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활(殺活)>
개세신천이 눈앞에 다가오니, 시절이 수상하여, 천지수목(天地樹木)도 혼돈(混沌)이요, 사람 사람과 금수미물(禽獸微物)도 혼돈이니, 땅이 흔들리고 물결이 요동치며, 만산천령(萬山千嶺)에는 절풍가경(絶楓佳境)인데, 천강만천변(千江萬川邊)에는 난성개화(爛盛開花)로다. 가사장삼(袈裟長衫)으로 꼬리를 감춘 구미호(九尾狐)는 높은 법상(法床)에 올라앉아 설법을 흉내 내며, 만당(滿堂)한 원숭이 무리를 희롱(戱弄)하고, 근엄한 로브(robe)로 털을 감싼 교활(狡猾)하고 음험(陰險)한 흉도(兇徒)들이, 강단에서 진리를 가장하여 사람들을 우롱(愚弄)하며, 인면(人面)의 흉수(兇獸)들이 상아탑(象牙塔)에 앉아 물줄기를 바꾸려 획책하고, 선량(選良)의 탈을 쓴 망나니들이 조야(朝野)를 횡횡(橫橫)하며 세상을 기만하며, 영악(靈惡)하고 간교(奸巧)한 천학(淺學)의 무리들이, 기어교설(欺語巧說)과 희문농필(戱文弄筆)을 서슴치 않고 세상을 혼란케 하니, 도적들이 나라를 넘보고, 여우가 세상을 넘본다.
풍진(風塵)이 모두 한 손아귀라, 더러는 업을 지어 공덕(功德)으로 삼는다 하니, 크게 죽이고 크게 살리는 법이 눈앞에 있고, 크게 죽어 크게 사는 법이 눈앞에 있으니, 봉명장부(奉命丈夫)의 어장검(御長劍)이 어찌 업을 지어 공덕삼음을 사양하겠는가!? 세상이 다 은혜를 저버렸으나, 대살계(大殺戒)를 범하여 은혜 갚고, 지극한 자비를 베풀어 크게 공양(供養)을 올리고자 하니, 이제 모름지기 대장부 청룡도(靑龍刀)를 휘둘러 살활(殺活)을 결정지어야 할 때가 아닌가? 기러기 날고 찬바람 부는데, 돌아가 고단한 몸 쉬고자 하니, 고향은 멀고멀어 아득하여라! 시절은 소슬(蕭瑟)하고 달빛 차가우니, 시산혈해(屍山血海) 가운데 홀로 앉아, 처량(凄凉)하게 피리 부는 이는 그 누구인가!? 망향가(望鄕歌) 옛 곡조 빈 들에 휘날리니, 고향에 누가 있어, 지난날 무정(無情)하게 길 떠난 나그네를 생각하는가!? 대붕(大鵬)의 긴 탄식(歎息) 허공(虛空)에 사무치니, 허공이 숨을 곳을 찾아 시절을 더듬는다!
<사람 사람은 모두 땅덩이를 의지하고, 땅덩어리 일월성신(日月星辰)은 모두 허공을 의지하고 있도다. 대붕(大鵬)이 날아오르니, 모든 용(龍)들과 봉황(鳳凰)들도 가만히 몸을 움츠리고 엎드리어 움직이지 않고, 대붕이 크게 소리쳐 우니, 허공도 두려움에 차 숨을 곳을 찾는다. 자! 이제, 허공이 숨을 곳을 찾는 이때, 그대들은 어디로 몸을 숨기려 하는가!!!?>
- 여의도살롱 객원 칼럼니스트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