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6일 월요일

여의도살롱 - 102


<계파와 패거리>

겨우 말배우기를 시작하는 첫돌배기를 붙잡고, 안방에서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하면서 편가르기를 가르치고, 사랑방에서는 “할매가 좋으냐? 할배가 좋으냐?”로 희비(喜悲)가 엇갈리고, 건넌방에서는 “고모가 좋아? 삼촌이 좋아?”로 어린 것을 얼러대며, 패거리 짓기를 도모(圖謀)하니, 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것이 편가르기요, 패거리짓기이다. 그러니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저희들 나름대로 계파가 있고 패거리가 있어, 거기에 속하지 못하면 왕따를 당하는 세상이다. 태어나 배우는 첫 교육이 패거리짓기요 편가르기이니, 이 땅에서 무편무당(無偏無黨)으로 무엇을 도모하고 이룬다는 것은 가히 불가당사(不可當事)가 아닌가!

창업공신(創業功臣)들인 훈구파(勳舊派)와 유림(儒林)들의 사림파(士林派)가 대립하여 사대사화(四大士禍)를 일으켜 참혹하게 죽고 죽이더니, 득세(得勢)한 사림이 드디어 동인(東人), 서인(西人)으로 갈라지고, 동인은 남인(南人), 북인(北人)으로 갈라지고, 북인은 대북(大北), 소북(小北)으로 갈라지고, 서인은 노론(老論), 소론(少論)으로 갈라지고, 노론은 벽파(僻派)와 시파(時派)로 갈라지며, 가르고 쪼개어서 나라와 백성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저희들의 권력과 이득을 위해서 물고 뜯고 할퀴고 죽이면서 수백 년을 내려오며, 세상 돌아가는 판세도 모르고 설쳐대다가 끝내는 사직이 무너지고, 국권을 강탈당하여 온 민족이 36년의 세월을 유랑(流浪)의 가슴을 부여잡고 살아오다가, 선열(先烈)들이 피 흘려 나라를 되찾은 지가 불과 얼마 전인가!?

그리고 두 동강난 이 땅에서 물고 뜯고 할퀴면서 난장판으로 흘러온 세월이 또한 수십 년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권력의 물줄기가 소용돌이칠 때마다 이합집산(離合集散)을 거듭하면서도, 입마다 거품을 물고 계파정치, 패거리정치를 청산하겠다며 같잖은 소리들을 해댄다. 사람 사는 세상에 무편무당(無偏無黨)한 사람을 가만히 두는 것을 보았는가? 아무리 무편무당을 외쳐대도, 세상은 기어이 그들을 무편무당을 주장하는 편으로 만들고 만다. 심지어 종교에도 교파(敎派)가 있어 온 세상을 뒤흔들지 않는가? 지난날 불교문중에서도 문파(門派)마다 “이것이 우리문중의 종취(宗趣)이다.”하면서 내세우는 바가 다르니, 어느 문파에서는 우리 문파는 절대로 종취를 내세우지 말라고 하며 몇 대를 내려오니, 어느새 우리문중은 절대로 종취를 내세우지 않음을 종취로 삼고 있더라 하지 않았는가?

선악(善惡)이 있고 정사(正邪)가 있으며, 정의(正義)가 있고 불의(不義)가 있는 인간 세상에 어찌 편당(偏黨)이 없겠는가마는, 편당이 문제가 아니라, 편당이 무엇을 추구(追求)하고 행하느냐가 문제이다. 그 추구하는 바가 얼마나 상식적이고, 보편적이고, 천하상생(天下相生) 만민위공(萬民爲共)의 절대공화(絶對共和)인가가 문제이다. 그러니 제도와 구조의 개혁이 아니라, 가슴마다 양심(良心)과 상식(常識)의 정립이 시급하고, 마음의 편당을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지 않는가!? 대통령의 새로운 정치, 올바르고 정의로운 정치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더니, 어느 양반의 귀국일성(歸國一聲)이, 이 나라정치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정권의 교체가 아니라 정치의 교체라 하니, 그 말이 곧 그 말인데도 무슨 신선한 새로운 말같이 환호하지 않는가!? 이것 또한 지워야 할 마음의 편당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