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8일 월요일

화두공안(話頭公案) - 제26관


<불망기(不忘記)>
 
연작이 묻되
무엇이 천추(千秋)에 남겨야 할 불망기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천만년이 흘러도 남는 것은 불망기뿐이니, 무엇을 애써 남기려 하느냐? 시절이 밝아 심성(心性)의 어진 바탕에 지혜(智慧)가 꽃피면 불망기를 바로 읽을 것이나, 시절이 혼망(昏忘)하여 무지(無智)하고 무지(無知)하면 눈앞도 살피지 못하느니라. 지금 눈앞의 시절이 어느 시절이냐? 대대손손(代代孫孫) 역사를 바로보아 바로 전할 줄 알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을 줄 알면 그것이 불망기이니라.
그러므로 눈앞을 떠나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것은 의식적 망상(妄想)이니, 눈앞을 여의지 않은 눈앞의 미래는 언제나 예측 가능한 불확실성의 시대이나, 눈앞을 떠난 미래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의 시대이니라. 지혜(智慧)의 눈을 뜨고 바로 보면, 과거도 눈앞의 과거요, 현재도 눈앞의 현재요, 미래도 눈앞의 미래이니,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언제나 눈앞의 한 일이니라.” 한다.
 
연작이 다시 묻되
왜곡(歪曲)하고 호도(糊塗)하여 눈을 멀게 하니, 이것을 어떻게 바로잡아 전해야 합니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뛰어난 화공(畵工)이 어찌 덧칠한 그림을 알아보지 못하겠느냐? 왜곡하고 호도하여 눈을 멀게 한 것도 낱낱이 그려지고 전해지는 것이 역사화(歷史畵)이고, 덧칠한 그림마저도 바로잡을 줄 아는 것이 사가(史家)의 바른 눈이니라.
뱃전에 앉아서도 물밑의 흐름을 꿰뚫는 것이 노련한 사공(沙工)이요, 홍도화(紅桃花) 그림자 바람에 창을 두드리니 온 나라가 봄인 줄 알고, 문득 일락홍엽(一落紅葉)에 온 천지(天地)가 가을인 줄 아는 것이 눈 밝은 사람이니라.
정당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저희들이 추대(推戴)하여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을 앞장서서 탄핵(彈劾)한 자들이, 선거에 참패(慘敗)한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인데도, 감히 여러 가지 폐성(吠聲)을 늘어놓으며 변명을 일삼으니, 이것을 두고 후세의 사가들이 과연 무엇이라 논하겠느냐?” 한다.
 
연작이 또다시 묻되
폭동(暴動)이 민주화(民主化)가 되고, 찬역(簒逆)이 혁명(革命)이 되고, 폭도(暴徒)들과 악도(惡徒)들과 역도(逆徒)들이 열사(烈士)가 되고 유공자(有功者)가 되는 판에, 어찌 훗날을 장담(壯談)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니
홍곡이 답하되
어찌 산을 보지 못하고 숲만 보는가? 한눈으로 내려다보면, 역리(逆理)가 순리(順理)를 거스르는 것도 순리 가운데 일이니라. 장담하지 못할 일이 그려지면,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 염려하는 바도 함께 그려지는 것이 정리(正理)이니라.
비록 정의(正義)가 병들어 비틀거리니, 불의(不義)가 정의를 가장(假裝)하는 시대이나, 시대가 세월의 흐름을 어찌 거스르겠느냐? 그러나 이 땅의 무궁화(無窮花)는 옥중화(獄中花), 옥중화의 절의(節義)가 만고청절(萬古淸節)이니, 상질(上質)의 천년 전단향(栴檀香)은 천겹을 싸도 향기(香氣)가 만리(萬里) 밖이요, 진금(眞金)은 닦지 않아도 만고에 빛나느라!” 한다.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라
일체대대(一切對對)가 본무상(本無相)이니
무한(無限)도 아니요 무극(無極)도 아니로다.
어디를 향해 삼배(三拜)를 올리고
마땅히 은혜를 물어야 하는가?
!
일러도 빗나가고, 이르지 못해도 어긋나니,
오히려 눈앞의 이 도리(道理)가 누구의 허물인가!?
 
<작성 - 2018618(음력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