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6일 월요일

여의도살롱 - 90


<진보(進步)와 보수(保守)>

보수와 진보의 근처에도 못 가본 자들이 감히 보수를 운운하고, 진보를 입에 담는다. 무엇이 보수이고, 무엇이 진보인가!? 빨간 것은 진보이고, 안 빨간 것은 보수인가? 좌파(左派)는 진보이고, 우파(右派)는 보수인가? 선동(煽動)하고 난동(亂動)을 부리면 진취적(進取的)인 진보이고, 침묵(沈黙)하고 양보(讓步)하면 수구적(守舊的)인 보수인가? 파괴(破壞)하면 진보이고, 지키면 보수인가? 뛰쳐나가면 진보이고, 포용(包容)하면 보수인가? 판을 깨면 진보이고, 판을 깨지 않고 지켜 나아가면 보수인가? 미친 개가 되면 진보이고, 신의(信義) 없는 양아치가 되면 보수인가? 이쪽 저쪽 양다리 걸치고 기회만 엿보다가, 시세(時勢)따라 오가는 것이 중도(中道)인가!? 왜 양보하고 포용하는 진보는 없고, 왜 진취적인 보수는 없으며, 포용하여 함께 열어가는 중도는 없단 말인가?

근본도 없는 알량한 이념들을 앞세워 진보이니 보수이니 하며, 거짓된 탈을 쓰고 권력을 좇아 이합집산(離合集散)을 거듭하면서, 진정한 보수와 진정한 진보를 운운하며, 이 땅을 어지럽히는 자들은 대체 무엇 하는 물건들인가!? 어디서 누구로부터 무엇을 배워서 무엇을 추구(追求)하기에, 하는 짓마다 사람 짓에는 근방에도 가지 못할 금수(禽獸)의 짓들인가? 오늘 말이 다르고 내일 말이 다르며, 아침에 한 말이 다르고 저녁에 하는 말이 다르며, 이 자리에서 하는 말이 다르고 저 자리에서 하는 말이 다르니, 시시이언(時時異言)이요 종석변설(從席變說)이 아닌가!? 참으로 흉도(兇徒)들이요, 악도(惡徒)들이요, 간도(奸徒)들이 아닌가!?

정략적인 이합집산이 합리적인 보수의 추구이고, 진취적인 진보의 추구인가!? 보수(保守)는 말 그대로 보전(保全)해서 지킨다는 말이고, 진보(進步)는 나아지기를 갈망(渴望)하여 새로운 것을 개척(開拓)하여 나아간다는 뜻이다. 보전하여 지키고자 하는 것은 보전하여 지켜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에 보전하여 지키는 것이고, 개척하여 나아가는 것은 찾아야 할 숨은 가치가 있는 무엇인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켜야 할 가치와 찾아내어야 할 새로운 가치가 모두 세상을 빛내고 밝힐 보편적 정의(普遍的 正義)이기 때문에, 지키고자 하고 찾고자 하는 것이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는 보편적 정의의 보전이고, 진정한 진보의 가치도 숨어 있는 보편적 정의의 발굴(發掘)이다.

진정한 보수는 시대를 뛰어넘어 지켜야 할 보편적 정의의 가치를 다듬어가며, 지켜 나아가는 것이고, 진정한 진보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여 잠자고 있는, 새로운 보편적 정의를 찾아 일구어 나아가는 것이다. 합리적인 보수는 지키려는 전통과 가치가 보편적인 정의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보수인 것이고, 합리적인 진보도 추구하는 새로움이 보편적인 정의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진보인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보수는 전통적인 보편적 정의를 지키고 보전하는 합리적 보수가 진정한 보수이고, 진정한 진보는 새로운 보편적 정의를 발굴하여 세우고자 하는 합리적인 진보가 진정한 진보인 것이며, 보편적 정의를 벗어난 보수는 단지 수구일 뿐이고, 보편적 정의를 벗어난 진보는 망상(妄想)의 추구이고 망동(妄動)이며, 불의(不義)한 이념을 가진 자들이 내세우는 이념추구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사람의 도리를 벗어나지 않는 보편적 정의가 곧 천의(天意)이고 민의(民意)이다. 시절이 수상(殊常)하여, 천의를 거역(拒逆)하고, 민의에 반역(叛逆)하는 간흉(奸凶)들의 난동(亂動)이 세상을 어지럽히니, 치도(治道)의 순리(順理)는 간곳이 없고, 정치판에는 정치가(政治家)는 없이 정치꾼들만 들끓는다. 모두가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웠기에, 모양은 사람인데 행신행습(行身行習)은 오히려 금수의 아래인가!? 움직여 행하는 바는 없이, 앉아서 입으로 생각으로 의미(意味)만 좇다보니, 시대 따라 가슴이 변하고 의미도 변하는가! 어찌하여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채, 시류(時流)와 시세(時勢)따라 기회만 엿보는 것을 중도(中道)라 하며, 정략적인 편가르기와 이념놀이를 가지고 보수와 진보라 이름하고, 그 뜻을 훼손(毁損)하며, 가야할 길을 가지 않고 난행(亂行)만 일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