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막바지에 이르니 어느 것이 암까마귀이고, 어느 것이 수까마귀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가는 세상이다. 어찌 보면 이놈도 이편 같고, 저년도 이편 같고, 달리 보면 이놈도 저편 같고, 저년도 저편 같고, 바지와 물주사이에 안가리가 들어가고, 엎어치기가 들어가고, 되치기가 들어가며, 바지끼리 물주끼리도 호미거리에 들어 메치기, 밭다리 후리기, 안다리 후리기 등 다양하고 화려한 여러 종류의 기술이 총동원되니, 어느 연놈이 물주이고 어느 연놈이 바지인지가 도무지 분간이 안 되는 판이다.
일찍이 이 연놈은 물주에 속하고, 이 연놈들은 바지에 속한다고, 구분하여 선을 그어 놓았으나, 판세가 요상해지고 본색(本色)이 드러나기 시작하니, 눈을 의심할 정도로 참으로 변신(變身)이 놀라울 지경이다. 본래 난장(亂場)이 파장(罷場)이 되면 남는 것은 널브러진 취객에 찬바람뿐이다. 이제 이쯤 되면 물주는 물주대로 본전생각이 간절하고, 바지는 바지대로 한겨울에 홑바지 입은 신세가 한스러울 때가 되었을 것이니, 모두가 남는 것은 후회막급(後悔莫及)뿐일 것이다.
<작성 - 2017년 12월 6일(음력 10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