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완장(腕章)을 차는가!?>
세상에는 낯간지럽고 무서운 것은 알지만, 욕심 때문에 신명(身命)을 거는 무리들이 쓰는 수법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체면(體面)이 안 서는 사업에는 대행업체(代行業體)를 내세우고, 흥행(興行)이 필요한 곳에는 얼굴마담을 두고,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책임질 일이 많고, 위험부담(危險負擔)이 많은 사업에는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것이 통례(通例)이다. 이것이 겉으로는 점잖은 척하면서도, 뒤로는 호박씨를 까는 것들이 즐겨 쓰는 수법들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어느 놈이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대행업체와 얼굴마담과 바지사장은 재주부리는 곰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데도, 지 신세(身世) 조지는 줄을 모르고, 여기에 목숨을 거는 무리들이 있으니, 이것들이 완장(腕章)이면 일단 차고보자는 헛욕심에 목을 매는 무리들이다. 더구나 요즘은 바지 뒤에 물주가 있고, 그 물주 뒤에 또 숨은 큰 물주가 있다니, 요즘 바지는 홑바지가 아니고 오뉴월에 겹바지인 셈이다.
한때 바지사장으로 거론되고, 낙점(落點)이 유력(有力)하다던 얼치기는, 다음을 내락(內諾) 받고서 흥행도우미로 뛰었다 하더니, 지금은 국면전환용(局面轉換用) 안주거리로 전락(轉落)해 있고, 얼치기를 내세워 대행업체지정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던 물주(物主)는, 지금은 손가락만 빨며 새로운 주판을 굴리고 있으니, 한번 얼치기는 영원한 얼치기라, 이번에도 결국은 바지 뽑는 흥행도우미였다는 말인가!? 빨대를 꽂아놓고 미친 듯이 빨아대다가, 이제는 더 빨 것도 없고, 그새 입맛도 바뀌었는가? 본래가 근시안(近視眼)이라 멀리 보는 것에는 아예 흥미도 없고, 눈앞의 작은 이익에는 누구보다 밝은 무리들이 아닌가!? 그러나 얼수가 언제까지 얼수이겠는가!?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 하나, 그 굽은 나무가 오래되면 곧은 나무보다 더 운치(韻致)가 있는 것 또한 세상이치가 아닌가!? 소문에는 얼수의 물주와 바지사장의 물주가, 큰 물주에 의해서 갈라섰다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은 어느 것이 대행업체이고, 어느 놈이 대행업체의 바지인 줄을 다 아는데도, 어부지리(漁父之利)로 대행업체에 지정되고 바지사장에 오른 물건은, 지들 업체가 대행업체이고, 지가 바지인 줄을 망각(忘却)하고, 또 다른 협력업체(協力業體)를 구하고, 또 다른 얼굴마담 찾기에 골몰(汨沒)하니,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모습이다. 세상에는 완장에 환장(換腸)한 아둔한 무리들이 많으니, 이들을 이용해서 느긋하게, 손도 안대고 코풀기에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완장을 채워 놓으니 완장 값을 한답시고,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처럼, 하루아침에 안면(顔面)에 분칠하고서, 상대도 안 되는 거래업체와 다이다이를 깐다고 덤벼들지를 않나, 참으로 노는 것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요, 진진가관(津津可觀)이다. 어르고 불알만지기에 넘어가, 바지로서는 감당 못할 약속을 다 해버리고서도, 돌아와서는 ‘별것 아닌 것이’라고 할 건가!? 옛날에 삼이 형아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상대를 두고, 겨루어 보고 손봐주었다며 손바닥 터는 꼴이 아니가!?
둘도 없는 친구라고 자랑하며 친구 찾아 수만리 길을 갔는데, 친구라는 사람은 온다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다른 친구와 어울려 코빼기도 뵈지 않는다. 그러면 하다못해 친구 집의 집사나 청지기라도 나서서, 대접하는 흉내라도 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없고, 안내하는 주막집 중노미 하나조차 없이 여기저기 내가 왔다고 알리기에 나서니, 그 초라한 몰골이 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쪽팔릴 지경이니, 당사자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친구하자고 찾아갔더니 친구라 여기지 않고, 배부른 사자가 잡은 먹이 다루듯 한다. 이쯤 되면 날 만나서 욕보지 말고 알아서 가라는 소리인데, 그래도 용케 만남을 성사시켰으니, 욕보고 오라고 시킨 사람에게 체면은 선 셈이다. 오죽하면 친구 집의 담벼락에 가짜친구는 만나지 말라고 써놓았겠는가!? 그러니 있는 곡조 없는 곡조 다 동원해서 불어대기를 좋아하는 나팔수들도 창피하고, 불어댈 곡조가 없으니 유난히도 조용하지 않는가!?
황량한 사막처럼 삭막한 비행장에 내려서 집사도 아니요, 청지기도 아니요, 겨우 하녀 하나가 달랑 혼자서 나와, 그것도 마중이랍시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이리저리 혼자 다니며 내가 왔다고 알리기를 하다가, 겨우 만남이 성사되니 그것도 감지덕지(感之德之)라, 황송(惶悚)해 죽을 지경이고, 동네 슈퍼마켓 진열대에서도 뒷줄로 밀리는 35달러짜리 싸구려 와인에다가,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짬밥을 비빔밥이라 내어 놓아도 그저 송구(悚懼)할 따름이다. 국내의 모든 주구언론들이 그렇게 승리를 장담했는데도, 아무도 전혀 승리를 예상 못했지만, 나는 예상하고 있었다며, 참으로 엄청난 승리였다 하니, 나팔수들이 일제히 빰빠라를 연주한다. 압도적인 승리가 진정한 큰 승리라는 말이고, 엄청난 승리라는 말은 엄청난 짓을 해서 거둔, 엄청난 일이라는 뜻으로 비꼬는 말이고, 나는 그 엄청난 짓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인 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어찌 거기에서 빰빠라가 나오는가!?
그리고 옛날 어느 형아를 데려다가 앉혔다는 링컨의자에 또다시 앉히니, 특별한 예우라며 일제히 난리 부르스다. 링컨의자에 앉히는 것은, 남북으로 갈라진 미국을 통일시킨 대통령이 링컨이니, 여기에 앉아서 깊이 반성하고 각오하라는 뜻이 아닌가!? 분명히 ‘군사옵션’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였는데도, 여기에 나팔수들은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였다며, 입맛대로 살짝살짝 간을 치면서 각색(脚色)을 한다. 할 말이 없으니 이것도 특별한 대우요, 저것도 파격적인 예우라며, 악보에도 없고 곡조에도 없는 곡을 작곡하여 불어대니, 듣는 귀가 오히려 이상하고 민망할 지경이다. 하긴 특별한 대우요, 파격적인 예우라는 말이 틀린 말도 아니다, 세상 어디에 그런 파격적이고 특별한 예우가 있던가!? “내가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바지로 나섰던가하는 자괴감(自愧感)이 든다.”는 말이 입에 뱅뱅 도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 자괴감이라는 말을 가지고 남을 희롱(戱弄)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가 아닌가!?
하기야 족보(族譜)에 오르고 문중(門中)의 자랑거리로 삼는 일에는, 대행업체에 바지사장이고, 얼굴마담이면 어떤가!? 이미 그만한 각오는 하고 입은 바지가 아닌가!? 자랑거리 홍보지(弘報紙)인 족보에는 대행업체도 그룹으로 기록되고, 얼굴마담도 주인마담으로 기록되고, 바지사장도 회장으로 포장되어 기록되며, 바지의 치욕(恥辱)도 업적(業績)으로 기록되는 것이 세상일이 아닌가!? 그러나 완장차고 허세(虛勢)부리는 것도 좋지만, 뒤에 숨은 원업체(原業體)가 무슨 일을 하는 업체인 줄을 정확히 모르고, 큰 물주와 실사장(實社長)이 무엇을 하는 자인지를 모르며, 지들이 하는 대행업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모르니, 이것은 실속 없이 허세부리고, 단순히 족보에 올라 자랑거리로 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젠가는 족보를 숨겨야 하고, 구족(九族)이 머리를 감싸고, 숨을 곳을 찾아야 하는 문제가 될 것이니, 그것이 큰 문제가 아닌가!? 참으로 하루살이에 불나방이 아닌가!?
<작성 - 2017년 7월 1일(음력 윤5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