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30일 금요일

여의도살롱 - 93


<송구영신(送舊迎新)>

예로부터 연말연시(年末年始)가 되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 하여 송구영신이라 하였으니, 그것은 어느 시절이고 고달픈 세사(世事)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늘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있었음이 아닌가? 그러나 지금 눈앞은 그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는 암울(暗鬱)한 세상이니, 송구(送舊)는 그렇다 하더라도, 영신(迎新)은 참으로 쓰기가 난감(難堪)한 말이 아닌가? 보내고 떨쳐버려야 할 병신세고(丙申世故)야 어디 한두 가지 이겠는가마는, 그름이 오히려 바름을 가장하고, 치도(治道)는 무너져 정기(精氣)가 쇠진(衰盡)하니, 금수(禽獸)의 땅에서 무엇을 기대할 것이 있어 영신을 입에 담겠는가! 술 취한 자가 취한 줄을 모르고, 실성(失性)한 자가 스스로가 실성한 줄을 모르니, 알아듣는 이 없는 수수예토(愁愁穢土) 막막황토(寞寞荒土)에서, 어디를 향해 누구를 위하여 진음정악(眞音正樂)을 노래하겠는가!?

치문전례(緇門典禮)에 음력 섣달그믐 자정에 묵은 업(業)을 씻어내고, 108번뇌(百八煩惱)를 없앤다는 뜻으로 백 여덟 번 종을 치는 제석종의식(除夕鐘儀式)이 있으니, 이 나라에도 어느 때인가부터 해마다 양력 섣달그믐 자정이면, 서울의 보신각과 각 지역에서 동시에, 송구영신하며 3.1운동대표 33인을 기려 33번 타종(打鐘)하는 제야(除夜)의 종 타종행사가 열린다. 금년에는 국정을 마비시키고, 대통령의 처지를 가히 연금(軟禁)상태나 다름없이 만들어 놓고서도, 평화시위를 가장하여 촛불을 들고 난동을 부리는 무리들과, 이들의 숨은 간의(姦意)를 세상에 알리고, 이들의 부당한 행위를 저지하려는 세력들이 함께 행사장 근처에서 대치하며, 밤을 지샌다 하니, 병신년(丙申年)을 보내고 정유년(丁酉年)을 맞이하는 금년(今年)의 송구영신은, 이 나라 유사이래(有史以來)에 보기 드문 치사(恥事)가 아닌가!?

위국애민(衛國愛民)은 치자(治者)의 몫이요, 호국충정(護國衷情)은 간성(干城)의 몫이며, 지국보민(持國保民)은 동량(棟梁)의 몫이니, 궁진구학(窮眞究學)하여 세상을 밝힘은 학도(學徒)의 몫이 아니던가!? 그러나 이루어 펼치려 하나 펼 곳이 없고, 간도(奸盜)의 무리들이 길을 막으니, 시절(時節)은 참담(慘憺)하여 그 무엇도 기대하기 어려운 난망지세( 難望之歲)이다. 한세상 밝혀온 학문이 나아갈 길이 다하였으니, 새로운 학문이 아니고서야 어찌 새 세상을 열겠는가!? 공진실상(空眞實相)은 논(論)하지 않더라도, 의식(意識)하여 인식(認識)함이 눈앞의 현상(現象)이니, 기운 따라 눈앞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시절이 수상(殊常)하니, 어느 때에 해마다 송구영신을 부끄럽지 않게 노래하는 때가 있어, 거칠 것 없이 고고봉정(高高峰頂)에 올라 사자후(獅子吼)를 토(吐)하고, 상아탑(象牙塔) 높은 곳에 올라 금수선(錦繡扇)을 펼쳐 보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