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無明)>
“한 생각 의심하는 마음이 흙이 되어 막히고, 한 생각 탐내는 마음이 물이 되어 빠지고, 한 생각 성내는 마음이 불이 되어 타오르고, 한 생각 어리석은 마음이 바람이 되어 나부낀다.” 하니, 서쪽으로 부는 바람 따라 근본무명(根本無明)은 어느새 원죄(原罪)가 되고, 탐심(貪心)의 과보(果報)는 물의 심판(審判)이 되고, 진심(嗔心)의 과보는 불의 심판이 되고, 치심(癡心)의 과보는 바람의 심판이 되어, 눈앞을 두고 공공유무(空空有無)의 대대(對對)를 이룬다. 이렇듯 방편(方便)을 진실한 이치로 아니, 성인의 방편도 범부(凡夫)의 어리석음 앞에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방편이 시절(時節) 따라 업(業)이 되고 공덕(功德)이 되기도 하니, 업이 업 아니요, 공덕이 공덕 아니라, 업을 지어 공덕삼음도 오히려 시절방편이 아닌가!?
모두가 스스로 시절을 속이고서는 도리어 시절을 원망하니, 진속불이(眞俗不二)를 잘못 알아 스스로 뜻을 따르는 자, 그 누가 탓하겠는가!? 가만히 낙수(洛水)에 손을 드리우니, 물결마다 고금(古今)이로다! 강산(江山)은 기울어 가고 명운(命運)은 경각(頃刻)인데, 역란지세(逆亂之勢)는 그치지 않으니, 오랑캐가 오히려 조롱(嘲弄)하고 희롱하여도, 그 뜻을 알아듣지도 못한다. 강상(綱常)이 무너지니 인걸(人傑)은 자취 없고, 사직(社稷)이 바르지 못하니 동량(棟梁)을 찾을 길 없으니, 기울어진 강토산하(疆土山河) 어디에서 절의(節義)를 찾겠는가!? 자업자득(自業自得) 자업자박(自業自縛)이요, 종두득두(種豆得豆) 종과득과(種瓜得瓜)이니, 눈앞에 허물은 가득하여 유구무언(有口無言)인데, 한줄기 강바람에 문득 바라보니, 서산낙조(西山落照)에 동산월출(東山月出)이로다!
<작성 - 2017년 5월 8일(음력 4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