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6일 수요일

낙수풍운(洛水風雲) - 114


<별천지(別天地)>

내가 사는 이 동네에는 토요일, 일요일 날에도, 새벽이면 나이든 할매, 할배들은 폐지줍기 나서기에 바쁘고, 젊은 할배와 늙은 아재들은 추위에 떨며, 길거리 군데군데 모여서서 가망 없는 일인 줄을 알면서도, 오늘도 행여나 하고 일용직 스카우트하러 오는 승합차를 기다린다.

그런데 어느 곳에는 토요일, 일요일이면, 수십 만원씩 회비를 내며 배 맞추어 타고 고기잡이 놀이를 다닌다는 동네가 있다 하니 가히 별천지(別天地)이다. 한 땅에 살아도 국토가 다르다더니, 이렇게 사는 것이 다르고, 누리고 대접받는 것이 다른가!?

국정(國政)에 국자도 모르는 양아치들이 낚시놀이 배에 사고가 났다고, 국가비상사태를 운운(云云)하며, 수많은 함정들과 헬기를 동원하여 출동시간재기시합을 하면서 생색을 내는 것도 모자라, 무슨 전시 작전본부라도 되는 것인 양, 오야지 똘마니들이 총동원되어 호들갑이다.

일에는 오야지가 나서야 하는 일이 있고, 행동대장이 나서야 하는 일이 있고, 그냥 똘마니들이 알아서 처리해도 되는 일이 있다. 지 할일을 모르고 나서기를 좋아하니, 어느 놈이 통반장이고, 어느 놈이 장차관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교통사고에는 교통경찰관이 있지 않는가!?

해상사고는 해양경찰이면 충분한 일이다. 지휘관의 능력은 전투가 아니라 용인(用人)과 용병술(用兵術)에 있는 것이다. 주구(走狗)들은 멀쩡한 날씨를 들먹이며, 좁은 해로에서 날씨가 나빠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떠들어댄다. 세월호는 날씨가 좋은데도 사고가 났던가!?

낚시 배 사고가 국가비상사태이면, 대한민국과 미국의 수백 대의 최신예전투기들이 동원되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는 이 작전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리 켕기는 것이 많기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가!? 이 땅에는 모두가 눈감고 귀먹은 사람만 사는 줄 아는가!?

<작성 - 2017년 12월 4일(음력 10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