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2일 월요일

화두공안(話頭公案) - 제12관


<요지경(瑤池鏡)>

연작이 묻되
“무엇을 농단(壟斷)이라 하나이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국법(國法)을 떠나고, 양심과 도덕을 외면하여 마음대로 주무르며, 불의(不義)로 취(取)한 알량한 힘을 믿고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짓을 일삼는 것을 농단이라 하느니라!” 한다.
연작이 이어서 묻되
“그러면 같잖게도 누가 누구를 보고 국정농단의 주범(主犯)이라 하나이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시절이 수상(殊常)하여 악당과 그 하수인(下手人)과 주구(走狗)들이 득세(得勢)하는 세상이니, 무엇 하나 온전하겠느냐!? 그를 일러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 하느니라!” 한다.
그러자 연작이 의아(疑訝)한 듯 다시 묻되
“그러면 역사(歷史)는 시비(是非)의 대상이 아니라 교훈(敎訓)의 대상이라 하였는데, 무엇이 믿어 의지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역사(歷史)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역사란 눈이 밝으면 덧칠하는 것까지도 보이나, 눈이 어두우면 덧칠만 보이는 것이 역사이니라! 그런 연유(緣由)로 자고(自古)로 세상은 요지경(瑤池鏡)이라 하느니라!” 한다.

연작이 다시 묻되
“본인을 한 번도 접견(接見)조차 못한 국선변호인(國選辯護人)이 변호를 한다 하고, 검찰이라는 자들은 그런 국선변호인을 상대로 법리(法理)를 논한답시고 해괴(駭怪)한 논리를 내세우고, 법관은 그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해괴한 놀음을 가지고 심판을 한다 하니, 이것이 무슨 놀음놀이입니까? 그리고 또한 이것을 담 넘어 불구경하듯이 멍청하게 바라만 보는 자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들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그래도 저희들은 모두가 저희들 잣대로는 정의로운 법관들이고, 저희들 하나하나는 세상에서 둘도 없이 똑똑하고 잘난 국민들이니라!” 한다.

연작이 또다시 묻되
“법 만들기를 좋아하는 세상에 당연히 있어야 할 법은 차일피일(此日彼日) 미루고, 없어도 될 이런저런 법은 자꾸 만들어지는 까닭은 무엇이오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차일피일 미루다가 흐지부지 되어버리는 법은, 힘 있고 가진 자들에게 불편한 법이기 때문이고, 당장 있어야 할 법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운운(云云)하며,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무지렁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쥐어짜기 위함이 아니더냐!? 그리고 인권을 운운하며 이런 법은 없애고, 저런 법은 만들자는 배후(背後)와, 생명의 고귀(高貴)함을 빙자(憑藉)하여 사형제를 없애자는 배경(背景)에는, 저희들의 편리와 최후의 안전장치(安全裝置)를 마련해 두려는 악당들이 도사리고 있느니라! 어차피 잣대마다 정의와 윤리와 도덕과 양심의 기준이 다르고, 시세(時勢)따라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인 것이 법일진대, 오로지 믿을 것은 제 주먹밖에 더 있겠느냐!? 그러니 필경(畢竟)에는 난장판의 참상(慘狀)밖에 더 있겠느냐?! 늙은이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저희들의 정책에는 거치적거리는 존재들이고, 있어봐야 어차피 저희들 편이 아니라 믿으니, 늙은이들의 병원진료비는 300%를 올리고도, 분이 덜 풀린 듯이 씩씩거리는 것이 후안무치(厚顔無恥)를 덕목(德目)으로 삼는 자들이니라.” 한다.

연작이 작금(昨今)의 수상한 여러 일들을 거론하며 묻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하룻밤 사이에 밀사(密使)가 오고가는 흉내를 내더니, 뜬금없이 두 바지가 회동(會同)을 한답시고 세상을 의아(疑訝)하게 만들더니, 세상에 죽일 놈이라던 트럼프아재에게까지 추파(秋波)를 던지니, 이것은 무슨 해괴한 일이오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똥줄이 타는 것은 바지요, 삭신이 오그라드는 것은 물주이니, 이판사판이라 가릴 것이 없으니, 체면불구요 염치불구가 아니면 목숨을 부지하겠느냐!? 그러나 이 와중에도 아직 살얼음판을 운운하며 너스레를 떨면서 얼렁수가 오고가고, 찔러보고 맛을 보는 간보기가 오고가는 것을 보니, 아직은 숨쉴 여력(餘力)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 한다.

연작이 또다시 눈앞의 참상(慘狀)을 들어 묻되
“설 자리 앉을 자리를 살필 줄을 모르는 것은 누구의 허물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최초의 노벨문학상으로 빛내려던 은이도 주무르고 더듬고 덮치고, 둘도 없는 절친 범신이도 그러하고, 동기동창 단짝인 윤택이도, 평생의 동지 희정이도 만지고 주무르고 덮치고, 정치적 동반자인 원순이도 지는 덮칠 힘이 없으니 덮친 놈을 감싸 돌고, 믿었던 홍(洪) 아무개와 민(閔) 아무개도 그러하고, 주위가 모두 주무르고 더듬고 만지고 덮친 자들뿐이니, 설산(雪山)까지 다녀온 사람이 체면이 있고 가오가 있는데, 쪼잔하게 누구처럼 부엉이 바위에 오르겠느냐!? 돌아보면 인수봉도 있고, 가까운 북악에도 기밀지역(機密地域)에 들어가면, 펌뛰기 하기에는 그럴듯한 자리가 더러 있느니라! 지난날 어느 화백이, 이 그림은 절대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라며 극구(極口) 부인(否認)해도, 이 그림은 국립미술관에 판 사람도 그럴만한 사람이고, 사들인 사람도 그럴만한 사람이니, 이 그림은 네 그림이 틀림없다고 엄중히 추단(推斷)하고, 오만가지 사항이 모두 탄핵의 사유가 아니라 하면서도 남의 속을 들여다 본 듯이, 헌법을 수호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아서 대통령을 파면한다던 것이 이 나라의 법이니, 더듬고 주무르고 덮친 오빠들과 당했다는 언니들도 모두가 그럴듯한 사람들이니, 이참에 아예 그럴듯한 사람들의 취미생활과 편리를 위해, 더듬고 만지고 주무르고 덮치는 것을 합법화하는 것도 그럴듯한 일이 아니더냐?” 한다.
연작이 궁금한 듯 다시 묻되
“이러한 것이 전통입니까? 버릇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일찍이 해방이 되자마자, 북쪽 당중앙(黨中央)에서 내려온 혁명화전략전술(革命化戰略戰術) 가운데, 간부동지들에게 전하는 특별기밀(特別機密) 지령(指令)에는, 쓸 만한 인텔리 여성동무들은 덮쳐서 내 사람을 만들고, 부려먹기에 좋은 무지한 여성동무들은 감성(感性)을 자극하여 얽어매어, 충성심을 이끌어 내라는 것이 있었느니라! 세월이 흘러 세상이 변하였음에도, 입당(入黨)한 남녀동무들을 혼숙(混宿)을 시키고, 이런 저런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짓을 일삼는 것은 지난날의 훈령(訓令)에서 비롯된 전통이요, 만지고 주무르고 덮치는 것은 그 전통을 중히 여기는 자들의 버릇이니라! 이런 악습(惡習)을 전통으로 삼고, 이런 버릇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을 적폐(積弊)라 하나, 이런 자들이 오히려 적폐청산을 운운(云云)하는 세상이니,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 아니더냐!? 이러한 적폐의 위대한 원조(元祖)는 따로 있었으니, 지금은 비록 한줌의 부토(腐土)가 되어 제 갈 길을 갔으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 시절에, 남의 비단전(緋緞廛) 사환(使喚)노릇을 하며, 서너살 늦은 나이에 밤에 상업학당 야간부 3년을 다니다가 중퇴(中退)한 자가, 미주(美洲)에 유학을 가서 의사가 되어 돌아온 재원(才媛)을 취하기도 하여, 그 당시로는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꿀 수 없는 일을 성취하였다 하여, 그들 업계(業界)에서는 만고(萬古)의 전설로 남아, 오늘날까지 추앙(推仰)을 받으며 본보기가 되어 왔느니라!” 한다.

연작이 추연(惆然)히 옛일을 회상(回想)하며 묻되
“비록 배은망덕(背恩忘德)과 후안무치(厚顔無恥)를 덕목(德目)으로 삼는 흉금학수(兇禽虐獸)의 세상이오나, 무엇이 은혜를 온전히 보답하는 일이오니까?” 하니
홍곡이 손뼉을 치며 크게 기뻐하여 이르되
“네가 갈수록 뜻이 가상(嘉尙)해지는구나! 진실한 보은(報恩)이란, 혜안(慧眼)을 길러서 눈을 바로 뜨고, 무엇이 진실한 은혜인지를 살필 줄 알아, 은혜를 바로 아는 것이 은혜를 바로 갚는 것 이니라!” 한다.

고고봉정은파랑이요
(高高峰頂銀波浪, 높고 높은 산봉우리에 은빛 물결이 일고)
심심해저기홍진이로다!
(深深海底起紅塵, 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붉은 티끌이 인다.)
모름지기 대장부(大丈夫) 일신면모(一新面貌)하려면
백척간두진일보요
(百尺竿頭進一步, 백척간두에서 발을 내디디고)
만장절애척일신이라 하였으니
(萬丈絶崖擲一身, 만장절애에서 몸을 내던진다.)
차라리
아난(阿難陀)이 스스로 허공에 올라 불꽃되어 사라진 것 보다는
만공벽운(滿空碧雲)이 적적조요(寂寂照耀)하니
운상고봉(雲上高峰)에 올라 홀로 춤추며
바람에 먼지가 흩날리듯
허공에 흩어져간들 누가 운치(韻致)를 시비하겠는가!?

<작성 - 2018년 3월 12일(음력 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