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소리, 입과 주둥이>
사람사람이 음성과 문자를 사용하여, 서로서로 머리에 담은 사상(思想)과 염상(念想)을 피력하고, 가슴에 담은 감정(感情)과 의사(意思)를 드러내어,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 언어(言語)이며, 그 전달수단 가운데 음성을 수단으로 하는 조직적인 체계가 말이다. 그리고 그 조직적인 체계를 벗어나면 그것은 소리이며, 말은 사람이 입을 통하여 내뱉는 것이고, 소리는 짐승이 주둥이를 통하여 짖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다운 말을 사람 말이라 하고, 말 같지 않는 소리를 개소리라 하는 것이다. 그 개소리 가운데서 쓸데없이 지껄이는 것을 희론(戱論)이라 하고, 악의(惡意)를 담고 사념(邪念)을 담아, 영악(靈惡)한 목적을 가지고 내뱉는 입과 소리를 악구망언(惡口妄言)이라 하는 것이다.
어느 방송인이 후방사단에서 방위근무를 하면서, 행사안내를 하는 도중에 군 간부들의 부인을 아주머니라 불러 영창을 다녀왔다는 문제가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나라 군이 문제이고,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 방송인의 자질이 문제이다. 필자는 스물아홉 늦은 나이에 입대하여 최전방사단에서 철책근무를 하다가 전역하였다. 장성(將星)이 참석하는 군 행사장에 방위병이 참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그 부대는 분명 제대로 된 부대이며, 더구나 그 부대가 후방부대이라니, 이 나라 군의 발전에 매우 고무적(鼓舞的)인 사실이다.
장성이 참여하는 군 행사라면, 근무하는 방위병들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근무하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성들이 참석하는 행사장에 방위병을 참여 시킬 정도의 열린 부대에서, 방위병이 군 간부의 부인을 아주머니라 호칭했다는 이유로 영창을 보냈다니,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더구나 방위병뿐만이 아니라, 모든 병사들에게 군 간부들의 부인을 어떻게 호칭해야하는 것을 주지(周知)시키는 것이 통례이고, 그러한 교육이 없더라도, 사병들과 방위병들이 군 행사장에 참여하는 여성들이 누구인지는 다 아는 사실이고, 그들을 어떻게 호칭해야하는 지는 제대로 된 사람이면, 이것은 상식(常識)에 준하는 문제이지 사전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한 상식도 없는 사람이 이 나라 젊은이들을 모아 놓고, 그 알량한 상식을 자랑하고 다닌단 말인가!?
그것이 사실이고, 그 사실이 그 방송인의 이 나라 군을 염려하는 염려지사(念慮之思)에서 나온 말인지, 공연히 주목을 받기 위한 희언(戱言)인지, 아니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나라 군을 욕보일 심산으로 내뱉은 악구망언인지를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며, 그 것이 상식을 갖춘 사람의 입으로 통해서 나온 진실한 말인지, 주둥이를 통해서 짖어대는 개소리인지를 밝혀,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나라 군은 늦었지만, 그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할 것이고, 또한 이것을 이 나라 군을 바로 이끌어 가는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며, 만약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 주둥이를 찢어 세상 언로(言路)의 기강(紀綱)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이 나라 군을 위해서라도, 언로의 정의를 위해서라도 절대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