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6일 월요일

낙수풍운(洛水風雲) - 91


<소일(消日)거리 삼아 보는 풍수지리설(風水地理說)>

풍수지리설을 근거로 한 옛 고사(古事)를 더듬어 보면, 조선이 한양(漢陽)에 도읍(都邑)을 정할 때에, 훗날 왕사(王師)가 된 무학대사(無學大師)는 북악(北岳)의 동쪽 긴 자락을 배경(背景)으로 하여, 동쪽으로 궁궐(宮闕)을 지어야 사직(社稷)이 천년 이상 가고, 남쪽으로 궁궐을 지으면 사직이 5백년밖에 가지 못한다고 하였으나, 끝내는 정도전(鄭道傳)의 주장대로 지금의 북악을 주산(主山)으로 삼아 남쪽으로 궁궐을 지었고, 그 결과는 무학대사의 말대로 되었다. 인왕(仁王)을 비롯한 좌우협산(左右恊山)이 주산보다 더 웅장(雄壯)하여, 협산이 주산을 위협(威脅)하는 주약신강(主弱臣强)의 형세(形勢)이니, 이는 삼봉(三峰)이 꿈꾸던, 그저 왕은 한낱 표상(表象)뿐인 사대부(士大夫)들의 국가를 이루고자함이 아니었던가?

만약 무학대사의 주장대로, 동쪽의 병풍(屛風)같이 긴 자락을 배산(背山)으로 삼아 동쪽으로 궁월을 지었더라면, 지세(地勢)로 보아 자연히 좌우협산은 주산을 위협하지 못하였을 것이고, 안산은 아득하니, 주산은 눈앞이 거의 일망무제(一望無際)에 가까워, 역대제왕(歷代諸王)의 그 기세(氣勢)가 어떠했을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이지 않은가!? 풍수지리설대로라면 지금도 청와대는 주산인 북악보다, 눈앞의 안산(案山)인 남산이 낮다고는 하나, 그 위에 북악보다 더 높이 남산타워를 세워 주산의 기세를 꺾고, 그 위에다가 언론사를 들어앉혔으니, 청와대의 주인은 언론에 의해서 항상 좌지우지(左之右之)되고, 주눅이 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비록 재미삼아 보는 풍수지리이지만, 그 이치(理致)는 매우 합당(合當)하지 않은가?

그러나 풍수지리는 말 그대로 풍수지리이다. 즉 바람과 물과 땅의 이치이다. 바람과 물과 땅의 조화(造化)에 따라, 그를 의지하고 사는 사람들의 의식체계(意識體系)의 발현(發現)이 달라서, 갈무리한 심신의 정백(精魄)을 받아씀이 다르기 때문에 풍수지리인 것이다. 풍수지리에서 바람과 물과 땅의 이치라는 말은,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로 이룬 몸이 탐진치(貪瞋癡)의 어리석음을 따라 혼몽(昏懜)의 길을 걸을 때와, 흔들림 없는 국량(局量)과 청정(淸淨)한 지혜(智慧)와 맑은 정신으로 올바른 인도(仁道)를 밟아 갈 때에, 이루어지는 길흉화복(吉凶禍福) 분지복덕(分之福德)을 말함이다. 그러므로 풍수지세(風水地勢)에 무심(無心)하여, 풍수조화(風水造化)에 맡겨, 절로 풍수조화(風水調和)를 이루도록 두는 것이 올바른 풍수이치인 것이다.

<작성 - 2017년 10월 16일(음력 8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