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2일 토요일

여의도살롱 - 37


<가을운동회>

가을이면 전국 방방곡곡 학교마다 가을운동회가 열린다. 학교의 운동회는 항상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가슴이 설레어진다. 그것은 운동회가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각 지역 초등학교의 가을운동회는 지역과 동네의 축제이다. 이 축제를 통하여 아이들은 화합을 배우고, 단결을 배우고, 어른들의 온정을 배우며, 지역사회는 더불어 사는 것을 배우고, 아이들을 통해 미래를 배운다. 어느 때인가부터 연례행사가 된 이 축제는, 아무리 해를 거듭해도 싫증나지 않는 연례행사이다. 그러나 이 땅에는 불행하게도 싫증나고 짜증나는 연례행사가 수도 없이 많다. 그 싫증나고 짜증스러운 일 가운데서 하나가 바로 여의도의 연례행사인 국정감사이다.

이제 여의도의 가을연례행사인 국정감사도 끝이 났다. 올해의 국정감사도 어김없이 국정감사는 뒷전이고, 정치적 showmanship으로 각색(脚色)된 정치코미디와, 정쟁(政爭)으로 안무(按舞)된 정당들의 꼴값춤으로 끝이 났다. 감사는 잘못을 지적하고, 비위(非違)를 가려내는 것도 감사의 한 분야지만, 적어도 국회의원들이 하는 국정감사라면, 국정수행에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부족한 것은 채워 주고, 어려운 것은 도와주고, 법률이 미비한 것이 있으면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완해 주며, 국정을 수행하는 이들의 용기를 북돋우어 주는 것도 국정감사의 또 다른 목적이 아닌가?

국정감사가 어찌해서 이러한 소중한 목적은 외면한 채, 본래의 목적과 국민들의 바램과는 동떨어진 정치쇼의 무대로 전락하였는가? 국정감사에서 국정수행과 아무관련도 없는 이들이 왜,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목적만으로 국정감사장의 증인으로 채택되어야 하며, 더구나 증인채택이 정당끼리의 정치적 흥정의 도구가 되어야 하는가?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정감사가 그 목적이고, 국회의원은 국정감사 이외는 국정감사를 빙자(憑藉)하여 어떠한 사람의 인격도 모독할 수가 없고, 인신을 강제로 억제할 권리가 없다. 그런데도 어째서 국정감사 때만 되면, 국정과는 무관한 경제인들과 공직자, 또는 개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증인으로 채택하여 그들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도구로 삼으려 하는가? 그들에게는 권리도 없고, 국회의원들에게는 그렇게 해도 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도 있단 말인가?!

개인과 공직자의 개인적인 잘못이 있다면, 이 나라에는 그것을 심판할 사법부도 있고, 공직자비리를 심사하고 징계하는 여러 기관이 있지 않는가? 그런데도 그것이 어찌 당연히 국정감사장의 몫인 것처럼 여기는가? 적어도 상생을 입에 담고, 올바른 국정질서를 입에 담는 정치인이요 국회의원이라면, 엄정한 국정감사의 자리와 정쟁의 자리 정도는 구분할 줄 알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믿고 선택하여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가? 초등학교에서도 도리를 가르치는데, 이 나라 국회의원이라는 분들이 국민에 대한 도리를 모른대서야 말이 되는가? 도리를 가르치고 배우는 초등학교의 가을 운동회가 마냥 기다려지는 연례행사인 것처럼, 이 나라 국회의원들도 도리를 알아, 국회의 국정감사도 국민들과 국정수행자들의 짜증나고 싫증나는 연례행사가 아니라, 국정수행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격려 받을 수 있는 국정지원(國政支援)의 장(場)이 되고, 국민들의 속을 후련히 풀어줄, 가슴 설레도록 기다려지는 연례행사가 될 수는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