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일 금요일

낙수풍운(洛水風雲) - 24


<울어라 열풍아! 밤이 새도록>

박 서방네 둘째 아들이 지난 가을에 장가간 것은 온 동네가 다 아는 일인데, 이듬해 봄에 새로 들어온 첩년이 어째서라도 대접을 받고 싶어, 왜 나만 몰랐느냐고 생떼를 부린다.
더구나 첩년의 친정에서는 세(勢)를 과시한답시고, 종복(從僕)들은 차차 길을 들이고, 시건방진 청지기와 집사(執事)먼저 조져야 한다고 아우성이니,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진풍경(珍風景)이다.
그러니 첩년도 마님대접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몰라, 가락에 어둡고 물색(物色) 모르는 애꿎은 종복(從僕)들만 삼삼오오(三三五五)모여 우물쭈물 거린다.
그러나 서당구자(書堂狗子) 삼년이면 송풍월(誦風月)이라 하였는데, 어찌 사대부(士大夫)집 종살이 수십 년에 배알이라도 없겠으며, 더구나 사대부집 청지기가 첩년 길들이는 솜씨쯤이야 없겠는가!?
분수를 모르는 탐욕(貪慾)과 어리석음의 땅이니, 쌓여가는 것은 분노(憤怒)뿐, 그 분노가 일으킬 광란열풍(狂亂熱風) 앞에 남을 것이 무엇인가!?
언제인가 조소(嘲笑)를 던지며, 차디찬 분노가 베풀 서늘한 혜무(惠撫)의 불길은 무엇으로 감당(堪當)하겠는가!!?
겁(劫)이 탁(濁)하니, 겁수(劫水)가 극열(極熱)하여 맹렬겁화(猛烈劫火)요, 겁화가 맹렬하니 무극(無極)의 겁풍(劫風)이로다!

<작성 - 2017년 6월 2일(음력 5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