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거칠 것 없는 집단이, 존재하지도 않는 절대권력에 대항하기 위한 특권이 필요하단 말인가?
“시대가 법을 만들고, 시절이 법을 이끌고 베푼다.”하였는데, 우리의 법은 어찌하여 시대도 초월하고, 국민들의 시절정서마저 외면하는가? 의원면책특권이라는 법은 수백년 전 서구 어느 곳에서, 절대왕권을 견제하고 절대권력에 대항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던 법이다. 대한민국의 정부수립과 더불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고, 한 번도 사용해 본 바가 없는 서구의 민주주의체제라는 것을 가져다 바탕삼고, 거기에다 이 땅을 지배하던 자들의 법체제를 골격으로 하여 급조(急造)된 우리의 헌법은, 그동안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권력자들의 손에서, 그때그때 그들만의 권력적 편리만을 위한 일부조항의 개정만 이루어져왔을 뿐, 시대정신과 국민들의 시절정서는 철저히 외면되어 왔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권력에 대항하여 민의를 대변하기 위한 법이라면, 지금 우리의 정치현실은, 국회라는 집단만큼 안하무인이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권력집단은 이 나라 어디에도 없는데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라는 특권은 도대체 어디에 필요한 면책특권이란 말인가? 법적인 특권을 제외하고도,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특권이라는 특권은 다 누리며, 대통령중심제의 국가에서 국가수반인 대통령마저도 서슴없이 협박하고 깔아뭉개려고 시도하는 국회가, 무엇이 두려워 또 다른 특권이 필요하단 말인가? 면책특권이라는 법적 보호 아래, 자신의 사감(私感)을 바탕에 깔고, 지극히 사념적(邪念的)이고 수준미달인 언어들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국정질서를 어지럽히면서도, 그것이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여기는 뻔뻔함을, 국민들은 언제까지 용납하며 아량을 베풀어야만 하는가?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이 인종과, 지역과, 연령과, 종교와, 신분의 고하에 차별 없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법의 기치 아래, 국민으로서 동등한 법적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며 살아가는 민주공화국이다. 아무런 차별 없이, 국민 개개인의 권리와 의무가 언제 어디서나, 공정하고 공평하게 조건 없이 대우받는 것이, 민주공화국을 성립시키는 법적, 도덕적 본질이다. 이러한 민주공화국에서, 어느 집단과 어느 개인이 누구를 위해서, 무엇 때문에, 그들만을 위한 초법적인 특권이 필요한가! 특권을 행사해야 할 목적이 사라지고 없는 이 시대 이 땅에서, 누구의 아름다운 입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아직도 면책특권이 필요한가? 특권이 있다면, 누리는 특권만큼 지켜야 할 특별한 의무가 있는 것이 권리와 의무의 필연적인 동반성이다. 만약 특별한 특권이 필요한 자들이 있다면, 누리는 특권만큼 책임져야 할 의무도 져야하는 것이 당연지사(當然之事)이다. 누리고 있는 자들은 책임과 의무는 회피하고, 누리는 것만 누리고 싶겠지만, 모든 법과 의무가 일호(一毫)의 차이도 없이, 대대적(對對的)으로 동반하는 것을 기본상식으로 알고 살아온 국민들로서는,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아무런 도덕적 기준도 없고,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오직 저희들의 이익과 목적달성을 위해 내키는 대로 내뱉고, 저지르고 싶은 대로 저지르고서도 책임지지 않는 초법적 특권은, 적어도 이 땅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허용될 수도 없고, 허용되어서도 안되는 불법적 특권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헌신하고 애쓰는 이들에게 베푸는 국민들의 특별한 정서적 대우를 제외하고는, 이제 모든 특권이라는 이름은, 평등(平等)의 성지(聖地) 위에 건립된 이 나라 이 땅에서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만에 하나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진정 국민을 위해서 필요한 특권이라 여겨 존치(存置)된다면, 그 특권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제 본분을 다하지 못할 때에는, 국회의원 선출권한을 가지고 그들을 선출한 책임이 있는 국민들은 모두가, 이제부터는 그들로부터 그 특권을 거두어들일 당연한 법적 권리와 의무가 국민들 스스로에게 있음을 자각하고, 이 땅의 주인으로서 지금까지 잊고 있던, 그 본연의 권리와 의무를 마땅히 행사하고, 실행에 옮겨야만 할 책무가 있음을 또한 자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