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寂太古 天眞妙光이 無邊太虛를 꿰뚫으니,
天色은 皎皎한데 金色黑光烏가 輝輝飛上이로다.
문을 열고 뜰을 나서니,
滿朝百官은 밤을 도와 侍立하고,
億兆蒼生은 앞 다투어 賀禮하니,
春三月 好時節 스무이틀이라,
옛 因緣 恩惠입어 天下泰平 法輪轉이로다.
일찍이 般若峯의 한 스승께서 “佛祖公案은 極深難解하여 自在菩薩도 茫然不知하고, 오직 大圓鏡智로써만 了知하나니, 공안을 明了하면 自性을 徹見하며, 공안을 打破하여 자성을 철견하면 三身四智를 圓滿證得하고, 眞如本元의 全機大用이 일시에 現前하니, 이것이 殺活自在하고 縱橫無盡한 正眼宗師이라, 정안이 아니면 불조의 慧命을 繼承하지 못한다.”하고, 祖祖傳來 正眼正路를 明白히 밝히셨으니, 스승의 말씀대로 靑盲이 어찌 毘盧頂上을 옮겨 畵幅에 펼치고, 窮谷의 樵夫가 繁城의 임 그리는 綠衣紅裳 紅樓春情을 어찌 알며, 衆聾啞類의 空論에 어찌 區區한 異說을 是非하리요 마는, 時節이 殊常하고 兆朕이 極難하니, 賢士智慮는 저어하는 바가 甚多하나, 前後事에 無知莫知한 匹夫之勇은 刀山劍林과 火湯도 꺼리지 않는 바라, 더러는 業을 지어 功德을 삼는다는 風聞을 慰安삼아, 拙夫의 過濫한 蠻勇으로 流轉出世의 허물 위에 한 겹 亂筆之業을 덧씌워 堪當하려 하니, 敢히 서쪽을 향하여 古祖靈前에 깊이 머리 숙여 절하고 물러나, 동쪽을 향하여 揖하며 삼가 江湖諸賢의 嚴重한 叱咤를 請하고서, 또다시 무릎 꿇고 길게 목을 늘이고 一揮絶影劍을 懇切히 苦待하는 바이다.
歲 乙未 秋日 空山 主 碧雲 謹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