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일 월요일

화두공안(話頭公案) - 제31관


<시절가(時節歌)>
 
연작이 청()하되
감히 시절가 한 곡조를 청하고자 하나이다.” 하니
홍곡이 웃으며
네가 장단을 짚을 줄도 모르며 노래를 청하느냐?” 하며 노래하기를
 
불성 없는 개에게 한쪽 눈을 보시하니
외눈박이 麻醯首羅는 눈을 감싸고 般若峯으로 달아나고
金色頭陀呵呵大笑 손사래 치며 大寂光殿으로 숨어든다.
春山萬花 함께 자지러지니 紅流洞 颼颼風光古今同이로다.
 
古今堂에 눈 푸른 오랑캐는 문 밖의 일을 모르고
宇我樓에 거문고 타는 이 曲調를 잊었는데
반야봉 천년 솔은 滿空碧雲을 이고 서서 古今을 재촉하니
西別院 오동나무 아래 코고는 늙은이 가만히 몸을 뒤척인다.
 
대적광전 莊嚴門을 열어 曼陀羅를 그려내어
伽倻山 雪寒風千江萬湖 細細梅花春情寄別하니
자른 둥근머리 노인은 一吹無孔簫逍遙靑山을 노래하고
般若草 기른 흰머리 노인은 江上에 배 띄우고 時節歌를 부르네.
 
光陰星霜을 이고 歲月을 지어가고
옛 사람은 옛 시절과 더불어 옛 길을 밟아가니
龍門亭 지붕 위에는 기와솔(瓦松)이 무성한데
흰머리 정자살이 옛 젊은이 홀로 난간에 기대어 졸고 있네.
 
그윽하고 외로운 姿態 창살을 두드리어
가만히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亭子에 달 비취고 바람 일어 春香芬芬한데
홀로 迎春舞 추는 이는 한 떨기 梅花로다.
 
외눈박이 늙은 行者 樂道에 뜻이 없어
외로운 학 구슬픈 울음 따라 鶴鳴樓에 홀로 오르니
萬古光明一如하고 靑山流水인데
濃春佳節 時節春色一代藏敎로다.” 한다.
 
!
시절이 시절 아니니 어찌 하겠는가!?
노래는 처연(凄然)하고 곡조(曲調)는 구슬픈데
물색없이 장단을 짚고 어깨춤을 추니
어찌할 수 없는 난화지민(難化之民)이로다.
애달프고 애달파 탄식(歎息)하노니!
혜명(慧命)을 다하지 못하였으니
만고(萬古)의 허물이요
천의준명(天意峻命)을 받들지 못하였으니
천추(千秋)의 한()이로다.
외로이 장대(將臺)에 올라 동남풍(東南風)을 빌었으나
허물이 깊고 깊어 천색(天色)만 쓸쓸하고
난망지세(難望之歲)에 밀지(密旨)는 전할 길 없으니
서산낙조(西山落照)에 용마(龍馬)는 길게 우는구나.
 
<작성 - 2018723(음력 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