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9일 화요일

낙수풍운(洛水風雲) - 77


<학자(學者)>

학자는 그 직분(職分)이 학문의 전당(殿堂)에서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고, 그 소임(所任)은 연구한 바를 후학(後學)들에게 가르치고 다듬고 이끌어, 뒤를 이어 학문을 연구하고 진리(眞理)를 밝혀나갈 재목을 기르고, 아울러 세상에 나아가 배운 바를 펼치고 나라와 세상을 이끌어 갈 동량(棟梁)을 길러내는 사람이다. 학문의 전당에서 배운 바를 펼쳐, 세상과 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은 정치가이고, 배운 바를 펼쳐 나라와 세상 살림을 윤택(潤澤)하게 하는 사람은 경제가이고, 배운 바를 펼쳐 과학적 업적(業績)을 이루어, 세상과 나라를 이롭게 하는 사람은 각 분야의 엔지니어이고, 배운 바를 펼쳐 세상의 영혼(靈魂)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은 문학가이고 예술가이다. 훈수(訓手)는 구경하는 사람의 몫이고, 대국(對局)은 기사(棋士)의 몫이다. 어찌 학문의 전당에서 판에 욕심을 내며, 아무 곳이나 가리지 않고 촐싹대는가!?

그 판을 잘 이끌어 가기를 원해 가르치고 다듬어 내보내지 않았는가!? 그랬으면 그 판은 그들의 몫이다. 그런데도 어찌 학자라는 자기소임을 버리고 판에 관심을 가지는가!? 학문의 전당을 벗어나 권력과 이익을 추구(追求)하고, 명예를 탐하는 자는 이미 학자가 아니다. 어찌 정치판을 맴돌며 권력의 언저리에 있으면서, 감히 학자라는 이름을 들먹이는가?! 뻔뻔한 몰골로 가벼운 혀를 날름거리며, 가는 곳마다 학자적 입장(立場)이라는 말을 입에 담고, 학자적 견지(見地)를 내세우며, 학자적 양심(良心)을 운운(云云)하면서 후안무치(厚顔無恥)를 일삼고, 학자라는 이름을 더럽히는가!? 모름지기 학자라면, 모시던 주군(主君)을 향해 깊이 고개 숙이고 허리를 기울여 예를 표하고, 굳게 입을 다물고 서서 눈물을 흘리며 불민(不敏)함을 부끄러워하던 그런 기개(氣槪)를, 단 한사람이라도 길러서 세상에 내보냈는가!? 부끄럽지 않은가!?

<작성 - 2017년 9월 19일(음력 7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