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대상자들의 시국선언문>
남은 임기동안 4대개혁 가운데 마지막으로,
교육개혁에 매진하겠다 하니,
개혁을 할 곳이 있고,
개혁이라는 소리조차,
입 밖에 내어서도 안 될 곳이 있거늘,
어디 무엄하게 대대손손 이 나라를 이끌어 갈,
교육자들이 계시는 교육기관을 개혁을 하느냐며,
심기들이 심히 불편하시던 차에,
고맙게도 순실이가 자리를 깔아주니,
이참에 제대로 한번 밀어 붙이면,
잘만하면 개혁은 물 건너간 것이나 진배없으니,
교육계에 훌륭하시고 점잖으신 분들,
신들이 나고 살판이 났다.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지만,
차마 체면에 그것은 아니 되는지라,
그래도 구색은 갖추어야겠기에,
대학마다 단체마다 이름도 거창한,
시국선언문들을 발표하시고,
난데없이 수십 년 동안 등 떠밀어도,
정치판에는 눈길도 안준다던 그 고고한 학생들도,
워낙 초유의 엄중한 시국이라 나섰다면서,
그동안 컴퓨터와 놀이문화에 빠져 놀던,
앞뒤 못 가리는 멍청 세대들을 동원하여,
교수님들의 선언문에 후까시를 넣게 하고,
촛불놀이까지 벌이면서,
아예 축제판이 벌어졌다.
확실히 노는 것도 레벨 따라 논다더니,
그래도 시국선언문 한 쪼가리라도 읽어 내려야,
교육계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점점 판은 개판이 되어가고,
노는 것들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지금 이 나라 이 시국이 이 꼬라지가 된 데에는,
이 나라 교육의
지극하고 엄중하신 가르침이 밑바탕이 되고,
이 나라 종교의
지혜롭고 자비로운 인도가 길을 열고,
이 나라 언론의
정의로운 불빛이 앞을 밝히고,
오직 위국충정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 온,
정치지도자들의 지대한 공로들 덕분이 아닌가!?
좀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지극한 가르침을 이야기해주고,
지혜와 자비로운 인도를 입에 담고,
정의로운 불빛이니 위국충정이니 해주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모가지에 힘들이 들어가시는가요?
“에라! 이 염치없는 것들아!” 하면,
“이런! 못 배운 놈이구나!” 하시겠지요?
제가 어디에서 배우고,
누구한데서 가르침을 받았겠습니까?
이 나라 학교에서 배우고,
이 나라 선생님들과 교수님들께,
가르침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연구실 마당쇠 노릇하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말입니다.
오늘 이렇게 한마디 해 드리니까,
괘심한 마음이 드십니까?
제가 그동안 보고 듣고,
당하고 겪은 이야기를 하면,
수법이야 어느 곳이나 피차일반일터이니,
이곳저곳 사립 국립 할 것 없이,
체면들에 크게 손상이 가시고,
수많은 밥줄들이 위태로우니 안 되겠지요?
이학박사과정 마친 스물아홉 이등병이,
이상하고 수상한지,
사단본부 장교 두 분이 찾아왔어도,
군에 올 사람이 왔는데 별 할 말이 없어,
일언반구도 않고 철책근무 잘 마쳤습니다.
제가 본래 남자라서 입이 무겁습니다.
끝까지 소문 안 내고 가지고 갈 테니,
제발 남의 가는 길이나 방해하지 마시고,
푹 안심들 하시고 오래 사십시오.
그냥 둬도 사필귀정이고 자업자득인데,
남자가 그런 사소한 지난 일에 연연하겠습니까?
그래도 개혁은 당하고 싶지 않으시겠지요?
이 나라 교육의 만년대계를 위하고,
이 땅의 젊은 영혼들의 올바른 미래를 위해,
제발 개혁을 좀 당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개혁의 대상들이 갑자기 힘을 내어,
난데없이 시국의 엄중함을 내세우시며,
구구절절한 시국선언문을 읽어 내리시니,
참으로 황당하고 당황스럽습니다.
정치판이야 후안무치가 기본 소양이라지만,
그래도 교육계의 존경받는 분들이신데,
떡하니 얼굴 앞에 철판을 가리시니,
모양새가 얄궂기가 그지없습니다.
지금은 여러분들이 시국선언할 시국이아니라,
여러분들을 개혁하여,
교육의 백년대계를 바로 세워야 할 시국입니다.
마지막 보루(堡壘)마저 이 모양이면,
이제 이 나라는 정말 가망이 없는 것입니까?
어린 제가 일일이,
왜 개혁을 당해야 하고,
무엇이 잘못이고,
수법들이 어떠하시고,
교육자들답게 은밀하고 현란하게,
소리 소문 없이 해 오신 솜씨들을,
낱낱이 짚어 드려야겠습니까?
훌륭하신 가르침을 베푸는 교육계인데,
차마 어찌 그렇게야 하겠습니까?
교단에 서서 늘 말씀하시기를
장강의 뒷 물결이 쉬지 않고,
앞 물결을 밀어낸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밀려가는 것 보다는,
끌고 가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비록 거짓으로 점철된 명성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힘들은 썼을 테니,
쌓아온 것들을 손상하지 마시고,
눈치껏 양심껏 처신들 하십시오.
여러분들이 학계에 저질러놓은 쓰레기들을,
여러분들이 거두어 자리를 치워주신다면,
여러분들이 늘 입에 담는 노벨상은,
머지않아 이 땅의 상아탑에,
해마다 찾아오는 연례행사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제가 장담하고,
보장하고 증명해 드리지요.
제가 허튼소리 하지 않는 것은,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아시지 않습니까?
제발 개혁되어야 할 개혁의 대상들인 것을,
자각하시고 개혁에 동참해주신다면,
여러분들을 위해,
옥조근정훈장 하나 정도는 돌아갈 수 있도록,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도 기도드리고,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께도 기도드리고,
때마다 곳곳마다 늘 기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