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258-259 가운데 일부 발췌 -
“본원을 증득함은 모든 삼매를 초월하여 증득한다.” 하였는데, 하물며 의식체계를 의지한 사구명상을 거론하겠는가? 그러므로 “만약에 업을 지어 부처를 구하고자 한다면, 부처가 오히려 생사의 큰 조짐(兆朕)이다(약욕작업구불若欲作業求佛이면 불시생사대조佛是生死大兆라, 임제록臨濟錄).”라고 한 것이다.
궁극의 한 일을 일체의 삼매를 초월하여 증득함은 서릿발같이 준엄한 활안(活眼)문중의 본래가풍이며, 추상(秋霜)같은 만세가풍(萬世家風)을 어김없이 이어받아 세세상전(世世相傳) 은혜를 나눔은, 옛 조사께서 천명(闡明)하신 참선고류(參禪高流)의 본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잘못된 수행방법들과 잘못된 수행의 결과들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어지럽히면, 필경(畢竟, ultimate)에는 인면(人面)의 흉수(兇獸)가 용상(龍床)을 차지하고서 천하 사람들을 기만(欺瞞)하고, 구미호(九尾狐)가 가사장삼으로 꼬리를 감춘 채, 주장자(拄杖子, A Dharma staff)를 들고 법상(法床, the preaching pulpit)에 앉아, 만당(滿堂)한 원숭이 무리를 희롱(戱弄)하는 참으로 참담(慘憺)하고 참람(僭濫)한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때를 틈타 흉도(兇徒)들이 가사장삼으로 위장하고, 삼문(三門)을 범접(犯接)하여 수행처소를 어지럽히고, 수행자를 겁박(劫迫)하며, 노스님들 처소를 곤(困)하게 하면서, 옛 단하천연(丹霞天然, 739-832)스님이 나무부처를 쪼개어 불을 때었다하니, 감히 이들이 천왕문(天王門)의 천왕상은 재미삼아 세워두고, 나한전(羅漢殿)의 나한상은 그저 일없어 조성한줄 잘못 알아, 신명(身命)을 다함이 어느 때 인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가야할 곳이 어디인 줄을 알지 못한다. 비록 이들 또한 응당 모두가 이끌어 제도(濟度)해야 할 중생이나, 그 이전에 마땅히 이들 스스로가 치루고 갚아야할 응과(應果)가 있으니, 어찌 이들이 청정법토(淸淨法土)을 수호(守護)하는 호법신장(護法神將)들의 서늘한 자비와 법화행로(法化行路)을 위호(衛護)하는 호국나한(護國羅漢)들의 차디찬 혜무(惠撫)의 손길을 감당하겠는가!?
이러한 일은 비단 종교뿐만이 아니라, 정계, 학계를 비롯하여 세상사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대중들이 어리석으면 우아한 로브(robe)로 몸을 두른 교활(狡猾)하고 음험(陰險)한 무리들이 학원과 교회의 강단에서 사람을 우롱(愚弄)하고, 선량(選良)의 탈을 쓴 흉악한 망나니들이 조야(朝野)를 횡횡하며, 반변지재(詊辯之才)와 하필성문(下筆成文)의 팔두지재(八斗之才)를 가졌다고 자랑하는 영악하고 간교한 천학(淺學)의 무리들이, 감히 사람속이고 혹하게 하는 기어교설(綺語巧說)과 희문농필(戱文弄筆)을 비단결같이 풀어내며 세상을 혼란케 한다.
영악하고, 간교함은 영리한 바탕이 지혜와 덕을 함께하지 못하여 슬기롭지 못한 까닭이요, 사특(邪慝)하고 음험함은 아둔한 바탕이 분에 넘치는 한마음 명리(名利)와 욕락(慾樂)의 생각을 내어 탐. 진. 치와 함께하기 때문이며, 이 모두가 중생업(衆生業)이 탁(濁)하고, 중생견(衆生見)이 탁하고, 중생겁(衆生劫)이 탁하기 때문이니, 탁류(濁流)속에 머물러 탐(貪). 진(瞋). 치(痴)에 혹하면 겁수(劫水), 겁화(劫火), 겁풍(劫風)이 다가오는 눈앞이나, 탁류를 벗어나 면모를 일신(一新)하면, 겁이 공하여 언제나 밝고 밝은 앉은자리 의지함이 없는 눈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