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소명(召命)>
이 땅의 충정과 절의들은 눈앞에 다가온 통일대업을 완수하여, 국가융성과 민족번영의 만년대계를 마련하여, 국가사직(國家社稷)을 반석 위에 올려놓고자함을 시대의 소명으로 알고, 혼신을 다하여 노력해왔건만, 진보를 가장한 북쪽 동토(凍土)의 하수인들인 붉은 무리들과, 기득권을 행세하며, 요소요소에서 누대(累代)를 누리고 휘두르며 살아온 파렴치(破廉恥)한 무리들은, 통일 후에 다가올 저희들 입지(立地)의 축소와, 처지(處地)의 위태로움 때문에, 통일의 저지를 저희들의 시대적 소명으로 알고,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난국을 선전선동하며 발버둥 친다. 그 발버둥질의 혼란을 이용하여, 권력을 탈취하려는 무리들이 기름을 부어대고 부채질을 더하니, 나라는 온통 난장판이다.
어떤 작자는 벌써 서울한복판에 차례차례 십만이 동원되고, 이십만이 동원되는 것을 통보라도 받은 듯이, 대통령이 세 번째 사과를 곧 하게 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쳐대니, 이제 수많은 라인 가운데 하나는 드러난 셈이 아닌가? 아직도 그 라인들이 건재해 있었고, 그 라인들의 시대적 소명도 바로 이것이란 말인가? 이제 슬슬 본모습을 드러내어도 겁날 것이 없다는 말인가? 이 땅의 정의로운 의기(義氣)들과 추상(秋霜)같은 기개(氣槪)들은 다 죽고 없단 말인가! 참으로 끝까지 나라를 망치려들며 짖어대는 주구(走狗)들이다. 이제는 이 땅의 정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짖어대는 그 혓바닥들을 뽑고, 입을 찢고, 손목을 자르고서 그 목을 잘라 광화문에 내걸어야 할 것이다.
소명이 무엇인가? 소명은 그 부름이 국가이든 하늘이든, 간곡하고 지극함이 간절해 거부할 수 없는 부름이기에, 부름을 받은 이는 일신(一身)의 명운(命運)을 걸고 받들어야 할, 거스를 수 없는 지엄한 명령이 아닌가? 자기일신과 저희 무리들의 이익영락(利益榮樂)만을 위해, 나라를 망치고 민족을 배신하려는 것은, 어디로부터 받은 어떤 자들의 시대적 소명인가? 시국이 이러하고, 시세가 이러하니, 신임총리내정자께서 취임수락의 변(辯)을 발표하면서, 시대적 소명이라는 말끝에 보인 눈물을, 장부(丈夫)의 가슴에 남은 한줄기 구국충정(救國忠情)과, 호국절의(護國節義)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은, 결코 나 혼자만의 바램만은 아닐 것이다.
비록 호호탕탕(浩浩蕩蕩) 의로운 것이 장부의 길이라지만, 또한 외롭고 쓸쓸한 것이 장부의 가슴이 아니던가! 북악(北岳)의 충정만 외롭고 쓸쓸한 줄 알았더니, 또 한사람 힘들고 외로운 길을 자청한 사람이 있으니, 이 난국에 보기드문 장부가 아니신가! 시절의기(時節意氣)가 순탄치 못하니, 시대의 어리석음에 편승하여, 앞뒤 가리지 않는 무지막지(無知莫知)한 탐욕과,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극악(極惡)한 흉계(凶計)로 중무장(重武裝)한 흉도(兇徒)들의 난행(亂行)이 앞을 가로막아, 비록 가시는 길 걸음걸음 힘들고 외로우시겠지만, 위국(衛國)을 천직(天職)으로 알고, 호국(護國)을 사명(使命)으로 알고, 구국(救國)을 천명(天命)으로 알던 옛 선열들의, 지난날 그 흉중에 품었던 외롭고 고준(高峻)한 의기(義氣)를 생각하시고, 그 기상(氣像) 위축됨이 없이 크게 펼쳐 보이시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