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31일 월요일

낙수풍운(洛水風雲) - 51


<뇌관(雷管)과 신관(信管)>

야포(野砲)에서 뇌관(雷管)은 장약(裝藥)을 폭발시켜 포탄을 날리는 점화장치(點火裝置)이고, 신관(信管)은 포탄탄두에 장착(裝着)되어, 포탄이 날아가면서 회전압력(回轉壓力)에 의해서 자동조절 되거나, 시한신관(時限信管)과 같이 인위적으로 폭발이 조절되어 포탄을 터트리는 장치이다.

세상의 무질서(無秩序)가 인간의 능력(能力)과 판단력(判斷力)으로 조절할 수 있는 한계(限界)를 벗어나, 질서유지의 임계점(臨界點)에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까닭모를 불안과 공포(恐怖)에 휩싸이게 되고, 벗어나도 갈 곳이 없는 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의미 없는 탈출(脫出)을 모색(摸索)하게 된다.

이때에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스스로 도화선(導火線)이 되고 뇌관이 되기를 원하고, 스스로가 부딪쳐 폭발을 주도하는 신관이 되기를 자청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같이 나선다는 것이다. 이래도 그만이고 저래도 그만이며, 아무리 굴려대어도 무지렁이 같이 알아서 구르던 민초(民草)들이, 뜻 모를 분노를 누르지 못하고 나서는 것이다.

민초들의 뜻 모를 분노(忿怒)는 권력이 억누르고, 총칼로 막아서 짓밟는다고 멈추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뜻 모를 민의(民意)가 천의(天意)이고, 민의의 분노가 곧 하늘의 분노이기 때문이다. 비록 검은 기운에 가려 명철(明徹)하고 지혜로운 민의가 아니더라도, 민의는 천의이기 때문에 꿈결 같은 어둠 속에서도 분노할 때를 스스로 아는 것이다.

검은 기운, 붉은 안개, 누런 먼지가 눈을 가린 몽몽(夢夢)한 어둠 속에서도 뜻 모르게 일어나는 민초들의 분노는, 계산된 분노도 아니요, 분별판단에 의한 분노도 아니요, 다만 가슴 깊숙이 자리잡은 정의로운 본성을 거스르는데서 오는 무의식적인 분노이기 때문에, 그 분노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기 전에는 절대 멈추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작성 - 2017년 7월 31일(음력 6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