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回顧錄)>
조상과 부모의 덕을 빌어 얻은 복덕에, 몸에 배인 능숙(能熟)한 처세술(處世術)과 교묘(巧妙)한 줄타기로 일관(一貫)하며, 일평생 기회주의자(機會主義者)로 살아온 자가, 참회록(懺悔錄)을 내어놓아도 시원찮을 판에 원로(元老)임을 자처(自處)하며, 회고록(回顧錄)을 빙자(憑藉)하여 마지막 기회주의자의 모습에, 가소롭고 치졸(稚拙)한 대미(大尾)를 장식하려 한다.
대권을 탐낼 만큼 노욕(老慾)이 크지 않았다더니, 이 정권 저 정권 옮겨 다니며, 정권마다 흡족(洽足)하도록 대접받고 얻어 잡수신 것이 있는데, 유독(惟獨) 그 정권에서만 원로대접을 안 해주니, 큰 노욕은 없지만, 좁쌀 같은 작은 노욕이 발동하는가!? 그래서 하도 커서 한눈에 다 볼 수도 없는 사람을, 그 눈에는 아버지기념사업이나 할 사람정도로 보이는가!?
그것을 안목(眼目)이라고 내어 놓으며, 회고록이라고 이름 지으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안목(眼目)이 천박(淺薄)하니 모든 것이 안목대로 보이고, 눈이 작으니 큰사람의 발뒤꿈치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인가!? 부끄러운 자취를 그렇게도 포장(包裝)하여 감추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름 앞에서 원로라는 글자는 떼어내어야 마땅하지 않는가!?
<작성 - 2017년 12월 4일(음력 10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