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일 월요일

화두공안(話頭公案) - 제29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연작이 묻되
무엇이 이현령비현령이옵니까?” 하니
홍곡이 가로되
()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被疑者)는 아직 죄수가 아니고, 죄수가 아닌 사람은 함부로 구금(拘禁)하고 구속(拘束)할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한데도, 대법원의 판결은 고사하고, 일심재판도 시작하기도 전부터, 세상이 다 아는 사람을 도주(逃走)의 우려(憂慮)와 구속할 상당(相當)한 사유(事由)가 있다는 가당찮은 이유로 사람의 인신(人身)을 구속하고, 아직 인신확인도 되지 않은 사람을 포토라인에 세워놓고, 무슨 돈 받고 선 모델인 양 마음대로 사진을 찍어대고, 마치 초청받은 연사(演士)인 양 마이크를 들이대고 소감(所感)한마디를 부탁한다니, 간악(奸惡)한 무리들이 알권리라는 별 희한(稀罕)한 폐성(吠聲)으로 남의 인격을 짓밟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아니, 그것이 바로 저희들이 주장하는 알권리를 빙자(憑藉)한 반민주적 인권유린이 아니더냐?
이것이 누구한테서 부여받은 권리이며, 어디에서 근거한 법이더냐? 그러고도 세상이 뒤바뀌어 저희들을 그렇게 대접하면, 제일 먼저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우며 입에 거품을 무는 것이 천학(賤虐)의 무리들이니, 그 천학의 무리들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쓰는 것이 이현령비현령이니라. 국가반역이 아니고는 통치행위는 법으로 잘잘못을 묻지 않는 것이 법이요 통례(通例)인데도, 찬역(簒逆)을 정당화하기 위해 구속하고, 성폭력은 강간죄(强姦罪)에 해당하는 엄연한 흉악범(凶惡犯)인데도 구속영장을 수차례 기각(棄却)하니, 이것이 또한 이현령비현령이 아니더냐?” 한다.
 
연작이 다시 묻되
간도(奸徒)와 악도(惡徒)와 역도(逆徒)는 어떠한 무리들입니까?” 하니
홍곡이 이르되
순리를 거슬러 찬역(簒逆)을 도모(圖謀)하고 획책(劃策)하고, 불의(不義)한 찬역에 부역(附逆)하고, 찬역의 주구(走狗)가 되어 날뛰는 무리들이 모두가 그러하니라. 악구요설(惡口妖說) 감언이설(甘言利說)과 호도(糊塗)와 기만(欺瞞)으로 눈을 멀게 하는 것이 그들의 덕목(德目)이니, 앞장서서 요령(鐃鈴, 搖鈴)을 흔들며, 맹인들을 불구덩이와 물구덩이로 몰아넣고 즐기는 것이 또한 그들이 자랑하는 오락(娛樂)이니라.” 한다.
 
연작이 또다시 묻되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도 해가 지면 놀이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법인데, 어찌하여 모두가 날 저무는 줄을 알지 못하나이까?” 하니
홍곡이 웃으며 가로되
네가 이제 시절을 알아가니 연륜(年輪)이라는 이름이 헛된 것이 아니구나! 더러는 꿈을 깰까 두려울 만큼 꿈자리가 재미있고, 더러는 재미있는 꿈을 찾아 이 꿈 저 꿈 다 꾸다가, 필경(畢竟)에는 나는 이제는 꿈에서 깨어났다.’는 꿈을 꾸고 있으니, 일낙서산(日落西山)에 월출동산(月出東山)을 어찌 알겠느냐?” 한다.
 
재미있는 놀이를 하던 아이들도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법
하물며
회자정리(會者定離) 생자필멸(生者必滅)임에랴!
원효(元曉)노인이
나지 마라 죽는 것이 괴로움이요
죽지 마라 나는 것이 괴로움이다 하니
어린 동자가 장황설(張皇說)이라 비웃으며 이르되
생사가 모두 괴로움이라 하네.
 
<작성 - 201879(음력 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