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잡이>
몽고가 고려를 침략할 때도, 몽고군의 말머리에 선 자가 이름조차 거론하고 싶지 않는 홍(洪) 아무개라는 고려인이었고, 청나라가 병자호란(丙子胡亂)을 시작으로 이 땅을 유린(蹂躪)할 때도 정(鄭) 아무개라는 역관(譯官)출신의 조선인 주구(走狗)가 있었고, 왜(倭)가 대한제국을 병탄(倂呑)할 때에도 앞서서 주구노릇을 한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는 흉도들이 있었으니, 그들 모두가 더러운 입을 놀려 한결같이 내뱉은 소리가 “나라가 걱정되고 백성을 위한다.”는 참으로 분에도 맞지 않고 가당치도 않는 ‘개도 웃고 소도 웃을’ 참람(僭濫)한 소리들이었다.
이 땅에서 문제되지 않는 일들을 억지로 문제삼아 선전선동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그 틈을 노려 이득을 취하고 저희들만의 목적달성에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 나라 내 땅을 내가 지키자는데 이것을 누구의 눈치를 살피고, 누구에게 물어보고,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그토록 자주와 주권이라는 말을 앞세워 동맹인 미국마저 몰아내자던 자들이 어째서, 이제는 오랑캐들의 주구노릇을 자청하는가?!
적어도 이 나라의 국회의원이라면 당당히 나서서 “내 나라를 내가 지키자는데 너희들이 무슨 연유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삼느냐?! 너희들이 우리를 향해 설치해 놓은 수많은 공격용 미사일은 우리의 허락을 받고,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설치하였느냐?! 너희들이 우리 땅을 훤히 다 들여다보고자 설치해 놓은 레이더도 우리의 허락을 받고, 우리에게 양해를 구했더냐?! 그리고 너희들은 지금까지 너희들이 앞잡이로 내세워, 호시탐탐(虎視耽耽) 대한민국을 노리는 자들의 발호(跋扈)를 두둔하고 지원해 왔지 않느냐!? 그러한 너희들의 흉악한 본심을 알기에, 우리가 마지못해 준비하는 방어용 무기들을 너희들이 무슨 염치로 시비를 삼느냐!? 덩치 큰 소국인 너희들에게 덩치 작은 대국인 우리가 언제까지 아량을 베풀어야만 하는가?!” 하고, 호통치며 따지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눈치나 살피고, 그들의 환심이나 사서, 그것마저 정치에 이용하려고 그들 땅을 방문하면서, 이 나라 국민들에게는 오히려 “우리가 나라를 팔려고 중국을 가느냐?”며 같잖은 소리를 해대면서도 국익을 위함이라니, 참으로 개도 웃고 소도 웃을 일이다.
나라 간에 문제가 있으면 외교부가 앞서서 해결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국회가 이제는 외교부의 권한마저 접수하였는가?! 무슨 외교 전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의원들 간의 사교모임이나 의원들 간의 친선도모 정도를 가지고 의원외교라는 시건방을 떨며, 나서야 될 일 나서지 말아야 될 일을 분간도 못하고 설쳐대다가, 일이 잘못되면 그 책임을 정부와 외교부로 전가(轉嫁)하고, 또 다시 저희들은 뻔뻔스러운 입을 놀려 정쟁(政爭)으로 삼아 이득을 취하려 하는가? 과연 이들이 속한 정당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이며, 이들을 이끄는 수장(首長)은 무엇을 하는 어느 분이시며, 어느 분의 후예(後裔)이시던가?! 또한 이들에게 박수치고 후원을 보내는 자들은 무슨 목적을 가진 자들인가?
그리고 정당한 방어용 무기를 준비하는 것은 주권을 행사하는 일이지, 외교마찰이 되고 나라 간의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그들이 이것을 문제 삼는 것은 이것을 빌미로, 그들이 국제적으로 처한 불리한 입장을 조금이라도 모면하고, 비록 우리의 동조는 받지 못할망정, 최대한 우리의 양보를 받아내어 그들이 추구하는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뿐임은 어린아이들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이것을 이 나라 사람들이 무슨 심산으로 요소요소에서 앞장서서 시시비비를 만들어, 그들에게 구태여 없는 빌미를 만들어 제공하려 하는가? 무슨 딴 목적들이 있는 자들인가? 아니면 아무 말이라도 한마디 거들어야 존재감이 부각(浮刻)되고, 떡고물이라도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한심하고 넋 나간 자들인가? 한마디 거들었다가는 떡고물이라도 돌아오는 일이 있고, 똥물만 뒤집어쓰는 일이 있는데도, 그것마저 구분 못하는 한심한 자들인가?! 이러한 자들이 이 나라의 국회의원이요, 정치판의 구성원들이라니 참으로 통탄스럽고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며, 여의도를 이 나라 지도에서 도려내고 싶은 심정이다.
을사오적의 이름이 역사의 장을 더럽힌 지가 한참이나 되었으니, 이제 또다시 병신육적(丙申六賊)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역사에 그 족적(足跡)을 남겨, 이 땅의 역사의 장을 더럽히려 하는가?!
참으로 더운 여름이다. 천의(天意)가 다정(多情)하고 의로우니, 이 땅의 시절기운은 상승호기(上乘浩氣)인데, 어찌하여 세월은 이토록 철없고 역겨운 세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