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30일 월요일

낙수풍운(洛水風雲) - 101


<순로순행(順路順行)>

50년이 넘는 세월을 검도(劍道)를 수련해 온 어느 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칼과 몸과 마음이 제각각이었다가, 세월이지나 수련(修練)의 정도가 어느 단계에 이르니, 마음같이는 되지 않지만, 그런대로 몸과 칼이 합일(合一)을 이루는 정도는 되었다 한다. 젊음이 한창일 때라, 호연지기(浩然之氣)와 더불어 빠른 검세(劍勢)는 자못 상대를 놀라게 하였고, 발검(拔劍)과 용검(用劍)이 빠르니 자연히 그 날카로움은 살기(殺氣)가 감돌 지경이었으나, 그래도 몸이 마음과 같지가 않고 늘 생각이 앞서가니, 제검지세(制劍之勢)가 당연히 완성될 수가 없었다 한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이순(耳順)을 넘기고 보니 문득 닿는 바가 있어, 몸과 마음이 둘 아닌 이치(理致)를 알았으나, 이미 기력(氣力)이 쇠(衰)하고 마음의 호연지기는 흔연(欣然)한 관풍지기(觀風之氣)로 바뀌어, 비록 눈앞을 놓치지는 않으나 앞서감이 없으니, 생각이 앞서가고 날카로운 검세로 상대를 제압(制壓)하던 시절이 다하고, 그 대신 사면팔방(四面八方) 어디에서든 들어오는 상대의 칼날이라도 남김없이 응수(應手)할 수 있어, 자연히 상대를 제압하지 않고도 조복(調伏) 받을 수 있었다 하니, 앞은 살인검(殺人劍)이요 뒤는 활인검(活人劍)이다.

자연의 이치도, 사람 사는 이치도, 이와 다를 바가 없으니, 오늘날 조야(朝野)를 막론(莫論)하고, 이러한 이치를 알고 살아가는 사람은 고사하고, 이러한 이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과거의 모습이 오늘을 그려내고, 오늘의 모습이 미래를 그려내니, 참으로 암울(暗鬱)하지 않은가!!? 눈앞에 펼쳐진 바가 분(分)에 넘치는 복인 줄도 모르고, 구(求)하고 탐(貪)하여 천지사방(天地四方) 내달으며 역륜(逆倫)을 일삼으니, 참으로 사람모습을 하고서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모두가 구하고 탐한 것을 짊어지고, 어디로 가져가려는가!?

<작성 - 2017년 10월 30일(음력 9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