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無門關)>
연작이 묻되
“무엇이 무문관입니까?”
홍곡이 이르되
“묻는 이가 없어 스스로 설하니 무문자설(無問自說)이요, 법이란 본래 설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를 다만 이름하여 설법이라 한다(無法可說 是名說法). 눈멀고 귀먹은 채 물속에 앉았으니 일체가 벽(壁)이요, 눈앞을 바로비추니 일체가 문(門)이라, 어디에서 문을 찾고, 어디를 더듬어 문을 열겠는가? 궁극(窮極)의 본래자리를 요달(了達)하여, 본래 문 없음을 바로 비추고자 하는 것이 무문관이니라.” 한다.
봄바람은 무정하여 간월대(看月臺)도 비켜가고
망월루(望月樓)도 돌아가는데
달빛은 유정하여 자고새 밤새워 다정사(多情詞)를 부르누나.
어이하여
봄바람 지나간 자리 백화(百花)가 난만(爛漫)하고
다정한(多情恨)을 못 이겨 자고새 울고 간 옛길에
방초(芳草) 무성(茂盛)한가?
망향정(望鄕亭) 난간(欄干)에 서서
임 그리던 애틋함도 옛일이 되니
꽃 피고 새 우는 이 한 시절이 홀로 외로워라!
시세가 이러하니 시대가 이러하고
시대가 이러하니 시절이 이러하여
세운 뜻이 있으나 아는 이 없으니
이것이 장부의 쓸쓸한 고준(高峻)함이고
세운 뜻이 있으나 함께 할 이가 없으니
이것이 장부의 외로운 호기(浩氣)이고
세운 뜻이 있으나 전하고 펼칠 곳이 없으니
이것이 장부의 아쉬운 자분(自分)일 뿐
연연하고 저어함이 없다면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대장부 휘휘기상(輝輝氣像)이 모습에 있지 않으니
어찌 남녀에 있고 빈부귀천(貧富貴賤)에 있으리요!
뜻이 바르고 견고하여 주저하고 거침이 없으며
행하는 바가 그 뜻에 어긋나지 않으면 대장부이니
모름지기 대장부 뜻을 품었으면
조령삼관(鳥嶺三關)을 파(破)하지 않고
한양(漢陽)을 도모(圖謀)하겠는가!?
당부(當付)하고 당부하노니!
해당화(海棠花) 꽃피운 것은 봄바람일 뿐이니
행여 부질없이
관풍루(觀風樓) 난간에 기대어 서서
해당화를 의심하지 말고
선 자는 멈추지 않고 누운 자 잠들지 않아서
당금당처(當今當處) 현전목전(現前目前) 눈앞을 놓치지 않아서
찰라찰라(刹那刹那)에 방일(放逸)하지 않기를..
<작성 - 2018년 7월 30일(음력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