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4일 수요일

여의도살롱 - 23


<수지봉행(受持奉行) 천의대명(天意大命)>

얼띤 놈들 무식자랑 싸움에는 목소리 큰놈이 장땡이고, 욕심 많은 년들 아귀다툼에는 조동아리 모진 년이 시장판 요지에 엉덩이를 비비고 들어앉는다더니, 여의도가 바로 그 판이다. 더구나 시세풍도(時勢風濤)가 거세어지고, 서서히 권력의 물줄기가 꿈틀거릴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자, 온 나라가 껄떡욕심으로 뭉쳐진 얼빠진 놈들 무식자랑 천지고, 구석구석이 오장육부(五臟六腑)를 생 욕심으로 젓 담은 모진 년들 악다구니판이라, 돌아가는 놀음세가 참으로 가관(可觀)이니, 나 같이 일 없는 백수(白手)들의 심심소일(心心消日) 구경거리로는 제격이요, 안성맞춤이다.

무식한 놈일수록 목소리가 크고, 욕심 많은 년일수록 조동아리가 모진 것은 옛부터 그래왔으니, 지금에 와서 새삼스러울 것은 없으나, 어째서 장(場)서는 곳에는 늘 무식하고, 욕심 많고, 모진 것들 뿐인가!? 장마당이 비록 장사치들의 이득을 취하는 곳이라 그러할지라도, 또한 격강천리(隔江千里)에 세고생업(世故生業)으로 오래도록 적조(積阻)했던 격조지인(隔阻知人)들을 만나, 정담소회(情談素懷)를 나누는 아름다운 곳이며, 벽촌초부(僻村樵夫)들의 초심정회(草心情懷)를 나누는 곳이기도 하지 않던가?

헛된 욕심으로 이 나라의 대권을 꿈꾸는 자들 모두가 하나같이, 바로 볼 줄 아는 눈이 없고, 바로 들을 줄 아는 귀가 열리지 않고, 진실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가슴이 없으니, 머리에는 든 것이 없고, 가슴에는 토해낼 진실이 없어, 자연히 입으로는 드러낼 진솔(眞率)한 언어가 없다. 그러니 내가 할 줄 모르는 말을 남이 하고, 내가 드러낼 수 없는 진실한 모습을 남이 드러내면, 할 것이라고는 시샘하여 내뱉는 비아냥거림 뿐이요, 시기(猜忌)하여 토해내는 거칠고 모진 악다구니 뿐이며, 부끄러움을 모르고 천지사방 외쳐대는 악구독설(惡口毒舌) 뿐이다.

자천타천(自薦他薦)으로 잠룡(潛龍)의 반열에 올랐다는 분들께 한 말씀 드립니다.

온 국민들의 열화(熱火)와 같은 성원을 받는 유명 강사요, 종교인인 분이, 어느 날 기차를 타고 가는데, 옆자리에 앉은 노인 한분이 방송을 통해서 평소에 강의를 잘 듣고 있다면서 칭찬을 한 뒤, “내가 사람들이 한번 들으면 평생을 잊지 못할 강의를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한번 들어 보겠느냐?” 하더랍니다. 그래서 그 유명강사가 나이 많은 노인네의 말이라 마지못해 그러겠다고 하니, 그 노인이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안된다고 하면서, 강사의 귀에다 입을 대고서는 가만히 귓속말로 “강의는 이렇게 하십시오.” 하고 소곤거리더랍니다. 그러자 그 강사가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묵묵(黙黙)히 앉았다가, 얼굴을 붉히면서 노인에게 그러더랍니다. “지금까지 제가 남의 이목(耳目)이나 끌고, 제 주장만을 전달하려고, 이리저리 미사여구(美辭麗句)나 고르고, 목소리 높이는 데만 몰두(沒頭)해왔지, 청중들에게 깊고 깊은 가슴속의 진실한 언어들은 한 번도 들려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오늘 이 가르침은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하더랍니다.

만장청중(滿場聽衆)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끝나는 열변장광설(熱辯長廣舌)의 감동은, 그 자리를 떠나면 감정이 식어 오래가지 못하나, 한마디 심금(心琴)을 울리는 귓속의 작은 진실한 속삭임은 평생을 두고도 잊지 못하는 것입니다. 격성열변(激聲熱辯)속에 은근히 감추어진 교언사설(巧言邪說)과 감언이설(甘言利說)은 잠시 어리석은 대중은 현혹(眩惑)시킬 수 있을지라도, 지혜로운 본성을 가진 민초들의 가슴밑바닥은 울리지 못하는 법인 것입니다. 무릇 국가 만년진로를 설계하고 책임질 장부(丈夫)의 뜻을 품은 이라면, 품은 뜻을 드러내어 국민 앞에서 약속하고, 그 신임을 이끌어 내어 감당(堪當)하려 할 때는,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귓속의 속삭임과 같이 참된 가슴으로 드러내어, 진솔하고 정중해야 하는 것이 지극히 옳지 않겠습니까?

이 나라 이 땅을 위한 바른 뜻이 있고, 가야할 정리(正理)를 아시는 분들이라면, 제발 이제부터는 모두가 부질없이 껍데기뿐인 투설격론(鬪說激論)에 목매지 말고, 사념(邪念)담긴 선전선동으로 민초들을 속이려고도 하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앉은 자리 자분면모(自分面貌)를 살펴보고, 비록 작더라도 분(分)에 맞는 진실한 언어로 가슴 저 깊은 곳을 한번 드러내어 보십시오. 그리하면 정다운 민초들은 틀림없이 거기에 합당한 보답을 해드릴 것입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리석은 여러분들이 무슨 수로 지혜로운 민초들의 눈을 가리고, 진실한 가슴들을 속일 수 있겠습니까? 민의(民意)는 곧 천의(天意)이니, 천의는 다정하여 다만 알고도 모르는 척, 지금까지 여러분들을 감싸고 어루만져왔을 뿐입니다. 그러한 민초들의 은의(恩義)를 끝까지 저버리려 하지 마시고, 진심을 다하여 민초들의 지혜로운 선택을 받으려 노력하십시오. 있는 것만 욕심내어 축내려하지 마시고, 일구어 열매를 얻고, 이루어 성취하여, 후대들을 위하여 베풀려고 노력하십시오.

이루는 것은 긴 세월이나, 무너지는 것은 일순간입니다. 세계10위의 경제대국을 이루는데, 얼마나 많은 선대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노력과 노고가 있었습니까? “태어나보니 이미 잘살고 있더라.”는 세대들이 발전은 고사하고, 현재의 모습으로는 이것을 지키고 보존하여 후대에 전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단순히 한류(韓流)에 편승(便乘)하고 시류(時流)를 등에 업고, 모든 것이 당연히 잘될 것이라고만 믿는 안이함과 근거 없는 자만으로는, 피땀으로 이루어 물려준 선대들의 업적을 이어갈 수가 없습니다. 세계 곳곳을 누비는 노도(怒濤)와 같은 한류도 선대들이 흘린 피땀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지, 단순히 지금세대들의 노력으로만 얻어진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것은 크나큰 착각이요, 망국의 지름길입니다. 여기에다 사리사욕(私利私慾)에 눈이 가려, 나라의 장래를 망각한 여러분들의 선동정치를 보태면, 그 끝이 어디이겠습니까? 나라가 없고, 나라의 힘이 없으면, 여러분들의 욕심인들 펼 곳이 어디에 있고, 펼친들 한줌밖에 얻어지지 않는 것으로, 여러분들 가슴속 그 큰 욕심의 항아리를 채울 수가 있겠습니까?

소슬바람이 광음(光陰)을 재촉할 때면, 백발우수(白髮迂叟)의 몸도 석양에 앉아, 기억조차도 희미한 부모님모습을 그리며 풍수지탄(風樹之嘆)을 한(恨)한다는데, 지난날 망국의 백성들은 비록 몸담은 땅은 옛터이나 사직(社稷)이 무너졌으니, 어디에서서, 어디를 향해, 꺾어진 만년사직을 한탄하며, 기나긴 오욕(汚辱)의 세월을 감내(堪耐)하였겠습니까? 그 세월이 36년, 그리고 그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온 지가 어언 70여년, 그러나 두 동강난 국토의 허리는 이어가지 못하니, 북녘은 아직 동토(凍土)이고, 고토(故土)를 떠나 먼 땅을 떠돌며 유랑하던 이들과 그 후손들의 가슴은 아직, 유랑의 세월을 멈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록 여러분들의 사욕이 아무리 크더라도, 목전(目前)에 주어진, 국가와 민족의 만년명운(萬年命運)이 걸린 천의대명(天意大命)을 어찌 거역하겠습니까? 앞장서서 나라와 국민을 이끌어, 이 천의대명을 수지봉행(受持奉行)할 능력과 자신이 없는 분들이라면, 스스로 분수를 알아, 감당하지 못할 도도한 물줄기에 헛되이 명망(名望)을 잃고, 신명(身命)을 감(減)하려 하지 마십시오. 때로는 모든 것을 포용(包容)하여 한없이 너그럽고 다정하기도하나, 때로는 무심하고 매정하여 가차 없이 모든 것을 쓸어가는 것이, 이 도도한 물줄기입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분에 넘치는 욕심으로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거짓된 선동으로 민의를 왜곡시키려 하지 마십시오. 나라의 힘을 분산시켜, 목전의 통일대업을 방해하려는 자들은 지금도, 권력분산이라는 명목으로 민의를 어지럽히며, 힘을 모아 통일의 길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의지를 꺾으려 획책(劃策)하고 있습니다. 누가 무어라 해도 지금 우리의 당면과제는 국가의 통일입니다. 이제는 통일이 없으면 지난날과 같은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고, 나아가서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은 도모하기조차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국제정세를 예상해볼 때, 지금의 국가영토와 인적, 물적 규모와 자원으로는 오히려 이 나라를 지키고, 이어 나아가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통일은 우리의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뭉치고 모아서, 더 크게 이루고 키워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반석(盤石) 위에 올려놓자는 것입니다. 저 북녘 땅은 이제는 어떤 이유에서라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우리의 국토이며, 북녘의 민초들 역시 소중한 우리의 형제들인 동시에, 폭압(暴壓)과 압제(壓制)로부터 거두어 보살피고, 손잡고 함께 나아가야 할 우리의 국민들입니다. 그리고 비록 몸 부칠 터전은 마련하였으나, 그들의 가슴은 대를 이어가며 유랑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저 동포들의 가슴도, 이제 더 늦기 전에 어루만지고 보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토의 통일뿐만이 아니라, 흩어진 민족의 마음과 힘을 결집시키는 진정한 대통일을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피땀으로 이루어 물려준 선대들의 유산(遺産) 뒤에 숨은 말없는 부촉사(咐囑辭)를 받드는 일이고, 눈앞에 주어진 시대의 사명(使命)을 완수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통일대업 달성을 위해서 힘을 한곳으로 모아도 부족한 이때에, 권력분산이라는 명목으로, 통일에 대비하기 위하여 나라의 힘을 결집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방해하는 자들은 모두가, 통일의 의지가 없거나, 또 다른 저의(底意)가 있어 통일을 방해하려는 자들이며, 나라의 장래야 어찌되든 스스로의 작은 욕심에만 눈이 어두운 자들입니다. 이러한 자들에게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옛말에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누지 않는다.” 하였는데, 이 중요한 시기에, 권력의 속성(俗性)을 낱낱이 꿰뚫고, 일평생 거기에 목매어온 자들이, 사공이 많으면 중구난방(衆口難防)이 되어, 배가 산으로 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슨 선심을 쓰듯이, 갑자기 나누고 가르자는 저의가 무엇이겠습니까?

나라를 알고 민의를 알아, 자분(自分)에 견주어 부족함이 없어, 국가를 위하여 대의정로(大義正路)의 기치(旗幟)를 세우시고자하 는 참뜻을 가진 분이시라면, 앙앙불락(怏怏不樂) 하지 않고 눈앞에 초연(超然)하더라도, 절로 신천(神天)의 의로운 영령(英靈)들이 위호하고, 영명(靈明)하신 선열들의 호국혼(護國魂)이 돌보심을 베풀어, 이 땅 민초들의 지혜로운 선택이 함께하여, 반드시 뜻을 이룰 풍운지회(風雲之會)를 얻게 할 것입니다. 그것이 민의이고 곧 천의이며,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입니다. 그리하여 그 도도한 물줄기를 순탄케 하여, 천하들녘을 골고루 적시며 흐르게 하여, 관풍루(觀風樓)에 앉아 격양가(擊壤歌)를 듣는 것이 민생을 돌보는 참된 뜻이고, 나라를 경영(經營)하는 사람과 민초들의 의리(義理)이자, 서로가 분수를 지키는 치도(治道)의 정리(正理)가 아니겠습니까? 모처럼 다정하고 너그러운 천의가 이 땅에 서조(瑞兆)를 베풀었으니, 이제는 다 같이 힘을 더해 씨 뿌리고 가꾸어, 만년을 이어갈 울울성림(鬱鬱盛林)을 키울 때가 아닙니까?

아직도 철들지 못하여 한 가닥 호기(豪氣)밖에 부릴 줄 모르는 이 젊은 영혼이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크게 눈을 뜨고 앞을 내다보십시오! 이번만큼은 스스로의 작은 이익보다는, 기필코 이루어야 할 민족통일이라는 대명(大命)을 생각하시고,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십시오. 나라가 없으면 없는 대로 아무 데나 빌붙어서, 앞장서서 주구(走狗)노릇이나 하던 자들의 그 오욕(汚辱)의 행적(行蹟)들이, 역사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어떻게 심판받고 있는지 기억하십시오. 무엇을 위한 권력이고, 누구를 위한 치부(致富)이기에, 모두가 시세(時勢)따라 풍전세류(風前細柳)가 되는 것입니까? 추강노초(秋江蘆草)는 비록 마르고 사그라져도 바람에 허리를 꺾지는 않습니다. 밟아온 자취가 정정(淨淨)하여 시비할 허물이 없다면 민의 앞에서 당당하고, 세운 뜻이 부끄럽지 않다면 앙천(仰天)하여 두 팔을 벌리고 원하십시오. 스스로가 진정 장부라면, 무엇을 근심하여 처처(處處)에 전전(戰戰)하고, 때마다 긍긍(兢兢)하여, 걸음걸음마다 풍성학려(風聲鶴唳)이겠습니까!?

중추야(仲秋夜) 청명월색(靑明月色)이 만산천강(萬山千江)에 다정합니다. 월색이 너그러워 산하대지(山河大地)에 차별 없이 골고루 비추듯이, 시절복운(時節福運) 천조혜시(天助惠施)도 천하선민(天下善民)들에게 골고루 평등하기를 바랍니다. 이제 서습(暑濕)에 땀 흘리던 인고(忍苦)의 긴 날이 지나갔습니다. 귀하게 얻은 소추청량지절(素秋淸凉之節)에 모두가 안강(安康)하시고, 다복(多福)하십시오.

丙申 仲秋節前夜 여의도살롱 運營者 拜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