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361-363 가운데 일부 발췌 -
봄바람은 무정하여 간월대(看月臺)도 비켜가고 망월루(望月樓)도 돌아가는데, 달빛은 유정하여 자고새 밤새워 다정사(多情詞)를 부르누나.
어이하여 무정한 봄바람 지나간 자리 백화(百花)가 난만(爛漫)하고, 다정한(多情恨)을 못이겨 자고새 울고 간 옛길에 방초(芳草) 무성한가!?
망향정(望鄕亭) 난간에 서서 임 그리던 애틋함도 눈앞의 옛일이 되니, 꽃피고 새우는 이 한 시절이 홀로 외로워라!
벗들이여!
바라고 바라노니,
촌음(寸陰)을 소홀하지 말고,
늘 함께 애써 금의환향(錦衣還鄕) 하시기를.
허공에 푸른 구름 같아 아득(阿得)하여 비록 미치지 못하나, 한줄기 청량(淸涼)한 가을바람같이 가만히 닫는 바 있어, 벗들을 사모(思慕)하는 정리야 없다하지는 않겠으나, 불현듯 사무치는 옛정이 야속하기에, 부질없이 여기에 한 글귀를 덧붙여 적노니!
佛性 없는 개에게 한쪽 눈을 普施하니
외눈박이 麻醯首羅는 눈을 감싸고 般若峯으로 달아나고
金色頭陀는 呵呵大笑 손사래 치며 大寂光殿으로 숨어든다.
春山萬花 함께 자지러지니 紅流洞 颼颼風光이 古今同 이로다.
古今堂에 눈 푸른 오랑캐는 문밖의 일을 모르고,
宇我樓에 거문고 타는 이 曲調를 잊었는데,
般若峯 千年 솔은 滿空碧雲을 이고서서 古今을 재촉하니,
西別院 오동나무 아래 코고는 늙은이 가만히 몸을 뒤척인다.
大寂光殿 莊嚴門을 열어 曼陀羅를 그려내어,
伽倻山 雪寒風에 千江萬湖 細細히 梅花春情을 寄別하니,
無明草 자른 둥근 머리 老人은 一吹無孔簫로 逍遙靑山을 노래하고,
般若草 기른 흰머리 老人은 江上에 배 띄우고 時節歌를 부르네.
애달프다(咄)!
구태여 으스러진 거울에서 낙초자비(落草慈悲)를 청(請)하고,
하필이면 물길 끊어진 곳에서 강남강북을 찾으려 하는가!?
어찌하여
옛 임제(臨濟義玄 ?-867)스님의 한 할(一喝)이 천하 사람들의 옆구리를 아프게 하고,
덕산(德山宣鑑 782-865)스님의 일봉(一棒)이 천하 사람들의 폐부(肺腑)를 찌르며,
천룡(天龍 生沒年代未詳)스님의 한 손가락이 천하 사람들의 잠자리를 뒤흔드는가!?
바로 보았다면 내놓아 보라!
孍嬤(엄마) 阿父之(아부지) 세상에 나시기 전에 나는 누구이며,
무엇이 진아(眞我)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인가?!
조조전래(祖祖傳來) 당문정전(當門正傳)이 당금당처에 현전하니,
바로 본 이가 없거든 눈앞을 살펴 궁구(窮究)해 보라!
무엇이 본제공안(本際公案) 자구의정(自俱疑情)이며,
조주고불(趙州古佛)의 무자의지(無字意指) 공안낙처(公案落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