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4일 월요일

낙수풍운(洛水風雲) - 49


<금테>

재수 없고 박복(薄福)한 년은 국 쏟고 뭐 데고, 자빠져도 꼭 대가리에 물동이 이고 자빠지며, 어찌어찌하다 모처럼 가마에만 올라앉으면 똥이 마려우니, 이런 년을 두고, ‘가을인심에 씨 나락 한줌도 못 챙길 년’이라 하고, 복 있고 재수 좋은 년은 자빠져도 팥죽양푼에 얼굴을 쳐박고, 주저앉아도 호로병(葫蘆甁) 위에 주저 않으니, 이런 째지게 복 많은 년들을 ‘어디에 금테 두른 년’이라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세상이 바뀌어, 재수 없는 년은 배당주(配當株)를 받아도 다음 달에 회사가 부도(不渡)가 나고, 수십 년을 끌다가 어렵게 결정된 확정지역에 땅을 사도 도시계획이 변경되니, 이런 년을 ‘집안 말아먹을 년’이라 한다. 그러나 재수 좋고 복 많은 년들은 서방은 퇴직을 하자마자 알아서 죽어주고, 서방 잡아먹고 자식 잡아먹어도, 떡하니 선녀(仙女)의 반열(班列)에 오른다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하기야 이미 오래전에 친정(親庭) 편을 들어 서방을 뒤주에 가두어 죽이고, 일평생 자식 등에 빨대를 꽂아 놓고 줄기차게 빨아대며, 효자 되기를 강요하던 사람도, 지금은 일찍이 서방 잃고, 외롭고도 서럽게 산 사람으로 포장되어 있지 않는가!? 시절이 이러하니, 이미 삼종지도(三從之道)는 옛말이요, 요즘 금테는 삼대(三代)는 잡아먹어야 금테구실을 하는 모양이다. 선녀들이 죽어야 세상이 바로서고, 나라가 산다니 참으로 같잖은 세상이다.

<작성 - 2017년 7월 24일(음력 6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