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문령(瞽馬聞鈴)>
고륜지해(苦輪之海)에 시절이 탁란(濁亂)하여, 광란풍운(狂瀾風雲)에 전도(顚倒)되고 전도되어 난변(亂變)을 거듭하니, 모든 것이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하고 제자리를 잃어, 지혜(智慧)는 오히려 고루(固壘)한 것이 되고, 덕(德)은 우치(愚癡)한 것이 되고, 의(義)는 가소(可笑)로운 것이 되고, 절(節)은 몽매(蒙昧)한 것이 되며, 충(忠)은 만용(蠻勇)이 되니, 소로장유(少老長幼) 신분고하(身分高下)를 가리지 않고, 눈이 멀어 앞을 가늠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옳고(義) 그름(不義)과 바름(正)과 삿됨(邪)을 구분하지 못하니, 모두가 고마문령(瞽馬聞鈴)의 신세가 되어, 스스로 살피어서는 한 발자국도 온전히 내딛지를 못하니, 이제 그 가는 길이 어디이겠는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 살기 위해,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저희들이 선택받은 민족이라 하니, 내세울 것 없는 무리들이 족보(族譜)를 부풀리고 꾸미고 끼워 넣기를 하듯이, 나라마다 내 나라 내 민족의 민족제일주의(民族第一主義)가 등장하여, 극동의 어느 섬나라에서는, 부처의 설법경전(說法經典) 법화대의(法華大義)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명호(名號) 옆에, 망령(妄靈)되게 만다라(曼陀羅)라는 이름으로 슬며시, 저희들 나라의 개국시조(開國始祖)를 갖다 붙이고, 심지어 극동의 작은 반도(半島)에서는, 저희들 나라 개국설화(開國說話)를 유일신(唯一神)의 등장에 접목(椄木)하여 혹세(惑世)를 시도하며, 그리고 저희들 나라 역사에 분칠하기를 좋아하는 무리들과 어울려 사직(社稷)을 도모(圖謀)하고, 그것도 모자라 세상의 무소불위(無所不爲)를 이루려 한다.
나라마다 민족제일주의는 그를 발판삼아 나라의 역사적 위상(位相)을 높이고, 민족자존(民族自尊)을 고취(鼓吹)시켜 강성부국(强盛富國)을 도모(圖謀)하고자 함이지, 세상을 지배하고자 함이 아니었건만, 아비의 세대들이 가고 나니, 자식의 세대들이 그 뜻을 바로 알지 못해, 민족제일주의를 앞세워 세상의 무소불위를 시행하려 참람(僭濫)한 망동(妄動)을 부린다. 그리하여 나라를 어지럽히고, 세상의 분란(紛亂)을 조장(助長)하니 참으로 계세참경(季世慘景)이 아닐 수 없다. 어미 아비들의 도움으로 태어나 보니 이미 잘살고 있고, 태어나 보니 이미 힘이 있으니, 아비들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이룬 것인 줄을 어찌 꿈엔들 알겠는가!? 아비들이 함께 모여 피를 뿌리고, 하늘에 무엇을 고하여 불천지맹(不遷之盟)을 약속하였는지를 알겠는가! 만년의 가난을 벗어나고, 다가올 만년의 창성대계(昌盛大計)를 펼치고자 하였음을 어찌 알겠는가!?
아비들의 그 대의(大義)를 받들어 실행하고자, 얼마나 많은 호국단심(護國丹心)의 위국충절(爲國忠節)들이 목숨을 바쳤으며, 그 의로운 이름들은 물론이요, 그 그림자조차 국립묘지(國立墓地)의 근방에도 가지 못하고, 구천(九泉)의 고혼(孤魂)이 되었는지를 알겠는가!? 그런데도 어찌하여 충의(忠義)의 땅에서, 폭도(暴徒)들이 국가유공자가 되어 구천의 고혼들을 분노케 하는가!!? 무소불위는 의기소침(意氣銷沈)하고 무위도식(無爲徒食)함을 멀리하고,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주기 위한 방편(方便)이지, 그것이 어찌 인간세상에서 가능한 것이던가!? 지혜는 없고 간계(奸計)가 신산(神算)의 경지(境地)이니 어찌 하겠는가!? 나라살림살이를 일구려다 자식농사를 망치고, 집안을 다스리지 못해 오히려 사직을 위태롭게 하고, 세상을 분란케 하였음이 아닌가!?
<낙수풍운 객원 칼럼니스트 - 2, 작성 - 2017년 4월 10일(음력 3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