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6일 월요일

낙수풍운(洛水風雲) - 34


<기호지세(騎虎之勢)>

내 돈 써가면서 반기는 사람도 없는데 왜 가는가!? 먼저 가서 턱도 없는 대접을 받고 와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고 밑도 끝도 없는 소리를 늘어놓던 사람이, 내가 먼저 욕보고 왔으니, 이번에는 자네가 가서 크게 제대로 된, 욕 좀 보고 오라고 해서 마지못해 가는 것인가?

어차피 바지사장이야 혼자 욕먹고, 모든 것을 뒤집어쓰기로 작정하고 들어간 자리가 아닌가! 그나마 바지사장도 어부지리로 얻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일이 아닌가? 그래도 바지사장인 줄도 모르다가, 험한 길을 택하여 면창피(免猖披)를 한 사람보다야 낫지 않은가!?

이번에도 화끈하고 거한 대접을 받으며 큰 욕을 보고 와서는, 친구간의 사교적(社交的) 사안(事案)이라 차마 공개(公開)할 수 없다며, 그저 변함없이 친구간의 우의(友誼)를 돈독(敦篤)히 하고, 생각지도 못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루고 왔다며, 나팔수들을 내세울 것인가?

비록 친구간의 말 못할 사교적 사안이라지만, 격(格)에 맞지 않는 친구끼리 처음만나, 기선제압(機先制壓)을 위해서 치고 박는 큰일에는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쪽팔리더라도 이번에는 한번, 그 거한 대접의 내막을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는 없는가?

거한 대접이 기다리는 줄 뻔히 아는데, 입으로는 둘도 없이 친한 친구라면서, 가자니 배알이 뒤틀리고, 안 가자니 오금이 저리니, 참으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이 아닌가!? 서로가 끌리는 것도 없이, 쳐다보기만 하면 꼴리기만 하니, 친구라 하기에도 난간지사(難堪之事)가 아닌가?

사교계(社交界)의 큰손임을 자처하며, 꼼수 중의 상 꼼수를 묘수(妙手)랍시고, 가르쳐주는 대로 응수타진(應手打診)도 해보고, 별별 설레발도 떨어봤지만, 차라리 안 한 것만 못하고, 효과가 영 별무신통(別無神通)이다. 그들이 누구인데 그런 어설픈 응수타진에 빈틈을 보이겠는가!?

내려오는 오더를 이해조차 못해서 앞뒤가 전혀 맞지가 않아, 헤매는 꼴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니, 누가 봐도 바지사장인 줄은 확연한데, 가만히 있어도 될 일을 측근이랍시고 나서서, 거래업체에서 사장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고 떠벌리니, 자충수(自充手)도 충성인 줄 아는가?

코배기 형들의 어르고 불알 만지는 솜씨는, 과거에 여러 형아들도 빠짐없이 당해보지 않았는가? 누구는 기선제압에서 솜씨를 보여, 오랜 세월을 친구 먹기도 하고, 누구는 한번 당해보고는 코배기 소리만 들어도 경기(驚氣)를 일으키며, 다시는 상종(相從)도 안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번에는 판이 판이고 때가 때인지라, 배 내밀고 대가리 들이밀며 꼴떼기를 부릴 수도 없고, 벼룩이 간인데다 여러 수를 접고 들어가야 하는 처지이니, 속에서는 복닥불이 나고 사지(四肢)가 후들거려도, 이미 스스로 초래(招來)한 기호지세(騎虎之勢)이니 어찌 하겠는가!?

비록 남의 일이지만 이런 일을 두고, “아이고! 오래간만에 맛보는 깨소금 맛이구나!” 하면, 속 좁고 치졸(稚拙)한 사람이라 하며 한소리들을 할 것이니, 점잖은 입이 근질거리기는 하나, 낙수(洛水)에 세월(歲月)을 맡겼으니, 참으로 유구무언(有口無言)이 아닌가!?

<작성 - 2017년 6월 26일(음력 윤5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