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8일 월요일

여의도살롱 - 73


<신의(信義)>

사람이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 믿음과 의리(義理)는 모든 것에 바탕이 되고, 우선되어야 할 기본덕목(基本德目)이다. 믿음은 의지(依支)하는 마음에서 나오고, 의지하는 마음은 둘이 하나가 되고, 여럿이 하나로 되는 화합(和合)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道理)인 의리는, 서로를 존중(尊重)하고 배려(配慮)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고, 존중과 배려가 바탕이 된 인간관계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禮儀)이다. 비록 시절이 달라, 본래의 뜻이 빛이 바래고, 그 적용이 다르다 하더라도, 삼강(三綱)과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오상(五常)으로 표현되는 강상(綱常)의 도리는, 오랜 세월 이 세상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도덕적 기준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제, 시세(時世)가 적막(寂寞)하여 강상이 무너지니, 개세(改世)의 조짐(兆朕)은 역력(歷歷)한데, 수수객로(愁愁客路)에 풍상(風霜)을 마주하고 보니, 다만 보이는 것은 거두어야 할 허물뿐이다.

공명정대(公明正大)와 화합(和合)과 배려(配慮)와 질서(秩序)를 가르쳐야 할 정치는, 배신(背信)과 권모술수(權謀術數)와 이전투구(泥田鬪狗)와 명리(名利)를 좇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을 가르치고, 정의(正義)의 편에 서서 창언정론(昌言正論)으로 세상을 밝히고, 계몽(啓蒙)하고, 이끌어 가야 할 언론은 권력의 주구(走狗)가 되어, 호도(糊塗)와 선전선동(宣傳煽動)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여 세상을 도탄(塗炭)에 빠트리는데 앞장서고,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지혜(智慧)의 눈을 뜨게 하여 진리의 길로 이끌고, 세상을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앞장서야 할 종교와 교육은, 진리를 빙자(憑藉)하고 가르침을 앞세워, 선민(善民)을 수탈(收奪)하고, 동량(棟樑)들을 눈멀게 하며, 세상을 계세(季世)의 길로 이끄는데 앞장서니, 이미 이 시절, 이 땅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금수(禽獸)의 것일 뿐이다.

비록 진실한 이치에는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 하나, 눈앞을 바로보지 못하는 유무(有無)의 세상에는 명백히 시작과 끝이 분명하여, 세상의 시작이 있고, 나라의 시작이 있음이 또한 분명하니, 시대 따라 시절 따라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있어, 멸세(滅世)와 망국(亡國)이야 당연지사(當然之事)이나, 옛 시절에는 조짐이 극난(極難)하고, 기미(幾微)가 수상(殊常)할 때에는, 모두가 스스로 알아차려 시절을 가벼이 하지 않았다 하였는데, 지금은 눈앞에 이렇듯 뚜렷하여 명백한데도, 비량흉풍(鼻粱凶風)마저 알아차리지 못하니, 참으로 계세(季世)의 조짐이요, 망국의 서조(緖兆)가 아닌가!? 비록 끝까지 연연(戀戀)하고 저어함은 함께한 허물 때문이나, 흉중(胸中)에 서린 한(恨)이 사직(社稷)을 위한 충혼의백(忠魂義魄)에 대한 신의(信義)요, 함께한 이 땅에 대한 신의 일진데, 일휘절영검(一揮絶影劍)으로 마땅히 허물을 감당함도 장부의 도리이니, 훗날에 이 막막황토(漠漠荒土)에 누가 있어, 오늘 일을 돌이켜 회한(悔恨)하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