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9일 토요일

여의도살롱 - 42


<개벽(開闢)>

요즘은 연예가와 언론가를 맴도는 웬만한 사람들은, 소속사가 없으면 사람취급도 받지 못한다니, 이곳저곳 끼고서 끼리끼리 갈라먹는 세상이라서, 혼자 독식하지만 않는다면, 어지간히 먹어도 모두가 한식구니 탈날 일도 없고, 그러니 어지간만하면 언론에 나와서 점잖고 아름다운 소리만 몇 마디하고 가는 사람들도, 그 출연대가가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365일 하루에도 몇 번씩 방송에 나와서 물고 뜯고 씹는 사람들은, 욕 얻어먹고 입 더럽히고 하는 값으로 과연 얼마나 더 받는지가 궁금하다. 물고 뜯고 씹어서 단물 쓴물 다 빨아 먹은 뒤에는, 물고 뜯고 씹을 또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 특수훈련을 받은 전문정보요원들도 흉내조차 못 낼 짓을 하고, 목숨을 건 스파이들이 혀를 내두를 짓들을 서슴없이 일삼으며, 그러고도 취재원보호(取材源保護)를 지껄이며, 어디 한곳 거리끼는 곳이 없으니, 언론자유의 영역은 그 한계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전설처럼 말로만 듣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 힘이 바로 이것이란 말인가?!

언론의 본분이 물고 뜯고 씹어대며, 인권을 유린하고, 편 가르는데 앞장서서 세상을 혼란케 하고, 국민을 현혹하여 나라를 망치는 것이라면, 언론은 이 나라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척결되어야 할 제1악이 아닌가? 어릴 적 학교 다니면서 배운,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니, 사회의 등불이니, 세상의 척도(尺度)이니’ 하는 언론의 역할과 사명은 모두가 거짓이었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이 나라 교육이 돈 들여 거짓을 가르치는데 목을 매었고, 이 나라 학생들이 돈 들고 몸 상해가며, 거짓을 배우는데 허송세월을 했다는 말인가? 올바른 교육을 입에 담고, 교육의 백년대계를 지껄여대던 언론의 하는 짓이 이것이란 말인가!?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어 나아가는데 앞장서서, 정의 문을 열고, 평등의 길을 열며, 발을 내디딜 지표를 제시해야할 언론이, 어째서 편 가르고 나라 망치는데 앞장서고, 혹세무민에 앞장서며, 흉물스러운 힘들의 앞잡이가 되고, 하수인을 자청하는가! 사이비언론의 척결을 그렇게 외치더니, 지금 이 나라의 언론이 모두가 척결되어야 할 사이비가 아닌가!?

왜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저희들의 뜻대로 입맛대로 각색을 하고서 알리려하는가? 시청자와 청취자와 독자들은 판단능력이 없어, 수고를 덜어주려고 고맙게도 미리 판단해서 알려주는가? 지금의 국민들은 언론의 한마디 한마디 그 의도와 배경까지 꿰뚫고, 숨은 각본자의 누천(陋賤)한 계책까지 짐작하고, 나와 앉은 자들의 숨소리 색깔조차 가늠하는데, 언론은 언제까지 그 두꺼운 철판 뒤에 얼굴을 숨기려 하는가!? 배울 만큼 배웠다는 것들이 도대체 얼마나 받아 드셨기에, 한 달에도 억 소리 나게 버신다는 변호사 의사 비롯하여, 이재(理財)에 이골이 난 인사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그 귀중한 천금 같은 시간을 아끼지 않고 나와서, 그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게걸스럽게 물고 뜯고 씹어대는 것인가? 모두들 염치는 어디 두고, 양심들은 어디에다 내던졌는가? 그래도 모두가 집에는 자식이 있고, 가족이 있을 것이 아니가? 같은 양심을 가진 권속(眷屬)끼리 모여서 가족이 되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전혀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말인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도하고, 보도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언론의 당연한 책무가 아닌가? 만민이 평등한 민주사회에서 자유가 있으면, 절제(節制)가 있고, 자유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하며, 그리고 마땅히 지켜야 할 법이 있지 않는가? 언론이 무엇이기에, 감히 무소불위를 흉내 내며, 평등과 정의 위에 군림하려 하는가!? 그 동안 이 땅의 언론이 언론의 자유를 앞세우고, 알권리를 빙자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일생의 과업을 허물어뜨렸는가? 그러고서도 언론보도의 자유라는 방패 뒤에 숨어, 그 피눈물 흘린 사람들에 대한 책임은 언제나, 세월의 몫으로 돌리지 않았던가? 이러고도 발 뻗고 편히 살기를 바라고, 제집 안방 아랫목에 누워 자식들이 슬퍼하는 가운데 와석종신(臥席終身)하기를 바라는가?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파란 개망나니가, 취재라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백발이 성성한 노백(老伯)의 팔을 여지없이 낚아채며, 카메라를 들이 대고서 제 성에 차지 않으면, 감히 언론취재에 대한 태도를 운운하니, 도대체 어디에서 배워 처먹은 행실머리이고, 어느 놈들이 가르치고, 어느 개차반들이 교육시킨 버르장머리인가? 법정에 들어가는 사람을 세워놓고 소감을 묻고, 하실 말씀이 없느냐 하니, 무슨 말을 듣고 싶어서인가? 법정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그 심정을 몰라서이던가? 그것이 어느 나라 언론의 법도이고, 어느 나라 인정이며, 어느 나라 정서인가? 그것이 언론의 공정이고, 언론의 자유인가!? 정부마다 실세가 있었다지만, 그 실세들보다 더 높은 곳에서, 언론보도를 빙자하고, 공공연히 저희들의 뜻을 민의임을 앞세워 국정의 틀을 입맛에 맞도록 바꾸려 하고, 그 것이 성에 차지 않으면, 무능한 정부라 몰아세우며 행패를 부린 것은 누구더란 말인가!? 국민은 눈도 없고, 귀도 없는 천치들인 줄 알았던가!? 그러고서도 한마디 입만 대면 언론의 자유를 앞세우고, 언론탄압을 들이밀며, 거칠 것이 없다는 것인가? 참으로 하늘이 두렵지 않는가!?

이 나라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석은 줄 알고,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던가?! 이 나라 시청자들과 청취자들과 독자들이 저희들의 입에서 나온 시답잖은 소리에 목을 매고, 서푼어치도 안되는 논조(論調)에 눈길을 빼앗기는 줄 아는가? 보고 듣는 것은 나불대고 끌쩍거려대는 그 의도를 보고, 내뱉고 휘갈겨대는 그 배경음을 보고 듣는 줄을 알기나 하는가? 연작(燕雀)이 홍곡(鴻鵠)의 뜻을 알지 못한다더니, 어찌 세상이 거꾸로 되어, 앞서서 이끌고 밝혀 나아가는데 앞장서야 할 것들이 연작의 무리가 되어, 참으로 홍곡의 뜻을 몰라 언도설로(言道說路)를 무너뜨리고, 세상풍도를 어지럽히는가! 여우가 깔깔대니, 원숭이 무리가 손뼉을 치고, 만산물물(萬山物物)이 자지러진다! 세월이 수상하니, 산에는 단풍들고, 강가에는 개나리가 핀다. 이 시절이 봄이던가? 가을이던가? 새 세상이 열리기 전에는 늘 블랙홀 같은 혼돈의 소용돌이가 있었으니, 이제 어느 곳에 화이트홀이 있어 개세신천(開世新天)의 문이 열리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