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訓手)도 많고, 훈계(訓戒)도 많으니>
치산치수(治山治水)를 담당하는 선신(仙神)에게, 근엄한 호랑이와 고고(孤高)한 학(鶴)이 찾아와서, 산에 푸른 솔만 가득하고, 숲이 우거지지 않으면 짐승들이 살지 않고,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모이지 않는다며, 치도(治道)에 관해 일장훈수(一場訓手)를 늘어놓는다. 워낙 근엄한 호랑이이고, 워낙 고고한 학이고 보니, 훈계(訓戒)같은 훈수이라, 얼핏 생각에 그도 그럴듯하다.
기암절벽(奇巖絶壁)에 천년 솔이 고고하고, 물이 맑은 것도 다 뜻이 있어서인데, 숲이 우거져 짐승이 많으면 호랑이가 살판이 나고, 물이 흐려 고기가 많으면 두루미가 살판이 난다. 근엄하고, 고고한 분들의 훈수도, 다 이런 깊은 뜻이 있어서인가?
하기야 개도 오래 굶어 눈이 뒤집히면, 주인도 고기로 보인다니, 하물며 늑대에 못지 않은 들개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세상이치가 이러하니, 누가 있어 한 손아귀에 풍진(風塵)을 움켜잡겠는가!? 충절(忠節)과 절개(節槪)란 말이 공연히 세상에 나왔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