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퍼스트(Lady First)>
옛날 옛적에 극동지역 한 귀퉁이에 손바닥만큼 작은 나라가 있었는데, 수천 년을 가난하게 살다가 어찌어찌 하여 입에 풀칠할 만한 계제(階梯)가 되니 겉멋이 들어, 소도 잘 먹이고 살찌워서 잡아먹듯이, 레이디 퍼스트를 앞세워, 여자도 잘 대접하면서 부려먹고 잡아먹는다는 서양의 오랑캐 양놈들 흉내를 낸답시고, 이것저것 두루두루 레이디들에게 양보하면서 부려먹고, 욕할 때마저도 '놈'보다는 '년'을 앞세워 '연놈'이라 부르며 대접하고, 연놈들이 작당(作黨)하여 탄핵이라는 명목으로 지들 나라 대통령을 몰아낼 때에도, 새빨간 거짓말로 뻔뻔하게 국민을 속이자니 놈들은 용기가 없어, 놈들은 뒤에서 얼굴이 벌개가지고 쭈물거리는데, 레이디 퍼스트를 앞세워, 대가리에 빨래집게를 꽂은 미친년을 내세우기까지 하더랍니다. 아무리 레이디 퍼스트를 흉내 내고 싶다 하더라도, 지들 나라 역사에 유래 없는 오점(汚點)을 찍는 마당에, 온전치도 못한 미친년까지 내세운다는 것은, 그 나라도 이제 볼 장 다 보았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제가 오늘 뜬금없이 먼 남의 나라의 지난 일을 들추어 내면서까지 하고자 하는 말은 다름이 아니라, 제가 비록 가진 것은 달랑 두 쪽 뿐인 적수공권(赤手空拳)이지만, 지금까지 아무 지은 죄도 없이 살았는데, 바보같이 대명천지(大明天地)에 무엇이 두려워, 홍길동(洪吉童)이 같이 참고만 살았나 싶어 자괴감(自愧感)이 들기도 하고, 스스로가 생각하여도 한심(寒心)하기 그지없어서, 이제부터는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금수(禽獸)들을 위해서, 금수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로, 하고 싶은 소리 제대로 내뱉고, 두들겨 패야 될 금수들은 두들겨 패고, 조져야 할 금수들은 사정없이 조지고, 욕해야 할 금수들은 욕을 퍼붓고,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며, 어깨 펴고 살고자 하여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세상에 내 나라 남의 나라 할 것 없이, 사람 말을 알아듣고, 사람 짓 하며 살아가는 사람 같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습니까?
홍길동이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대감이라 부르며 서럽게 산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일이 아닙니까? 지금 같은 자유천지(自由天地)에 제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년을 년이라 부르지 못하고, 놈을 놈이라 부르지 못하겠습니까? 그래서 저도 지금부터는 놈은 놈이라고 부르고, 년은 년이라고 부르며 서럽지 않게 살고자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인심이 각박(刻薄)한 세상이지만, 년 자를 붙이고 놈 자를 붙여서 대접을 해야 할 연놈들은, 당연히 년 자를 붙이고 놈 자를 붙여서, 연놈이라고 부르며 대접을 해야 하는 것이 또한, 정의로운 세상을 위한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일후(日後)에 제가 놈 자와 년 자를 자주 쓰더라도, 그런 이유에서 쓰는 것임을 널리 양지(諒知)하여 주시고, 혹여(或如) 저를 아시는 분들께서는 “어째 저 사람이 저렇게 변했는가? 세상이 다 변해도 저 사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더니” 하시며, 걱정하시는 일이 없으시기를 각별(各別)히 당부(當付) 드립니다.
<작성 - 2017년 3월 26일(음력 2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