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것들은 미쳐도 통 크게 미치는가!?>
역대정권들을 지나오면서 국민들의 생각에는 늘 국가권력 위에 군림하기를 시도하는 자들과 그러한 세력들이 있는 것 같았고, 누가 통치자가 되던 그 통치자마저 하수인으로 만들기를 원하고, 그렇게 되기를 시도하는 자들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으며, 그런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이 언뜻언뜻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통치자를 조종할 수는 없었더라도, 적어도 그 힘이 무슨 힘이었던 간에, 통치자와 대등한 힘으로 협조체계를 이루어왔던 것은 사실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들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던 그것이 이 정권에서는 통치자를 하수인으로 부릴 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가 통치하는 국가권력을 저희들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없고, 힘을 통한 협조체계마저 이룰 수가 없으니, 날이 갈수록 좌불안석(坐不安席) 크게 불안해 하고, 숨은 힘들의 심기가 심히 불편해서, 그 아랫것들의 앙앙불락(怏怏不樂)하는 기운이 더욱더 느껴지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힘들의 심기가 불편하니, 그 하수인들의 행패는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漸入佳境)이고, 머리 위에 세상 무서운 것을 모르는 힘들이 계시니, 그 힘들을 배경으로 그 정도 행실머리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아예 해야될 일과 하지 말아야 될 일을 구분하는 것조차, 그 힘들의 권위를 손상시킨다는 듯이, 하는 짓들이 참으로 가관이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고,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세월만 잡아먹던 판에, 순실이를 이슈로 내세우니 호재(好材) 중의 호재다. 정일이 한데서 나라경영을 어떻게 할까 물어보는 것은 괜찮고, 순실이 도움을 받은 것은 잘못이란 말인가? 정일이는 머리가 좋고, 순실이는 머리가 나빠서 차별하는 것인가. 정일이의 연설문보다는 순실이가 손보았다는 연설문이 백번 더 나은 것은 어쩐 일인가? 순실이가 비선실세였다면, 이참에 역대정권들의 그 유명한 비선실세들을 빠짐없이 드러내어, 순실이와 대조하여 한번 낱낱이 재점검해보는 것은 어떤가?
세상에 무소불위(無所不爲)가 문자로 나돌고, 말로 나도니, 어리석은 자들이 그것이 참인 줄로만 알고 정신을 못 차린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회자정리(會者定離) 생자필멸(生者必滅)은 철리(哲理)임을 그들이 알겠는가!? 지금도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가 부쩍 힘이 드는데, 통일이 되고나면, 그 힘들의 권위가 꺾이고 토막날 것은 불을 보듯 하니, 그 숨은 힘들의 심사가 어찌 불편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도 그 최상의 기득권은 기득권인 줄을 알아 얼굴을 숨기려 하는데, 기득권의 하수인들은 어찌해서 스스로가 하수인인 줄을 모르고, 얼굴자랑 힘자랑을 서슴치 않는가!? 이것이 급수차이이고, 음흉한 오리지널과 아둔한 짝퉁의 차이란 말인가? 판세가 기우뚱하면 언제나 죽는 것은 짝퉁이지, 오리지널은 아니지 않았는가? 평양감사도 제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데, 하루살이라도 저희들이 좋다하니 어찌하겠는가?
삼국의 기득권들이 다 통일신라의 기득권들이었고, 후삼국의 기득권들이 다 고려의 기득권들이었으며, 고려의 기득권들이 모두 조선의 기득권들이었고, 조선의 기득권들이 모두 왜놈들의 주구(走狗)노릇을 하다가, 얼굴세탁을 한 뒤, 지금 이 나라 기득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줄은 어린아이도 다 아는 일이다. 참으로 오랜 세월을 누리고 누려왔다. 그것은 비록 물결의 흐름을 움켜쥔 자들의 몫이었으니 당연하다 하나,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으니, 눈앞에 다가온 기세(紀世)의 변천은 그 누가 감당하겠는가? 변천이 오기 전에 한번 누릴 대로 누려보자고, 모두가 그렇게 미쳐서 날뛰는가? 세상이 미쳐 날뛰는 것이 무엇 때문인가? 온다 하니 무엇이 오는 줄로 또 착각하는가? 앉은 자리 그대로, 그 자리 그 세월에 보고, 듣고, 알고, 느끼어 감당하는 것이 다르다면, 그 무엇으로 믿겠는가?! 힘이 달라지면 의식이 달라지며, 의식의 발현이 달라지면 일체가 달라진다. 의지하고서 무엇으로 감당하겠는가?! 그러니 미치는 것도 정도에 따라, 있는 것들은 크게 미치고, 각자 분수대로 미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