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6일 수요일

낙수풍운(洛水風雲) - 117


<소통>

남의 담벼락에 낙서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 나이 드신 할아버지가 “너희들 거기서 뭣 하느냐!” 하고 소리를 치니, 아이들이 우르르 도망을 가더랍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한 번 더 으름장을 놓을 요량으로, 뒤에서 큰소리로 “이놈들 한번만 더 그러면 불알 깐다!” 하고 소리를 치자, 도망가던 아이들이 딱 멈추어 서더니 뒤돌아서 쳐다보며, 신기한 듯이 “할아버지 정말 의대 나왔어요? 자격증 있어요?” 하더랍니다. 그 순간 할아버지가 말문이 막혀, “야 이놈들아 옛날에는 어른들은 모두가 다, 말 안 듣는 아이들 불알을 깠다!” 하자, 아이들이 저희들끼리 쳐다보며. “거봐! 할아버지 뻥이야! 가자가자!” 하고, 아무 일 없는 듯이 가더랍니다.

이것이 이 시대가 보여주는 시대의 한 단면으로, 이미 할아버지세대와 손자세대간에 공감대가 없고,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장면이다. 지난날 불과 몇십 년 전에만 하더라도, 온 집안 식구가 할아버지 기침소리에도, 길고 짧고, 높고 낮고, 등에 따라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다 알아차렸다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세대 간에 대화가 통하지 않고, 패거리들 간에 대화가 통하지 않고, 가진 자와 못가진 자, 힘 있는 자와 힘 없는 자가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참으로 불통의 시대이다. 이제는 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저희들과 생각이 다르고, 저희들에게 득이 없으면, 군림(君臨)하며 아예 통하지 않으려는 꼴통의 세상이다.

그러면서도 주둥아리로는 소통을 나불거리면서, 저희들의 일방적 의사전달을 소통이라 여기는 무리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그것이 아만이요 독선이요, 독재로 가는 길인 줄을 모르니 그것이 더 큰일이 아닌가!? 저희들의 불법적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불통이라 아우성치던 무리들이, 이제는 남의 말은 아예 무시하는 꼴통이 되어 세상을 주무르려 한다. 그러나 그 꼴통이 자의(自意)가 아니라, 타의(他意)에 의한 허수아비놀음이라는데 더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 허수아비 뒤에 숨은 악도들이 더욱 큰 문제인 것이다. 이제 정의로운 민초들이 손마다 빗자루를 들고, 이 나라 구석구석에 쌓인 악취 나는 쓰레기를 치우는 대청소에 나서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작성 - 2017년 12월 6일(음력 10월 19일)>