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344-345 가운데 일부 발췌 -
마침내 앞뒤생각(前念後念) 앞뒤경계(前後際)가 끊어지고, 비추는 바탕만이 홀로 오롯하여서, 물아능소(物我能所)가 일여(一如)하고, 마음자리 근원에 도달하여 일념을 늘여 만년으로 삼고, 만년을 거두어 일념으로 삼아, 쉬고 쉬어 또 쉬어, 일체의 외경반연(外境攀緣)과 산란심(散亂心)이 없더라도, 무간의정(無間疑情)이 의단독로(疑團獨露)하여 두렷하여, 행주좌와어묵동정은 물론이고, 꿈도 없고 꿈꾸는 상(相)도 없는 온전한 잠속에서도 그러하고, 정(定)이 깊을 뿐, 수면과 민절이 없는 곳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아서 의단이 뚜렷해야, 마침내 극심심처(極甚深處) 본성(本性)을 보아 드러내어 큰일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전기코드가 전원에 접속되어 있지 않으면 전원이 작동하여도 전구(電球)에 불이 들어오지 않듯이, 초지(初地)에는 물론이고, 십지만심(十地滿心)에 이르러서도 즉초일념에 무간의정으로 상응해서 깨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가연(佳緣)을 만나더라도, 도저히 이를 시절인연으로 빌어서 당체(當體)를 자각하고, 본원을 증각입료(證覺入了)하여 계합(契合)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일여의 승묘경계(勝妙境界)에서도 의정이 없으면 침공(沈空)하거나 침잠(沈潛)하고, 미세유념(微細有念)의 깊이 찌든 업식(業識)의 때가 녹여져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아, 기연(機緣)을 만나더라도 본원을 온전히 깨치고 대원경(大圓鏡)을 밝혀 자성의 신통광명을 드러낼 수가 없다.
의식의 흐름에서 일어나는 물안개 구름이 본성을 가리고 있으니, 의식의 흐름을 쉬고, 의식의 흐름을 의지하여 이룬 아상업식(我相業識)을 내려놓아, 일체염상(一切念相)과 상사(想思) 상(相)의 기멸을 단절하여 본성장폐(本性障蔽)의 구름을 다 걷어내면, 본래의 마음달이 밝게 드러나는 것은 자명한 일인데도, 부질없이 의식을 고요히 맑혀서 행주좌와어묵동정에 의정 없이 고요하기만 하고, 잠속에서도 의정 없이 그저 고요하기만 하여, 침공체적(沈空滯寂)은 고사하고 혼침명정(惛沈冥定)을 선정(禪定)이요 무애행(無碍行)으로 잘못 알면, 일평생대사를 그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동정일여이든 몽중일여 숙면일여의 오매일여이든 일여의 경지는 한결같아야 하니, 그러자면 전념후념 전제후제를 영절(永絶)하여, 일상의 지어가는 바에 차별과 대대분별(對對分別)의 대치상(對峙相)이 없어, 안으로 번뇌망상의 기멸이 없고, 밖으로 팔풍(八風)에 끄달림이 없어, 닦을 것도 대치(對治)할 것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참다운 깨침은 거짓 깨침인 모든 일여의 경지를 여의고, 적조원융(寂照圓融)의 여여(如如)한 자리이어야 하며, 안팎이란 깨친 분상에서는 본래 없는 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