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9일 토요일

여의도살롱 - 12


<설산(雪山) 높은 봉(峰)을 놀다 가는 저 구름아!>

가신(家臣)들을 이끌고 깃발을 휘날리며, 온 산을 누비시던 분들도 어느덧 현충원 뒷산자락에 자리 잡으셨고, 이 땅의 정기를 끊으려고, 온 국토의 혈맥(血脈)에 철주(鐵柱)를 박아대던 왜놈들처럼, 각 부처 요소요소마다 대못질을 해대던 분도, 이제는 향리(鄕里)의 동구(洞口) 자락에 자리 잡고,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으시니, “무상세월(無常歲月) 앞에는 왕후장상(王侯將相)도 속수무책(束手無策)이고, 화용월태(花容月態) 경국지색(傾國之色)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고, 재색일절(才色一絶) 절세가인(絶世佳人)도 어떻게 부려볼 재간(才幹)이 없다”는 옛말이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가덕도에서 던져놓고 떠난, 편가르기 갈등조성의 불씨가 크게 살아나지 않아, 조금은 섭섭하시겠습니다만, 설산 큰 곳을 다녀오신 분이, 설마 작은 땅덩어리에 뜻을 두신 것은 아닐 테고, 먼저 도착한 지인의 전언(傳言)에 의하면, 영혼에 기름기 까지 말끔히 닦아내고 오신다 하니, 세속(世俗)에 뜻을 두신 것은 더더욱 아닐 테니, 이참에 퇴옹성철(退翁性徹)스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에 지금까지, 오래도록 큰스님 방이 비어있는 가야산 백련암에 자리를 한번 잡아보시는 것이 어떠하실런지요?

“삼계(三界)는 유심(唯心)이요 만법(萬法)은 유식(唯識)이니, 제법(諸法)은 무상(無相)이고 제행(諸行)은 무상(無常)이라, 제법(諸法)은 무아(無我)요 제법(諸法)은 개공(皆空)이라” 하였습니다. 그동안 부질없는 일에 그만큼 용력(用力)을 기울여 보셨으면, 이제 그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어 가심이 어떻겠습니까? “장강(長江)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유구(悠久)한 세월을 물결이 그렇게 도도(滔滔)히 흐르지 않았습니까? 설산행로(雪山行路)에서 각성하고 깨달으신 바가 있다면, 부디 한가로이 물러나 앉으시어, 남은 여생 매일매일 이 땅과 민초들을 위해 지극정성으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도하시고, 애증(愛憎)을 함께하던 옛 벗들에게도 홍심혜애(弘心惠愛)를 베풀며, 거울 앞에 앉아서, 그동안 아득히 잊어 버리셨던, 동몽의기(童蒙義氣) 청운기세(靑雲氣勢) 소년시절 옛 자리를, 가만히 되돌아보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말씀 더 부언(附言)하건데, 설산이 워낙 큰 산이라, 산기운을 너무 과하게 받아서, 마치 산삼 먹은 사람처럼 잠시 명현(瞑眩)현상이 드신 것도 아닐 것인데, 철저히 실패한 정권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는 양반이, 겸손은 산에 모두 버리고 오셨는지, 도착일성이 어느 정권들이 ‘실패니 성공이니’하고 입에 담는 것은 영 모양새가 아닙니다. 잘못하면 영혼의 기름기를 다 빼고 온다고 미리 전언한, 어느 지인이 사기꾼으로 몰리게 생겼습니다.

<“비워버리고 내려놓기 위하여 오른다.”는 설산(雪山)을 다녀오신 분을 맞이하는 글이라, 오늘은 짧은 밑천에 좀 과한 문자를 써보았습니다. 널리 혜량(惠諒)하심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