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31일 수요일

제1장 춘몽예어 - 12. 결어(結語) (p.364)


- p.364 가운데 일부 발췌 -

서천의 선재동자(善才童子)는 팔만사천법문을 설하고도, 마침내 “한 법도 설한 바가 없다.”하고 발뺌하니, 동천조계(東天曹溪)의 한 젊은이가 무단(無斷)히 이르기를 “죄업(罪業)은 참회할 길이 있으나, 선업(善業)은 참회할 길이 없다.”하고 노래한다. 이를 두고 영취산 삼소굴(三笑窟)의 옛 노인이 무연(憮然)히 “악업은 참회함이 마땅하나, 선업은 참회할 일이 없다.”하고 화답하여, 크게 낭패(狼狽)를 당한 이래, 더러는 삼삼오오(三三五五) 모여서 수군거리기를 “죄업은 지은 자취가 분명하여 참회할 길이 있으나, 선업은 지은 바 없이 짓고, 행한 바 없이 행하니, 자취가 묘연하여 참회할 길이 없다.”하고, 뜬금없는 소리들을 한다.

비록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 Sin has no self-nature, sin arises just the same as the mind)이라 하나, 해탈업(解脫業)은 무간지옥업(無間地獄業)이니, 무지막지(無知莫知)한 오랑캐는 대해탈업을 짓고도 도무지 참회할 줄을 모르고, 5무간지옥업을 지은 선지식은 참회할 염치(廉恥)가 없어, 가만히 저자에 손을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