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318-319 가운데 일부 발췌 -
아래위가 허전하고, 서늘한 듯 느끼는 바 앉은자리가 사라져, 비추는 바와 대상이 둘 아니고, 눈앞이 일목요연(一目瞭然)하여 일념이 만년고금에 뻗치며, 더러는 알 수 없는 것이 새털처럼 가벼워 거칠 것이 없어지는 경계가 오더라도, 중생업(衆生業)이 지중함을 알아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민망하게 여기어 삼가 할 줄 알면, 불보살(佛菩薩)의 가피(加被)와 제천선신(諸天善神)이 위호(衛護)함이라 할 것이나, 얻을 바 없는 경계를 얻은 바 있음이라 여기어 기뻐하며, 덥석 잡아서 깔고 앉아 안주하면 천만 마구니의 마장(魔障)에 꼼짝없이 걸려들어 갇힌다.
진정대승묘(眞定大勝妙)의 경계는 물론이고, 알지 못하는 경계가 다가와 자못 수승(殊勝)하고 신묘(神妙)하더라도, 먼저 지혜각조(智慧覺照)에 정력(定力)이 함께하는가를 가늠하고, 선천발로(先天發露)의 소지장(所知障)과 자연발로(自然發露)의 번뇌장(煩惱障)에 비록, 미세의 진습(塵習)이더라도 번뇌망상의 기멸(起滅)이 남았는가를 점검하며, 눈앞의 구름가림이 어떠해졌는가를 살펴, 선지식을 찾아가 조목조목 점검받아서 나아가는 길이 일호(一毫)의 착오도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