 헌법의 어느 조항에 있습니까? 여러분들이 이 나라 법을 떡 주무르듯 하시는 분들이시라니까 이렇게 여쭈어 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국가의 삼권분립입니까? 깡패도 주먹을 날리기 전에는 말은 그보다는 더 점잖게 하고, 지들대로의 예의는 갖춥니다. 여러분들이 그러시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국정감사권이 있고, 예산결산권이 있어서 그걸 무기삼아 그러시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국정감사권과 예산결산권은 국민들이 나서서라도 당연히 거두어야지요. 무엇을 빌미삼고 약점으로 잡아, 협박을 해대면서 이득이나 보려고 하는 것은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여러분들에게 국정을 감사하는 권한이 있으면, 여러분들을 감사하는 기관도 필히 있어야, 그것이 여러분들이 늘 입에 담는 삼권분립이 바로 확립되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여러분들의 속내까지 읽는 것이 국민입니다. 입법부라는 말뜻은 행정부가 일 잘하도록 좋은 법을 만들어, 바른 법치를 펴도록 돕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국회는 남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해도 되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기관이 아닙니다. 은퇴기념 삼아 “나 아직 안 죽었다. 나 아직 힘 있어! 우리끼리 모여서 이 나라 삼권(三權)을 통째로 한번 가지고 놀아볼래?”하는 뜻으로,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던져본, 어느 분의 알량한 용심을 가지고, 그렇게들 한번 떠들썩하게 해주는 것이, 은퇴하는 선배동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따로 무슨 계산에 두고 있는 잇속들이 있어서 그러는 겁니까? 그리고 삼권분립이 분명하다는 대한민국 헌법에, 입법부가 대통령을 탄핵할 권리는 있고, 대통령은 실질적인 입법기관인 국회를 해산할 권리는 왜 슬그머니 삭제(削除)해 버렸습니까? 지금까지 개판으로 끌어왔던 국회는 누가 통제합니까? 또다시 지난날처럼 군이 나서서 해야 합니까? 아니면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합니까? 또다시 군이 나서고 민중이 나서면 쿠데타라 하고, 민중폭동이라고 염치없는 입들을 놀리실 겁니까?
유사 이래로, 힘과 지혜를 겸비한 정의로운 이들이 기치를 세우고 칼을 뽑아들어야만, 국토가 안정되고 나라가 평온해진 역사적 사실들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우리의 지나온 역사를 더듬어 보아도, 지혜롭고 정의로운 칼날은 나라를 망친 정치인들의 목을 겨냥했지, 민초들의 삶은 오히려 편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어느 시절이고, 군이 나서야하고, 민중이 거리로 나서야할 만큼, 정치권이 무지하고 탐욕스러울 때는, 항상 정치가 민초들의 목을 조르고 있고, 동여맨 민초들의 허리를 끊어지도록 아프게 한다는 분명한 증거입니다.
무지한 군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민주정치를 후퇴시켰다는 넋두리는 권력의 기회를 놓친 정치인들의 것이지, 대다수 민초들의 생각은 아닙니다. 오히려 민초들의 가슴은 더 후련한 것은 어쩐 일입니까? 그것도 민초들의 어리석음 때문입니까?
비록 여러분들 같이 치졸한 계교와 술수는 부릴 줄은 모르지만, 호국의 최전방에 선 군인들의 가슴은 항상, 호국의 일념으로 뜨겁고, 호국의 정신으로 늘 깨어있어, 여러분들의 가슴처럼 썩지 않았다는 것을 아십시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밖으로만 향하던 그 호국의 일념이, 썩어가는 등 뒤를 향한 구국의 통념(痛念)으로 바뀌어 기치를 세우면, 편안하게 자리 차지하고서, 매끄러운 입으로 우직한 힘들을 부려먹고, 더러는 그 우직한 힘들이 너무 고단하고 힘이 들어 하소연하고 툴툴대면, 간교한 입발림으로 달래고 속이면서 그들을 부려먹던 영악한 자들은 어김없이, 그것은 헌정중단이요, 역사의 단절이니, 무식한 너희들이 넘봐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하며, 악을 쓰고 악다구니를 퍼부어 왔습니다. 그리고 영악한 자들은 그 구국의 충정들이 이루어 놓은 성과마저도 저희들이 차지하고서는, 헌정질서파괴라는 이름으로 애써 그 공로를 깎아 내리고, 그 영악함과 간교한 술수로 얻어지는 손쉬운 이익들을 저희 자손대대로 이어가기 위해, 후대들에게 이제 다시는 이 땅에서, 그런 무식한 자들의 발호(跋扈)는 또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며, 파렴치한 소리들을 내뱉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연하고 품격있는 민주질서를 외치는 품위있는 분들께서는 수십 년을 두고, 무지막지(無知莫知)한 놈들이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국정을 단절시켜 놓고서는, 민초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 잠시 잘해준 것을, 어리석은 민초들이 속아서 오줌똥을 못 가린다며 열분을 토하셨겠지만, 그래도 세월은 의연(毅然)히 흐르고, 그 세월따라 역사의 물결은 도도히 흘러왔으며, 잠시나마 민초들의 가슴은 후련했었고, 또한 민초들의 삶은 더 윤택해졌습니다.
이 나라 역사 이래로, 현명함을 자랑하고 똑똑함을 내세우던 분들이 민초들에게 베푼 것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긴 세월을 한시라도 배고픔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끝내는 나라 망하는 꼴을 민초들에게 선사하고서는, 오히려 국토를 병탄(倂呑)한 자들에게 빌붙어서, 그들보다 앞장서 더 민초들의 고혈을 짜고, 또다시 그 후예들은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무기로 면모를 일신하고서, 기득권이라는 치가 떨리는 이름으로, 민초들 위에 군림하려는 것밖에 더 무엇이 있었습니까? 지금 이 땅에는 요소요소에 기득권의 극악한 횡포는 물론이요, 기득권의 하수인이 되니, 마치 저희들이 기득권이나 되는 줄 알고, 정말 오줌똥을 못 가리는 어리석은 자들도 함께 세상을 어지럽힙니다. 그런 하수인들을 이용하는 것이, 기득권들이 민초들의 눈을 속이는 또 한 가지 수법인 줄도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 하니, 기득권이 무슨 대대로 영원히 물려줘야 할 가업이나 되는 줄 아십니까? 민초들은 훌륭한 통치를 바랄뿐이지, 민초들의 여린 어깨를 딛고서서 그 위에 군림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민초들은 현명합니다. 무엇이 통치이고 무엇이 군림인지를 다 겪어봐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이제 하도 속아서, 눈을 감고도 “이것들이 무슨 모략을 꾸미려하는가.” 하고,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리석은 여러분들께서는 현명한 국민들이 눈을 감고만 있다고 착각하여, 딴짓하려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에게 다른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욕심을 부려도 국민들이 용납하는 허용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항상 염두에 두시고,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도리라도 하십시오. 그리고 이 시대 이 나라 이 땅에서 나라의 장래를 위하고, 국민들의 미래를 위하여 헌신하고 애쓰는, 몇 안되는 분들께 도움은 드리지 못할망정, 감히 악취 나는 험구를 놀리고, 무례를 범하지 마십시오. 무엇이 도리이고 무엇이 무례인지를 모르신다면, 동네 초등학교에 가서 눈망울 초롱초롱한 아이들에게 한번 가르침을 청해 보십시오. 그 말 없는 맑은 눈망울들이 여러분들께 진실한 답을 드릴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권에만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자신이 이 나라 이 사회의 책임있는 자리에 계신다고 생각한다면, 모두가 귀담아 들으십시오. 진정한 민의(民意)는 폭발임계점까지 압력이 차기만을 기다리며, 잠시 쉬고 있는 휴화산과 같은 것임을 명심들 하십시오.
그리고 이제, 지금 판세도 바뀌었으니, 헌법 개정을 꺼내어 각자의 계산들을 맞추어 보시는가본데, 모두들 착각하지 마십시오. 국민들의 눈에는 바뀐 판세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국민들이 여러분들이 정신들 차리시라고 “이것들이 어떻게 하는 가 한번 보자.”하고, 잠시 판을 흔들어 놓았을 뿐입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국가권력구조의 개편도 아니요, 대통령의 임기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제대로 굴러가고, 나라가 굳건하고, 민초들의 삶이 힘들지 않다면, 어느 분들이 언제까지 어떻게 이 나라를 이끌어가던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상관있는 사람들은 권력욕에 눈이 멀어 앙앙불락하는 여러분들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땅의 민초들은 다만 힘들지 않는 삶을 바라 뿐, 편안한 삶을 바라지 않습니다. 일하지 않고 게으른 ‘몸 편함’보다는, 각자의 능력대로 일하는 즐거움 속에 사는 ‘마음 편안함’을 바랄뿐입니다. 이것이 여러분들의 무지막지한 탐욕과 민초들의 아름답고 진솔한 욕심의 차이입니다.
헌법을 아무리 바꾸어도, 여러분들의 그 무지몽매(無知蒙昧)가 깨트려지지 않고, 끝 모를 욕심이 멈추지 않는 한, 개헌은 꿈꾸는 몽산(夢山)에서 뜬구름 잡기일 뿐입니다. 여러분들에게 권합니다. 여러분들이 만약 사심을 내려놓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이 땅의 국사화(國史畵)를 그리는데 동참해보고 싶다면, 헌법보다 권위 있는 법은, 유구한 세월 이 강토를 지키고 꾸려온 민초들의 가슴에 자리 잡은, 보편적 정서와 보편적 정의의 바탕 위에 한 글자도 없이 새겨진, 국민정서법이라는 것을 항상 가슴에 안고, 한번 도전해보십시오.
제 나이 이제 만으로 서른넷입니다. 이 젊은 입에서 여러분들이 이런 소리를 들으셔야만 합니까? 여러분들은 “이 젊은 아이가 천지이수도 모르고 건방지게 나서는구나!” 하실지 모르지만, 사실은 저도 더 이상 건방을 내세울 기력도 없거니와, 이제 이 땅은 건방을 부려서라도, 한번 바로 잡아봐야 할 곳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이 젊은이가 이제 이렇듯 길게 분기를 드높이는 것을 보니, 이 땅을 위한 가치라고 여겼던 모든 것들과는 정을 끊으려 하는구나.” 생각하시고 잠시만 참으십시오. 앞으로 머지않아 이 땅의 미래들을 위해서라도, 가슴에만 담아두어서는 안될 몇 가지 사실만, 이미 전부터 준비해둔 경로를 통해서 전해드리고, 살롱 문을 내리고, 지금까지 혼자의 가슴으로만 보내왔던, 이 나라 정치에 대한 지지와 기대를 조용히 철회하고서, 제 본연의 업인 과학도의 자리로 돌아가, 평생의 소원인 입자생물학이라는 학문을 개척하는데 매진할까 합니다. 비록 그 학문이 이 땅을 위해서 펼쳐지지 않더라도, 그것이 저와 이 땅의 인연이라고만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몇몇 분들께 주문합니다. 지금까지 도움은 주지 못했을망정, 뒤에 숨어서 남의 가는 길을 방해하지 마십시오. 이 젊은이가 가는 길은 여러분들과 같은 후안무치한 탐욕의 장이 아닙니다. 미래들을 위하여 학문을 탐구하고, 진리의 문을 열고자 하는 학도의 길입니다. 숨어있다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숨어있는 모습까지 다 보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뛰는 사람이 있으면, 그 위에는 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항상 머리 위를 생각하십시오. 무엇이 그렇게 불안들 하십니까? 제가 어른들로부터 들은 말에는 “욕심은 식물(食物)을 감(減)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분에 넘치는 욕심들은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사십시오. 연작(燕雀)은 홍곡지지(鴻鵠之志)를 아득히 모른다 했습니다. 홍몽(鴻濛)을 밝히려는 큰 빛을 어찌 작은 어두움이 가리겠습니까? 사필귀정과 자업자득은 진실한 이치입니다. 모두가 명심하십시오. 끝까지 어리석음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 글이 훗날 뼈아프게 새겨질 날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