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9일 월요일

낙수풍운(洛水風雲) - 88


<세월풍조(歲月風潮)>

옛날하고도 머나먼 아득한 옛날에는, 도덕규범(道德規範)과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세우지 않아도 절로 인륜지도(人倫之道)가 뚜렷하고, 강상(綱常)의 법도(法度)가 준절청고(峻節淸高)하였으니, 그 가운데 어길 수 없는 근본된 하나가 음양이륜(陰陽彛倫)의 인륜대사(人倫大事)였다. 초목(草木)도 때가 되면 음양(陰陽)이 조화(造化)를 이루어 꽃을 피우고, 미물(微物)도 때가 되면 짝을 짓는데, 사람 몸 받아서 인륜대사를 따르는 것은 인륜이 아니더라도, 자연지도(自然之道) 음양정리(陰陽正理) 응연지사(應然之事)였으니, 그 누가 거스를 수가 있었겠는가!?

빈부귀천(貧富貴賤) 신세처지(身世處地) 이유여하(理由如何)를 막론(莫論)하고, 사지육신(四肢六身)이 멀쩡한 남녀가 인연법도(因緣法道)를 따르지 않으면 역륜(逆倫)인 줄 알아, 때가 되면 당연히 혼인(婚姻)을 하고 짝을 짓는 것은 인륜지도(人倫之道)로 알았고, 세월이 흘러 흘러서 할아버지ㆍ아버지세대에 와서도, 전세방(傳貰房)은 고사(姑捨)하고 달세방도 마다 않고, 때가 되면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을 당연지사(當然之事)로 알았으니, 그 세월이 바로 음양정륜(陰陽正輪)이 살아 굴러가는 때요, 사람 사는 때가 아니었던가!?

어렵고 힘 드는 것은 매일반(每一般)이었고, 호구지책(糊口之策)마저 막연(漠然)해도, 세상에 나오는 복을 얻었으면, 각자가 제 먹을 복은 당연히 타고나는 것이라 여겨,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아들 둘, 딸 셋은 기본으로 낳는 줄 알아, 큰아들은 가문(家門)에 바쳐 불효(不孝)를 면하고, 작은아들은 나라에 바쳐 신민(臣民)의 도리를 다하고, 큰딸은 한 치라도 가문의 세(勢)를 넓힐 수 있는 데로 출가(出嫁)시키고, 둘째딸은 한줌 겉보리라도 호구지책에 도움이 되는 데로 출가시키고, 막내딸은 지척(咫尺)으로 출가시켜 평생을 들고나며 아비, 어미 외로움을 달래주기를 바랐으니, 그것이 지난 세월 이 땅 민초(民草)들이 한껏 부릴 수 있던 욕심이 아니던가!?

세월이 흐르고 시절이 변하니, 강상은 옛 유물이 되고, 인륜지도는 가르치는 사람도 없고 배우려는 사람도 없으며, 더구나 치도(治道)의 정리(情理)는 이름조차 거론하는 이가 없는 지경이니, 자연히 민초가 나라를 위하고, 나라가 민초를 돌보고 걱정하는 기본마저 사라진 지 오래이다. 나라가 안중에 없고, 조상부모(祖上父母) 일가친척(一家親戚)이 안중에 없으니, 지켜야 할 법도(法度)도 없고, 행동실천의 기준마저 없다. 오직 나 하나뿐이니, 이런 계산 저런 타산에 흡족하고 만족함이 없으면 시집장가는 꿈도 꾸지 않는 세상이다. 인륜지도 치도정리가 사라지니, 충절(忠節)과 효도는 유물이 되고, 강상의 도리는 전설이 되어간다.

<작성 - 2017년 10월 9일(음력 8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