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영춘 청구회상(丁酉迎春 靑丘會上)>
저 멀리 어느 나라에서 고금(古今)에 보기 드문 정의로운 통치자가 나와, 나라의 여러 분야에 썩고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차례로 개혁(改革)을 단행(斷行)하고자 하니, 여태껏 요소요소(要所要所)에서 기득권(旣得權)임을 자처하며, 나라의 권력과 부(富)를 차지하던 무리들이 개혁의 대상이 되니, 개혁을 당하지 않으려고 떼를 지어 작당하여, 삼척동자(三尺童子)도 가가박장(呵呵拍掌)하고, 통치마에 고쟁이도 안 입고 그네 타는 년이 앙천방소(仰天放笑)할 논리로, 통치자에게 누명(陋名)을 씌워 반역(叛逆)을 도모(圖謀)하고서는, 장미대선(薔薇大選)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은근히 희롱(戱弄)하며, 찬역(簒逆)으로 강취(强取)한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너도나도 나서서 하는 말이, 찬역으로 빼앗은 그 자리를 차지하게 해주면 나라의 이것저것을 다 개혁하겠다고 입에다 개거품을 물더랍니다.
그러자 그 개거품 내뿜는 폐성(吠聲)에 현혹(眩惑)된 그 나라의 새대가리들은, 그 연놈들이 찬역을 도모한 일당들이라는 것을 잊고, 어느 연놈의 개거품이 뽄떼가 나는가 하여 열심히 개 짖는 소리에 정신을 파니,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가리를 숙이고 숲속에 숨은 놈들은, 이제 선거날이 내일이고, 내일이면 우리세상이니 하루만 더 참자하고, 웃음을 참느라고 허벅지를 쥐어뜯더랍니다. 그런데 어느 은밀한 곳에서 그 숲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눈들이 있어, 그들의 눈가에는 서릿발 같은 섬뜩한 찬 기운이 서리고, 광풍혈우(狂風血雨)의 조짐(兆朕)마저 보이니, 참으로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멀리서 그 꼬라지를 구경하는 사람들도 모두 하나같이, 그 돌아가는 하회(下回)가 어떠할지 몹시 궁금해 하며, 남의 나라 걱정을 하더랍니다.
<작성 - 2017년 5월 8일(음력 4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