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6일 월요일

낙수풍운(洛水風雲) - 103


<잡것>

잡스럽다는 것은 순일(純一)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그리 썩 좋은 말은 아니다. 그런데 서남도(西南道)일대에서는 “이! 잡것이!”라는 말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고울 때도, 미울 때도, 섭섭할 때도, 은근(慇懃)할 때도, 매섭게 욕할 때도 음의 길이와 악센트의 차이만 다를 뿐, 하나같이 사용된다. 그러니 매우 함축성(含蓄性)이 있고, 다양성(多樣性)이 내포(內包)된 말이다.

그와 비슷하게 동남도(東南道)일대에서는 “이! 문-디!”라는 말이 그와 같은 용도로 쓰이고, 북삼도(北三道)일대에서는 평양에서는 주로 “이! 에미나이가!”라는 표현을 쓰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대부분이 “이! 간나가!”라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함축된 표현들이 통하였다는 것은, 세상이 보고 들음이 서로 통하여 사람 사는 맛이 나고, 사람답게 살아왔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그런 함축된 언어들이 통하지 않고, 그 본래의 의미인 욕과 분노의 표현으로 쓰이기 시작하는 지금의 세상은 이미, 사람이 살기에는 매우 피곤(疲困)하고 역겨운 세상이다. “잡스럽다.”라는 본래의 뜻인 순일하지 못하다는 뜻이, 곧바로 적용되는 지금의 세상은 어떠한가!? 정치판에도, 교육의 장(場)에도, 언로(言路)에도, 종교 판에도 온통 잡놈들뿐인 세상이 아닌가!

잡놈들과 잡것들이 만들어 가는 지금 세상이 어떠한 세상인가!? 조잡(粗雜)과 협잡(挾雜)과 난잡(亂雜)과 추잡(醜雜)과 온갖 잡스러운 것이 판을 치는 잡것들의 세상이 아닌가! 잡것들과 잡놈들이 만들어 가는 이 세상이 가는 곳이 어디겠는가? 그 다음 잡것들이 낳아서 가르치고 기른 세상은 또한 어떠한 세상이겠는가!? 어찌해서 그대로 보고 듣지 못하는가! 애달프다!

<작성 - 2017년 11월 6일(음력 9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