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仍不雜亂隔別成 잉불잡란격별성>
뒤섞여 어지럽지 않고 개개별상(箇箇別相)으로 이루네. 만유제상(萬有諸相) 공성실성(空性實性)이 원융무애하고 주원일통(周圓一統)하여, 허통공적(虛通空寂) 대원경(大圓鏡)이라, 원융회통 일원성(圓融會通 一圓性)이요, 주원융통 일합상(周圓融通 一合相)이니, 총총군상(叢叢群相) 개개별상(箇箇別相)이 평등일성 무차상(平等一性 無差相)이요, 별별이상이 일합공상이고(別別異相 一合共相), 자타이성이 일원공성이니(自他二性 一圓共性), 각형각모(各形各貌) 심진만법(心塵萬法)이 일합상이요, 형형색색(形形色色) 천만심색(千萬心色)이 일원색(一圓色)이로다.
훈풍(薰風)이 남산(南山)을 넘어 북녘들에 봄이오니,
화란춘성하고 만화방창이라(花爛春盛 萬化方暢),
춘색이 무르익고 기화(奇花)가 난만(爛漫)하여,
만화춘산(滿花春山)에 이조(異鳥)는 저마다 높이 울고,
기화요초(琪花瑤草)는 저마다 무성하니,
천곡만조(千曲萬調) 별별성음(別別聲音)이요
천홍만록(千紅萬綠) 별별색광(別別色光)이로다.
오랜 세월 세상 사람들이 한 사람을 두고 수상쩍다 하니,
그 한 사람이 입을 열지 못하더니,
꽃피고 세우는 어느 봄날에 홀연,
그 한 사람이 세상 사람들이 다 수상하다 하니,
세상 사람들이 입을 열지 못한다.
벽운(碧雲)이 만허공(滿虛空)하니 시방이 나누어지고,
공산(空山)에 주인 없어 찾는 객이 끊어졌으나,
고금(古今)은 일여(一如)하고 천지(天地)는 춘색(春色)이라,
푸른 숲 사이로 원앙(鴛鴦)이 희롱(戱弄)하니,
영니산(靈尼山, 盈尼山)의 풍광(風光)이 고금동(古今同)이로다!
[*대원경(大圓鏡) - 원융무애하여 걸림 없는 진여본성의 마음거울. 허통공적(虛通空寂) 공공적적(空空寂寂)하니 곧 소소영영(昭昭靈靈)하고, 허통공적 공공적적하여 소소영영 하니, 대원경지(大圓鏡智) 공적영지(空寂靈智) 무위현현(無爲顯顯)이라, 공적영지 조용상적(照用常寂)이 곧 여여(如如)한 진여무심이니, 조용상적 즉여여(照用常寂 卽如如)요, 진여무심 즉해탈(眞如無心 卽解脫)이라, 무심상적 여여조용(無心常寂 如如照用)이 여여무심 대원경(如如無心 大圓鏡)의 자조현현(自照泫泫) 무위대도(無爲大道)이다.(The great mirror-wisdom which is pure by nature.)
*심진만법(心塵萬法) - 한 마음 티끌생각으로 일어나는 만법제상(萬法諸相). 즐거움으로 흥이 겹고, 괴로움으로 흥이 겹고, 기쁨으로 흥이 겹고, 슬퍼 서러움으로 흥이 겹고, 화락(和樂)으로 흥이 겹고, 외로움으로 흥이 겹고, 서용(恕容)으로 흥이 겹고, 분노(忿怒)로 흥이 겨우니, 지극하여 흥겨워 부르는 노래 저마다 가락은 달라도, 노래마다 흥이 묻어나니 천곡만조 별별가(千曲萬調 別別歌)이다.(The myriad things of the mind d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